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총재 선거, 추천인을 통해 보는 선거 판세는
여러 파벌에서 골고루 지지 모은 '다크호스' 고바야시
아소·스가·기시다 등 전·현직 총리 역할도 주목.
차기 일본 총리가 될 자유민주당의 새 총재(대표)가 오는 27일 선출된다. 이전 선거와 달리 역대 최다인 9명의 후보가 출마하며 선거 판세가 혼탁해진 가운데, 일본 언론들은 총재 선거 입후보에 필요한 20명의 국회의원 추천인을 어떻게 채웠는지를 바탕으로 후보별 지지 기반과 판세를 분석하고 있다.
14일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총재 선거는 자민당 내 비자금 모집 사실이 알려지며 그동안 당내 인사와 자금을 장악해왔던 주요 파벌(계파)이 해산을 선언한 후 열리는 첫 선거다. 선거 전 물밑 협상과 조율 역할을 했던 파벌들이 사라지며, 총리 자리에 도전하는 후보가 쏟아져 나왔다. 후보가 5명을 넘은 적이 없었던 지난 10년간의 총재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에는 9명이 출마했다.
후보 수가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선거 출마에 필요한 20명의 국회의원 추천을 확보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추천인 명단은 공개되기 때문에, 추천인이 된다는 것은 선거 운동과 자금 지원을 포함하는 적극 지지의 의미가 있다. 총재 선거에서 의원이 행사하는 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선거 판세를 예측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이 추천인 명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존 파벌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 보인다. 하야시 요시마사(63) 관방장관은 20명 중 15명을 기시다파 출신 의원으로 채웠다. 고노 다로(61) 디지털상은 18명, 모테기 도시미쓰(68) 간사장은 14명을 자신이 속한 파벌 의원으로 채웠다. 반대로 다양한 파벌 출신 의원들로부터 추천을 받으며 넓은 지지 기반을 과시하는 후보도 있다. 고바야시 다카유키(49) 전 경제안보상은 니카이파, 아베파, 아소파 등 무파벌 의원을 포함해 5개 파벌에서 골고루 추천인을 모았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특징은 비자금 조성 사실이 밝혀진 이른바 ‘우라가네(비자금) 의원’이 추천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비자금을 조성한 자민당 의원이 100명이 넘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자민당 지지율이 한때 10%대까지 추락했고 기시다 후미오(67) 총리가 재선을 포기한 만큼 해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선거에도 불리하다. 때문에 각 후보는 최대한 추천인에 우라가네 의원을 포함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상의 경우 아베파 다음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원이 많았던 니카이파에 소속됐었지만 추천인 명단에 우라가네 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선거 초반 자민당 내 소장파 역할을 빠르게 자처하며 40명 이상 의원의 지지를 확보했기 때문에 여유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우익 성향을 과시하며 인기를 얻어온 다카이치 사나에(63) 경제안보상의 경우 추천인 20명 중 무려 13명을 우라가네 의원으로 채웠다. 히사에 마사히코 교도통신 특별편집위원은 12일 일본 TBS의 보도 프로그램에서 해당 사실을 지적하며 “다카이치 의원이 추천인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총재 선출 이후 파벌 재구성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는 노회한 ‘킹메이커’들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43) 전 환경상을 지지하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자신과 가까운 무파벌 의원들을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추천인으로 포함시켰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차기 총리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는 등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정치인이다.
아소 다로 전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아소파에서 고노 다로 전 외무상이 출마했음에도 자파 의원을 대거 가미카와 요코(71) 외무상의 추천인으로 지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후보 난립으로 인해 확실시되는 결선 투표에서 가미카와 외무상이 소속됐던 기시다파의 지지를 얻기 위해 보험을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선 도전 의사를 접은 기시다 총리 역시 기시다파 간부 출신 의원들과 회동하며 총재 선거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지난 12일 고시됐으며 오는 27일 투·개표가 이루어진다. 국회의원(중의원·참의원) 367표와 당원(당비 납부 일본 국적자)·당우(후원 정치단체 회원) 367표를 합산한 1차 투표에서 과반수 표를 차지한 후보가 없으면 같은 날 진행되는 결선 투표에서 국회의원 367표에 각 도도부현 지부에 주어진 47표를 합산해 총재를 결정한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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