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군단, 한국형 '그린 몬스터'에 적응하라

이형석 2022. 3.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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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아진 2022년 사직구장의 외야 펜스. 롯데 제공

'거인 군단'이 홈구장 새 단장을 통해 더 높아진 '그린 몬스터'와 처음 마주했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은 7일 1군 부산 사직구장에 모여 구슬땀을 쏟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사직구장 공사 탓에 2군 상동구장에서만 훈련했다. 사직구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약 3개월간 리모델링을 이어왔다.

기존의 사직구장 홈플레이트에서 좌우 펜스까지 거리는 95m에 불과했다. 10개 팀 홈구장 중 가장 짧았다. 중앙 펜스까지 거리도 118m로 대전구장(한화 이글스) 다음으로 짧았다. 외야 펜스가 4.8m로 높은 편이었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타자 친화적인 구장으로 꼽혔다.

대대적인 홈구장 개선 공사를 통해 사직구장은 투수 친화적 구장으로 변모했다. 홈플레이트에서 좌우 펜스까지 거리는 95.8m, 중앙 펜스까지는 120.5m로 더 멀어졌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외야 펜스다. 기존 4.8m 담장이 6m로 높아졌다. 국내에서 담장이 가장 낮은 문학구장(2.42m)의 2.5배 수준이다.

롯데는 지난해 홈 72경기에서 홈런 51개를 뽑는 동안 72개의 피홈런을 허용했다. 사직구장에서의 팀 평균자책점은 5.71로 나머지 구장(5.02)보다 훨씬 높았다. 지난해 폭투 1위(102개)를 기록한 롯데 투수와 포수는 이번 공사를 통해 이에 대한 부담도 덜게 됐다.

롯데 구단은 투수에게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고 했다. 다만 담장을 높이려면 외야 관중석을 뒤로 미는 등 대규모 공사가 불가피해, 철조망을 추가해 외야 펜스를 높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펜웨이파크

미국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파크는 11.3m의 높은 담장으로 유명하다. 이 구장의 왼쪽 담장은 '그린 몬스터'로 불린다. 홈플레이트에서 그린 몬스터의 좌측까지 거리는 94m로 짧지만, 수많은 홈런성 타구가 그린 몬스터를 맞고 외야 잔디에 떨어진다.

사직구장의 담장을 펜웨이파크 담장의 높이나 위용과 비교할 순 없다. 그래도 승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예전 같으면 홈런이 될 타구가 2루타로 바뀔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주루사가 나올 수도 있다.

7일 새 구장에서 타격훈련을 한 한동희는 "예전에는 빗맞은 타구도 넘어갔는데 지금은 안 넘어가는 것 같다”며 “정확하게 맞히는 훈련을 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2루타가 더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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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홈구장에서 '그린 몬스터'를 마주한 롯데 선수들에게 큰 과제가 생겼다. 롯데 외야진은 올 시즌 많이 바뀌었다. 새 외국인 선수 DJ 피터스가 중견수를 맡고, 기존에 좌익수로 뛰던 전준우는 1루수를 겸업할 예정이다. NC 다이노스로 FA(자유계약선수) 이적한 손아섭의 빈자리는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투수 친화적 구장으로 바뀌면서 수비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김평호 주루 및 외야 수비 코치는 "야구장이 넓어졌고, 또 높아졌다. 기존에도 10개 구단 야구장 가운데 외야 펜스가 높았는데 더 높아졌다. 전과는 다른 수비 대응이 필요하다"며 "맞춤형 훈련법 등을 고민하고 찾고 있다. 무턱대고 타구를 쫓을 게 아니라 상황에 따른 정확한 판단이 요구된다. 잡기 어려운 타구는 과감히 포기해야(펜스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에는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돼 점수를 뽑기 더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세밀한 수비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김 코치는 "펜스 높이, 타구 각도, 펜스 및 철조망을 맞고 튕겨 나오는 강도 등을 예상하고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와일드카드 게임에선 '그린 몬스터'가 승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보스턴이 3-1로 앞선 6회 초 1사 1루 수비, 양키스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홈런성 타구가 '그린 몬스터'를 맞고 떨어졌다. 다른 구장이었다면 홈런이 될 타구였다. 보스턴은 환상적인 펜스 및 중계 플레이로 1루 주자의 홈 쇄도를 막아 양키스의 더그아웃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6회 말 보스턴은 1점을 달아나며 분위기를 잡았고, 결국 6-2로 승리하면서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했다.

롯데 역시 홈구장의 특성을 잘 살린다면 홈어드밴티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경기장이 확실히 커졌다.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베이스러닝과 송구 릴레이 등 바뀐 구장에 맞는 훈련으로 홈 이점을 잘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김평호 코치도 "우리가 사직구장에서 가장 많이 경기하니까 선수들이 적응을 잘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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