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벌레 기어가는 느낌”… 약물 중독 아닌 ‘희귀질환’도 원인?

일부 마약에 중독되면 ‘메스 버그(meth bug)’라는 부작용을 겪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메스 버그는 메스암페타민계 약물을 뜻하는 메스(meth)와 벌레(bug)의 합성어로, 피부 위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환각을 느껴 심한 상처가 날 정도로 피부를 긁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마약 중독자가 아닌데도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 자신의 피부를 해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증상을 유발하는 희귀질환 ‘모겔론스병(Morgellons Disease)’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모겔론스병은 피부에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을 받아 피부 곳곳을 긁어 상처를 입히는 희귀질환이다. 환자들은 피부를 과도하게 긁어 피부 곳곳에 발진이 발생한다. 가려운 증상은 보통 얼굴이나 허벅지, 손발에 나타난다. 피부가 벗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관절통이나 근육통을 겪는 환자들도 있다. 극심한 피로와 불안을 호소하고, 우울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가려움증이 심해져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국제학술지 ‘Clinical, Cosmetic and Investigational Dermatology’에 따르면 모겔론스병은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1만4000건 정도 발생해 매우 희귀하다. 지금까지 보고된 환자 중에는 중년 백인 여성이 가장 많았다.

모겔론스병은 매우 희귀해서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발병 원인 또한 정확하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모겔론스병이 정신 장애인 ‘피충망상증’과 관련 있다고 주장한다. 피충망상증은 기생충이 인체에 침입했다는 잘못된 생각을 믿는 질환이다. 자신의 피부나 몸 어딘가에 기생충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해 가렵고 무언가가 기어다니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감각을 없애기 위해 피부를 과하게 긁고 할퀴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2012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모겔론스병 환자 115명을 대상으로 조직 검사와 혈액 검사를 진행하고 과거 병력을 분석한 결과, 정신건강과 피부 질환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모겔론스병의 증상은 생명에 위협이 되진 않는다. 다만, 극심한 가려움증으로 인해 환자의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고, 추가 피부 감염이 발생할 수 있어 대부분 치료를 진행한다. 모겔론스병은 완치법이 없다. 다만, 의심되는 세균 감염이 발견된다면 항생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한다. 피충망상증 등 정신적인 요인이 원인으로 의심된다면 항불안제, 항우울제 등을 처방할 수 있다. 모겔론스병이 유전질환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정확한 원인도 파악되지 않아 예방법도 없다. 단,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피부 발진이 심해지고 상처를 통해 피부 감염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히 병원을 방문할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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