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 유산 무조건 돌려줘? 이젠 전략 바꿔야 할 때
[임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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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행사 포스터 |
| ⓒ 국가유산청 |
앞서 살펴봤듯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은 불법 반출, 거래와 수집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획일적 환수는 한계가 있다. 그동안 환수 정책은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라는 당위론에 무게를 두어 왔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불법 반출일 경우 법적 환수는 가능하지만, 합법적 거래와 기증 형식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제법과 각국 문화재법, 외교 관계, 시장 구조가 얽혀 있어 단순 반환 요구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실제 유물 환수 상당수는 법정이 아니라 시장과 외교 현장에서 이뤄진다. 일본 개인이 소장한 대동여지도는 매입 방식으로 돌아왔고, 독일 수도원에 있던 겸재 정선 화첩은 신뢰와 설득 끝에 기증받았다. 또 왕실 어보와 죽책은 미국과 수사 공조를 통해 귀환했다. 반면 프랑스 외규장각 의궤는 장기 대여라는 우회로를 따라 돌아왔다. 이들 사례는 환수가 정치·외교·시장·여론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종합 전략 게임'임을 보여준다.
이제는 인식을 전환할 때다. 핵심은 '반환 요구'에서 '국제 의제화'로 바꾸는 것이다. 개별 국가를 상대로 한 감정적 접근 대신, 국제 사회와 함께 논의해야 할 문화 정의(cultural justice)의 문제로 확장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것이니 돌려달라"가 아니라 "식민지와 전쟁 과정에서 이동한 문화유산을 어떻게 윤리적으로 관리할 것인가"라는 보편적 의제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부산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를 실현할 최적의 기회다. 우선 공식 의제화가 필요하다. 예컨대 '해외 소재 문화유산의 윤리적 관리'를 주제로 특별 세션을 신설하고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식민지 유산, 전쟁 약탈, 디지털 접근권, 공동 관리 원칙을 담을 수 있다. 특정 국가를 겨냥하지 않더라도 국제 규범과 여론을 형성한다면 기대효과는 충분하다. 법적 강제력은 약해도 국제 기준, 즉 '소프트 로(soft law)'를 구축할 수 있다.
이른바 '부산 선언(Busan Declaration)'도 검토할 만하다. 불법 반출 유산은 환수를 원칙으로 하되, 공동 관리와 순환 전시, 장기 대여, 디지털 공유 등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외규장각 의궤와 일본 고토쿠인(高德院) 관월당(觀月堂)은 시사점이 뚜렷하다. 상대를 비난하기보다 신뢰와 설득을 통해 환수한 사례다. 상대를 몰아세우는 대신 협력의 명분을 만들었다.
스토리텔링 전략도 중요하다. 부산 회의 기간 중 '이동된 문화유산'(Displaced Heritage)을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외규장각 의궤와 관월당처럼 성공적인 환수 사례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하면 국제사회에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이때 핵심은 피해 의식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문화유산이 어떻게 사람과 역사, 기억을 연결하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비난보다 공감, 대립보다 협력의 메시지가 설득력 있다.
국가별 맞춤 전략도 필요하다. 일본에는 자발적 반환 사례를 제시하며 '관월당 모델'을 확대하는 접근이 효과적이다. 프랑스에는 장기 대여 모델을 국제 표준으로 제안할 수 있다. 미국에는 불법 반출과 박물관 윤리 기준, 합법성 검증 문제를 제기하며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비공식 협상 통로도 모색할 부분이다. 양자 회담과 박물관장 네트워크, 공동 전시 협약은 환수 가능성을 높이는 실질적 통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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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후기 작품인 칠보산도 병풍. 가로 460cm, 세로 185cm로 대작이다. |
| ⓒ 국가유산청 |
"어떻게 함께 기억하고 관리할 것인가."
이 질문을 부산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국제 사회가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관건은 비난이 아닌 설득, 압박이 아닌 규범 형성에 달렸다.
- 국가유산청 정책자문위원(순천향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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