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만 하자” 전에…교회 상담에도 전문성이 필요하다
<상>기도와 상담 사이
마음건강 위기 속 상담 수요 증가
전문가들 “비밀보장·역할 분리 등 갖춰야”

50대 여성 A씨는 오랫동안 ‘내가 잘해야 버림받지 않는다’는 생각에 붙들려 살았다. 자식들을 대학에 보낸 뒤 찾아온 외로움은 남편이 자신을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번졌고, 약물치료를 받으면서도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 뒤 아버지를 기다리던 기억은 남편과의 관계뿐 아니라 하나님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A씨는 전문 기독 상담을 통해 불안의 뿌리를 돌아봤다. 상담 과정에서 “남편이 나를 섭섭하게 할 수는 있어도 버리지는 않는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하나님이 어린 나를 안아주고 계셨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부족한 나를 버리는 분’이 아니라 ‘부족한 나를 안아주시는 분’으로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A씨처럼 마음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교회 안팎에서 늘고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 진료를 받은 ‘수진자’(실인원) 수는 2019년 약 205만명에서 2023년 약 268만명으로 63만명 정도 늘었다. 같은 기간 정신건강 관련 기관은 15.1% 늘어난 2949개소로 집계됐다.
마음건강 위기가 깊어지는 시대, 교회 안 상담 사역도 새로운 기준을 요구받고 있다. 기도와 말씀, 공동체적 돌봄은 여전히 중요한 회복의 자원이지만, 모든 마음의 문제를 신앙 권면만으로 감당할 수는 없다. 우울증을 비롯해 가정폭력과 트라우마 등 전문적 개입이 필요한 사안을 영적 문제로만 해석할 경우 당사자는 더 깊은 죄책감과 고립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독 상담이 선한 의도를 넘어 비밀보장과 역할 분리, 전문기관 연계 등 윤리적 기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규리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는 1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한 신앙 권면이나 성경 구절 제시는 기독교상담이라기보다 목회지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즉 기독교상담은 내담자의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상담학과 심리학의 도구를 사용하고, 동시에 내담자의 영적 자원을 찾아내도록 돕는 전문 영역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상담학과 심리학을 사용해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내담자의 영적인 자원을 다루는 것이 기독교상담의 독특성”이라고 했다.
기독상담이 전문 영역이라면, 그에 따른 윤리 기준도 함께 요구된다. 교회 안 상담은 목회자와 성도, 리더와 교인이라는 관계가 겹쳐 있어 일반 상담보다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성도들은 목회자나 교회 리더에게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는다. 하지만 같은 공동체 안에서 다시 마주쳐야 한다. 상담 내용이 설교 예화로 사용되는 등 의도치 않게 알려질 수 있다는 불안도 크다.
김 교수는 “교회 안에서 상담사역을 하려면 반드시 기독상담자는 비밀보장을 지켜야 한다”며 “문서도 암호화해서 상담자 이외에는 볼 수 없어야 하며, 누가 상담소를 오시는지도 내담자가 밝히기 전에는 비밀로 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상담으로 연결해야 할 기준도 분명히 해야 한다. 판단 기준은 일상의 변화다. 수면과 식사, 직장생활, 대인관계, 가족관계, 신앙생활이 평소와 달라지고 일상이 어려워지고 있다면 전문적 개입을 권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우울증, 자살위기, 중독, 가정폭력, 트라우마는 모두 심각한 전문 상담이 필요한 경우”라며 “반대로 평소의 일상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면 주변에서도 살펴보고 전문 개입을 권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상담 수요가 늘면서 상담 인력의 자격과 윤리 기준 등을 정비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심리상담 서비스 제공 인력의 자격과 관리 체계를 규정하는 상담 관련 법안들이 상정돼 논의됐다.
조영진 한국기독교심리상담학회장은 “상담은 목회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며 신앙적 자원까지 함께 살피는 영역”이라며 “교회와 상담계가 기독상담의 전문성과 윤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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