루이비통·샤넬·롤렉스, 한국 면세점서 발 뺀 뒤 향한 곳
이소아 2022. 2. 9. 05:01

“가지 말라고 계속 설득 중인데 어려울 것 같아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샤넬과 막바지 협상에 나선 국내 면세업체 담당자들은 8일 한숨을 쉬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3월 말을 기점으로 롯데면세점 부산점과 신라면세점 제주점 영업을 중단한다. 지방엔 샤넬을 파는 시내면세점이 없어진다.
루이비통도 지난달1일 롯데면세점 제주점 매장을 닫았다. 다음달 제주점(신라), 부산점(롯데), 월드타워점(롯데)에 있는 매장도 없어진다. 시계 브랜드인 롤렉스 역시 10개에 달했던 국내 면세점 매장을 지난해 말 서울·제주·인천공항에 각각 1개씩만 남기고 모두 정리했다. 업계에선 “이러다 다른 브랜드들까지 줄줄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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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면세점을 떠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매출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면세점의 주요 고객은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과, 외국으로 나가는 한국인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양쪽 모두 급감했다. 코로나 사태 전 하루에 20만명을 넘었던 인천공항 이용객수가 현재 1만명으로 떨어진 게 여행·관광·면세업계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한국 떠나 중국 간다
간판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 면세점을 떠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매출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면세점의 주요 고객은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과, 외국으로 나가는 한국인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양쪽 모두 급감했다. 코로나 사태 전 하루에 20만명을 넘었던 인천공항 이용객수가 현재 1만명으로 떨어진 게 여행·관광·면세업계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명품 브랜드들이 향하는 곳은 중국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명품 시장은 약 90조원으로 세계 명품 소비의 21%를 차지했다. 미국에 이은 세계 2위다. 중국은 오는 2025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명품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명품 브랜드는 물론, 세계 면세업계가 중국 소비자를 잡으려 하는 이유다.
영국의 면세 전문지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한국 시내면세점에서 철수해 중국 베이징 수도공항과 다싱 국제공항, 상하이 홍차오 공항 등 중국 공항 면세점 5곳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샤넬코리아 역시 “지방에서 철수해 향후 서울 시내와 공항 면세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장의 상당수를 중국으로 돌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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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90% 이상이 중국 보따리상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 면세점에서 철수하는 다른 이유는 중국에서 만연한 ‘가품(짝퉁)’과 불법유통이다. 무디리포트는 루이비통이 한국 시내면세점에서 철수한 이유로 중국 보따리상인 ‘다이공(代工)’을 꼽았다. 이들이 한국 시내면세점에서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중국 소매시장에 불법으로 유통하거나 가품을 끼워 파는 등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 면세점 업계는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 매출의 대부분을 다이공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매출은 17조8333억원인데 이 중 외국인 매출 비중이 95%였다. 국내 면세업체 관계자는 “원래 고객 비중이 한국인 20%, 외국인 80%인데 코로나로 한국인 고객은 거의 없다”며 “외국 고객도 관광객은 없고 유일하게 비즈니스 명분으로 들어오는 중국 보따리상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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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객 잡긴 잡아야 하는데…
한국 면세점 업체들은 진퇴양난이다. 명품 브랜드들의 중국으로 점포를 옮겨가고 다이공들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지만 큰 손인 중국 소비자를 놓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당장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안갯속이다.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위해 강력한 방역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올림픽 이후 해외여행 규제를 완화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중국 당국이 여행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중국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부담스럽다. 동북공정과 최근 겨울올림픽 한복 등장 논란, 쇼트트랙 판정 논란까지 국내에서 반중 정서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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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한국인 고객이라도 유치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게 면세한도다. 한국의 면세한도는 9년째 600달러(약 72만원)로 ▶중국 5000위안(약 94만원) ▶일본 20만엔(약 208만원) ▶미국 800달러(약 96만원)에 비해 크게 낮다. 최근 명품 가격 인상으로 샤넬의 경우 가방 한 개의 가격이 대부분 500만원대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현재 한국인도 무착륙 관광비행을 하면 면세점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 하지만 600달러 초과액에 20~32% 세율로 관세가 부과되고, 고가품 기준인 185만2000원이 넘는 시계와 가방, 463만원이 넘는 보성·장신구엔 초과액의 50%의 관세가 또 붙는다. 웬만한 명품 제품은 면세점이 백화점보다 더 비싸진다.
명품가격 오르는데 면세한도 9년째 70만원
업계에선 “한국인 고객이라도 유치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게 면세한도다. 한국의 면세한도는 9년째 600달러(약 72만원)로 ▶중국 5000위안(약 94만원) ▶일본 20만엔(약 208만원) ▶미국 800달러(약 96만원)에 비해 크게 낮다. 최근 명품 가격 인상으로 샤넬의 경우 가방 한 개의 가격이 대부분 500만원대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현재 한국인도 무착륙 관광비행을 하면 면세점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 하지만 600달러 초과액에 20~32% 세율로 관세가 부과되고, 고가품 기준인 185만2000원이 넘는 시계와 가방, 463만원이 넘는 보성·장신구엔 초과액의 50%의 관세가 또 붙는다. 웬만한 명품 제품은 면세점이 백화점보다 더 비싸진다.

제주도를 면세특구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국의 경우 하이난을 면세특구로 개발해 면세한도를 10만 위안(약 1884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또 내국인도 하이난을 방문하면 이후 6개월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살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내국인 고객이 몰리면서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은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2020년 매출이 오히려 전년보다 약 9% 증가한 10조원에 달하면서 처음으로 세계 면세점 시장 1위에 올랐다. 반면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같은 기간 매출이 40% 가까이 급감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쇼핑은 여행 수요를 자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면세점의 위상을 결정하는 브랜드들의 이탈은 면세점뿐 아니라 관광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면세는 서비스·유통업이라 고용 효과도 매우 큰 산업”이라며 “지금은 위기 상황인 만큼 정부도 산업 생태계를 유지시키기 위해 규제 완화 등 좀 더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지원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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