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메뉴 사라져 "도시락 연명"..코로나에 우는 '캠퍼스 비건'

"캠퍼스 안은 물론이고 근처에도 채식 식당이 없다 보니 요새는 도시락을 직접 준비해서 학교에서 밥 먹어요." 성신여대 학생 손지우씨는 고기를 먹지 않는 '비건'(채식주의자)이다. 그는 2년 전부터 학교에서 사라진 채식 메뉴로 오랫동안 식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학생식당 운영이 감축되면서 채식 식단도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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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에 대학 곳곳 채식 식단 축소·중단
코로나19 유행 이후 학내 유동 인구가 감소하자 캠퍼스의 학생식당 운영은 자연스레 축소됐다. 동국대·국민대·성신여대 등 여러 대학은 그간 운영해오던 채식 메뉴 제공을 중단했다. 서울대도 이용 학생 감소를 이유로 채식 뷔페 운영을 중단했다. 올 들어 대면 수업 확대와 함께 운영을 재개했지만, 점심 식사만 가능하다. 현재 채식 학생식당이 있거나 채식 메뉴 제공하는 대학은 서울대·연세대·중앙대·삼육대·경북대·서울시립대·한국예술종합학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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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생협 "재정난 심화" vs 학생 "소통 부족"
대학 측은 학생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채식 메뉴 중단이나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비용과 경제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채식 뷔페 운영을 일시 중단했던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 관계자는 "학생 수 자체가 줄어든 데다 재정난이 심해지면서 채식 뷔페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연세대 생협 관계자도 "교내 식당은 배달 음식, 외부 업체와 경쟁을 해야 한다. 여기에다 코로나19로 학생식당이 어려운 상황인데, 재정적인 면을 고려하면 모든 학생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채식 메뉴에 대한 고민이나 사전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배유경 서울대 다양성위원회 책임전문위원은 "식당의 손익 계산이 이뤄지는 건 당연하지만, 구성원의 다양성이 필요한 이슈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 채식 동아리 '스누비건'에서 활동하는 유라씨는 "채식 뷔페가 중단된 걸 학교 측 통보로 뒤늦게 알았다. 사전에 학생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었다"라고 밝혔다.
대면 수업이 확대된 만큼 채식 메뉴도 다시 확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생 최지원씨는 "학생 식당은 두세 가지 메뉴를 판매하는 곳이 많다. 이 중 하나라도 채식인과 비채식인이 모두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제공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채식 메뉴 재확충해야" 인식 개선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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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상 초래해 다른 학생 피해" 반론도
반면에 굳이 채식 권리까지 보장해줘야 하냐는 회의적 반응도 있다. 채식은 개인의 선택인 만큼 코로나19 상황과 학생식당의 추가 인상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생식당 말고도 다른 선택지가 충분히 있는데 과도한 요구라는 것이다.
서울대생 A씨는 "최근 들어 학교 생협 적자 때문에 학생식당 메뉴 가격이 엄청 올랐다. 이런 식당들이 채식 메뉴까지 챙기다간 가격이 더 오를 수 있을 거 같다"면서 "물론 비건 학생들도 학내에서 밥을 먹어야 하지만, 소수 학생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더 비싸진 식당 가격을 감당해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김윤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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