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100만 배럴' 비축유 푸는 미국..월가 "반창고 조치"

김연주 2022. 4. 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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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저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하고 당선을 축하했다. [사진 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 세계의 ‘에너지 전쟁’으로 격화되는 양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치솟는 유가를 잡기 위해 6개월 동안 매일 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서방국의 각종 금융제재에 고립무원에 빠진 러시아는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로 결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이 전쟁을 선택하며 시장에 공급되는 기름이 줄었다”면서 “생산 감소는 기름값을 올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단기적인 유가 안정을 위해 앞으로 6개월 동안 1일당 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이번에 시장에 풀겠다고 약속한 원유는 모두 1억8000만 배럴 규모다. 지난해 11월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비축유 방출 규모의 3배가 넘는다. 전략 비축유(SPR)는 미 대통령이 유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위기 때마다 꺼내는 수단 중 하나다. AP통신에 따르면 전략 비축유는 미국 중남부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소금 동굴에 저장돼 있다.

요동치는 국제유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미국이 저장해놨던 기름을 방출한다는 소식에 국제 유가는 급락했다. 지난달 3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7%(7.54달러) 하락한 100.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가장 비쌌던 지난달 8일(배럴당 123.7달러)과 비교하면 23.4% 급락했다.

이뿐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석유 시추용 공공부지를 임대해놓고 원유를 생산하지 않는 땅에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의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미국 내 원유 시추를 늘려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그는 유가 안정을 위해 동맹국에서 3000만~5000만 배럴의 비축유를 추가로 풀 수 있다는 공급 조치도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의 비축유 카드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는이같은 추가 공급은 단기적으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방안이지만 러시아산 원유 손실을 만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의 4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300만 배럴씩 줄어들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의 이번 하루당 100만 배럴 추가 공급은 부족분의 약 33%만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ING의 전략가들은 “미국이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를 방출해도 러시아 공급 손실을 만회할 수 없다”며 “유가를 지속적으로낮추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이네스SPI자산운용 파트너는 “과거 사례를 보면 비축유 방출은 일시적인 조치로 다리에 반창고를 붙인 것과 같다”고 말했다.

비축유 방출의 효과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 데는 미국 홀로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어서다. 현재 원유 공급의 실질적인 키를 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물론 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들로 이뤄진 OPEC 플러스(OPEC+)는 서방의 대폭 증산 요구에 요지부동이다. OPEC 플러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각국 석유장관 정례회의에서 ”오는 5월부터 하루 43만2000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존 40만 배럴에서 겨우 3만2000배럴 추가로 늘린 것이다. 사실상 서방진영의 지속적인 대규모 증산 요구를 거절한 셈이다.

한편, 러시아는 더 노골적으로 ‘에너지 무기화’에 나서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천연가스 대금 결제를 자국 통화인 루블로 요구한 데 이어 아예 제도화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른바 ‘비우호국’ 구매자들은 이달 1일부터 러시아 가스 구매 대금을 루블로 결제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비우호국 출신 구매자들이 새로운 결제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현 가스 공급 계약은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방 국가의 제재 시행에 맞서 러시아가 지정한 ‘비우호국’에는 미국, 영국,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등이 포함된다. 한국도 러시아의 비우호국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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