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상하면 안돼" 냉장고 보관…이 약은 오히려 위험해요 [노화 늦추기④]

정종훈 2024. 9.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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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뵙는 부모님, 그새 부쩍 세월이 느껴지시나요. “나이가 들어 그렇지”라고 그냥 넘겼던 증상이 알고 보면 질환의 증상이나 전조일지 모릅니다. 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도움말을 받아 명절 기간 부모님 노화를 늦추는 다섯 가지 건강법을 연재합니다. 네 번째는 서울아산병원 한혜원 약제팀장이 말하는 ‘올바른 약 복용법’입니다.

다양한 알약들이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놓여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고혈압약, 당뇨약, 진통제, 영양제…. 노년기 부모님이 복용하는 약을 세보면 깜짝 놀랄 수 있다. 하루에 챙겨 먹는 약 개수가 10개를 훌쩍 넘기곤 해서다. 먹는 약의 개수가 늘어나는 건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지만, 약품에 따른 부작용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 체내 수분량이 감소하고, 지방 조직은 증가한다. 약을 먹었을 때 그 성분이 농축·축적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간 대사 능력, 신장 배출 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이를 더 부추긴다.

특히 약을 많이 먹을수록 약품 간 상호작용이 활발해지거나 비슷한 약효가 중복되는 문제가 나타난다. 이 때문에 부작용이 심해지고, 생각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의사가 처방한 약, 유명한 건강기능식품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부모님의 노후 건강을 챙기려면 '3가지'를 기억하는 게 좋다.


의사·약사에게 복용 약을 알리자


약을 먹고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원래 갖고 있던 질병 때문인지, 지금 먹은 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그래서 의사·약사에게 복용 약을 잘 알리려면 그 약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약의 이름을 아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각 병원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내가 먹는 약 조회' 서비스를 이용해도 된다. 그것도 어려우면 그냥 손으로 직접 쓰면 된다. 이런 과정이 번거롭다면 약을 살 때 받은 약 봉투나 복약설명문을 보관하거나, 휴대전화로 이를 촬영해서 갖고 다니는 것도 좋다.

약만 챙긴다고 끝이 아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뿐 아니라 따로 사서 복용하는 영양제·비타민 등 건강보조식품도 꼭 의사·약사에게 알리는 게 좋다. 약품 효과와 부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서울아산병원 약물조화클리닉을 찾은 노인 환자가 진료를 받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먹는 약의 용법을 정확히 지키자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의 용법을 정확히 지키는 건 올바른 약 복용의 첫걸음이다. 약의 효과를 보장하고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약이 너무 많고, 복용법도 복잡하다면 의사나 약사에게 '약 먹는 시간과 횟수를 단순하게 바꿀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게 좋다. 환자가 먹는 약품 전체를 질병·증상·부작용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챙겨주는 병원이나 약국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병원·약국에서 약을 받을 때는 약 봉투나 복약설명문에 적힌 복용 시간과 횟수를 잘 확인해야 한다. 마음대로 약을 반으로 자르거나 가루로 만들면 약효가 사라지거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약사의 복약지도 내용을 잘 복기하면서 개별 약마다 용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지켜야 한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약을 건네주거나 다른 사람 약을 받아서 임의로 복용하는 건 금물이다. 같은 증상이라도 사람마다 가진 질병과 복용 약이 다르다. 정확한 의사·약사 판단 없이 약품을 바꿔 먹으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다 먹어서 비어있는 약 포장 팩. 로이터=연합뉴스


약의 보관방법·유효기간 확인하자


약에도 식품처럼 유효기간이 있다. 겉 포장지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약품마다 허가된 보관 조건을 지키는 한편, 개봉하지 않고 보관할 때 약효가 계속 이어지는 기간을 의미한다.

평소 먹는 약품의 보관방법이나 유효기간을 좀 더 세심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 조제·복용 과정에서 약품이 공기 중에 노출되고, 약 포장에 적힌 기간까지 약효가 이어진다고 보기 힘들어서다.

일반적으로 약품을 제대로 보관하려면 햇빛이 들지 않고 습기도 없는 서늘한 곳이나 집안 서랍 속에 두는 게 좋다. 특히 냉장 보관 약은 2~8도 수준의 기온이 유지되는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다만 냉장 보관해야 하는 약품 외에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냉장고 안에서 약이 얼어버리면 변질할 우려도 있다.

그 밖에 변질 위험이 높은 유산균·인슐린 같은 주사제, 안약의 보관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사용하고 남은 안약을 실온에 계속 두거나 개봉한 뒤 유효기간이 지났다면 오히려 세균 감염을 일으키게 된다. 일회용 안약은 말 그대로 한 번만 사용한 뒤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변질했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약품은 일반 쓰레기통, 싱크대 하수구 등으로 무심코 버리면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 폐의약품을 수거하는 보건소, 약국의 '폐의약품 수거함'을 기억해야 한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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