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설상 종목이 연일 메달 소식을 전하며 ‘기적’을 써 내려가고 있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 출전한 김상겸이 은메달을 따낸 데 이어, 다음 날에는 유승은이 스노보드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유승은은 대한민국 여자 설상 종목 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새 역사를 썼다.

낭보는 이어졌다. 2월 13일 최가온은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받아 88.00점의 클로이 김(미국)을 제치고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섰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이자 한국 설상 종목 동계 올림픽 1호 금메달이기도 해 더욱 값진 메달이 됐다.

여기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히는 이채운까지 가세하면서, 한국 스노보드는 단숨에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이상호가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대한민국 설상 종목 최초의 메달을 안긴 이후, 불모지로 여겨지던 영역이 눈에 띄게 성장한 셈이다.

그런데 이 놀라운 성장의 배경에는 다소 의외의 이름이 있다. 바로 불교계가 후원하는 국내 최대 규모 스노보드 대회, ‘달마 오픈(달마배 스노보드 대회)’이다.

이 대회의 시작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양주 봉선사의 호산 스님은 인근 스키장에 안전 기도를 하러 갔다가 설원을 자유롭게 가르는 스노보드의 매력에 빠졌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그 움직임이 불교의 자유로운 정신과 닮았다고 느꼈다는 것. 이후 스노보드를 즐기던 청소년들로부터 “스님, 우리 실력을 보여줄 대회가 없어요”라는 말을 듣고 결단을 내렸다.

2003년, 사찰과 불자들의 보시금을 모아 ‘제1회 달마배 스노보드 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당시 1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상금을 내걸며 비인기 종목이던 스노보드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조계종의 지원을 바탕으로 규모를 키워왔고, 2016년에는 대한스키협회 공인 대회로 승격되며 국제 공인대회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우승자에게 국가대표 선발 가산점을 부여하고, 2000만원 규모의 장학금까지 지원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놀라운 점은 이번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모두 이 대회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김상겸, 유승은, 이채운 등은 어린 시절 ‘달마 오픈’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으며 성장했다. 이들을 두고 팬들은 ‘달마 키즈’라 부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불교 다방면으로 힙하다”, “달마 키즈라니 귀엽다”, “이래서 손오공이 슈퍼보드를 타나 봄” 같은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종교와 익스트림 스포츠의 만남이라는 의외성, 그리고 꾸준한 후원이 만들어낸 결과가 지금의 메달 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설원 위에서 써 내려간 기적 뒤에는 20년 넘게 이어진 한 스님의 집념과 지원이 있었다. 대한민국 스노보드의 최대 스폰서가 불교라는 사실, 그 자체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스토리로 남고 있다.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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