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더 감추려고? 윤석열 정부, 정보 은폐 꼼수 쓰고 있다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정보공개센터 2024. 10. 3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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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보가 알고 싶다] 국무회의 통과한 정보공개법 개악안, '알권리 침해법' 우려

[정보공개센터]

 10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10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하는 경우 정보공개 청구를 처리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종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번 개정안 의결에 시민사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비판에 나섰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 입법안은 7~10일 사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국회에 제출된다.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보공개제도의 취지에서 벗어난 부당하거나 과도한 청구에 대한 판단기준과 종결처리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히며, "기존에 청구인이 악의적으로 부당·과도한 정보공개 청구를 하더라도 반드시 처리해야 해 담당자의 업무 부담이 과도해지고 행정력 낭비가 발생했지만, 앞으로는 부당·과도한 청구는 처리하지 않고 종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안부의 설명과 달리, 정부의 개정안은 알권리를 포함한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정보공개제도의 근본적 취지와 원칙을 뒤집는 것이다. 정보공개는 청구 목적이나 의도와 관계없이 궁금한 시민 누구든 공공정보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번 정부 개정안은 '악의성'의 여부나 '부당하거나 과도한 요구'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공공기관이 청구인의 의도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정보공개를 차단할 수 있게 한다.

정부는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의 기준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 정보를 취득해서 활용할 의사가 없는 경우 ▲ 괴롭힐 목적 ▲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방대한 양이라는 세 가지 기준 모두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판단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욕설, 비방' 등 구체적인 행위를 제재하는 것도 아니고, 청구인의 의사를 기관이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검열과 다름이 없다.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관한 기준(안 제11조의3제2항)'
① 정보를 취득·활용할 의사가 없이 제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하는 경우
②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담당자를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경우
③ 정보를 특정하지 아니하거나 방대한 양의 정보공개를 청구하여 공공기관의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 개정안이 통과되어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면 '우리를 괴롭히려고 청구한 것 같으니 자체적으로 종결처리 하겠다', '5년치 특수활동비 내역은 너무 방대하여 업무에 지장을 주니 종결처리 하겠다', '활용계획이 없는 것 같으니 종결 처리하겠다'는 처분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진다.

실제로 지난 7월 30일 행안부가 이번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며 발표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부당한 악성 청구 사례' 중에는 신고포상금을 일부만 수령한 청구인이 4년치 공용차량 운행일지, 하이패스내역, 업무추진비 및 법인카드 내역을 청구해 업무에 지장을 주었다는 사례도 포함되었다.

하지만 업무추진비와 법인카드내역, 차량운행일지 등은 기관의 투명성을 위해 최대한 자세히 홈페이지에 사전적으로 공개하고, 사이트를 안내하는 것으로 청구 처리를 대체할 수도 있는 정보다. 누가 청구하는지와 상관없이 공개해야 할 정보를 미리 공개하겠다는 방향이 아니라 의도가 나쁜 것 같으니 종결시키자는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정보은폐 심각한 현 정부 행정 감시 불가능하게 해
 10월 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대통령실 직원명단을 공개하라는 2심 판결을 내렸다.
ⓒ 복건우
게다가 이렇게 모호한 기준으로 종결처리를 할 수 있다면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정보은폐 행태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고, 시민들의 정보공개 요구가 입구부터 차단되어 감시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1심과 2심 법원이 모두 "국가안보 위험 주장이 설득력이 없고, 공익을 위해 공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대통령비서실 직원명단의 경우에도 '사적채용' 의혹 등으로 권력기관이 공개하고 싶어 하지 않는 민감한 정보인 경우 상고를 거듭하며 시간을 끈다. 정보공개 여부로 싸우기도 전에 종결처리를 두고 정보공개 여부를 다루어 달라고까지 싸워야 한다면 행정 감시는 위축되고 쟁송이 반복되며 사회적인 비용이 더 발생할 것이다.

검찰 특수활동비 공개 거부도 마찬가지다. 정보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도 무시하고 최근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에 대해 또다시 공개를 거부한 검찰은, 정보공개센터 등 시민단체들이 몇 년간의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하여 업무처리에 현저한 지장을 주고 있으므로 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이미 소송에서 하고 있다.

행안부는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종결처리 여부를 판단하지 않도록 종결 결정은 각 기관에 설치된 '정보공개심의회'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며 마치 공정성을 보장한 것처럼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각 기관의 정보공개위원회는 외부위원을 위촉하는 권한이 행정에 있고, 회의 진행 방식도 행정이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의가 서면으로 진행되는 등 내실 있게 운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게다가 '악의적 괴롭힘'에 대한 판단은 그동안 청구인과 기관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른 민원과 처분 등을 고도의 맥락 안에서 살펴보아야 하는데, 그러한 역할을 정보공개 여부를 판단해야 할 '정보공개심의회'에서 맡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 법원에서 다루어야 할 정도의 기본권 제한에 대한 판단을 행정에서 꾸린 심의회에서 진행한다면, 행정의 안건 설명에 의지하여 편향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알 권리 지키기 위해 국회가 나서야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부당한 악성 정보공개 청구 심의회 열어 종결 처리 가능해진다"
ⓒ 행정안전부
보도자료에서 행안부는 이번 개정안이 "지난 5월 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의 일환이며, 부당한 악성 정보공개 청구를 최소화하고 정보공개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마련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시민단체 간담회와 국회 토론회에서 시민사회는 개정안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일방적으로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 개정을 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공무원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을 함께 고민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악성 민원과 공무원 괴롭힘에 대한 대책은 기관의 책임자들이 공무원에 대한 보호조치를 강화하고, 협박이나 위협에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문제다. 정보공개청구가 부분적인 수단으로 이용된다고 해서 행정기관에 시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고 청구를 무시할 수 있는 권한을 주도록 법을 바꾸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시민을 더 적대적으로 만들 뿐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시민의 알권리를 차단하는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며 강행했다. 각종 비리와 특혜, 권력남용의 의혹으로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현 정부가 이제는 아예 시민들의 정보공개 요구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조치를 이렇게 신속하게 법제화하려는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금 이 시점에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공공의 책임성과 우리 사회의 신뢰는 근본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 재가 이후 국회에 법안이 제출된다면, 시민들의 힘으로 선출된 국회가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 시민의 대표자로서 국회의 역할은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정부의 폭주를 견제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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