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극대화' 아르헨티나와 '11인 시스템' 오스트리아… J조의 상반된 월드컵 접근법 [월드컵.1st]

김진혁 기자 2026. 6. 1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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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1인 전술 극대화와 11인 전술 조직력. 월드컵에 도전하는 국가들이 고민하는 대표적인 두 접근법이다. 재밌는 건 두 양극화 전술의 대표주자인 아르헨티나와 오스트리아가 한 조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다.

17일(한국시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J조 1차전 일정이 종료됐다. 오전 10시 미국 캔자스시티의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알제리의 맞대결에서는 아르헨티나가 3-0 대승을 거뒀다. 오후 1시 미국 산타 클라라의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리어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오스트리아와 요르단의 경기는 오스트리아의 3-1 승리로 종료됐다.

현재 J조는 골득실 우위를 점한 아르헨티나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는 골득실 +2인 오스트리아, 3위와 4위는 각각 요르단과 알제리가 위치하고 있다. J조 내 강자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와 오스트리아가 3골 대승을 나란히 기록하면서 사실상 32강 진출 확률을 크게 높였다. 남은 3위 자리를 두고 요르단과 알제리가 혈투를 펼치는 모양새가 일찌감치 형성됐다. 오는 23일 아르헨티나와 오스트리아의 1위 결정전, 요르단과 알제리의 3위 결정전이 열린다.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3위 멸망전 만큼 상반된 접근법을 가진 아르헨티나와 오스트리아의 정면승부 역시 기대를 모은다. 통상적으로 월드컵 같은 단기 토너먼트에서는 호흡이 긴 리그와 달리 좀 더 특수성 있는 전술이 고안되곤 한다.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가 지난 2022 카타드 월드컵 우승 때부터 꾸준히 밀고 있는 '리오넬 메시 극대화 축구'다. 말 그대로 '미친 선수' 한 명에서 온 전력을 쏟아부어 결과만을 쫓는 형태다. 반면 정공법을 택하는 국가들도 있다. 클럽 축구처럼 오랜 시간 조직력을 갈고닦은 뒤 월드컵을 무대로 최상의 시스템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오스트리아가 대표적이다. 체제 구축에 도가 튼 랄프 랑닉 감독 밑에서 팀 철학부터 전술 시스템까지 모두 통일한 '시스템 축구'를 추구한다. 완벽히 정반대되는 접근법이다.

조별리그 1차전부터 두 팀의 축구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보였다. 먼저 아르헨티나는 메시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 대승의 결과를 만들었다. 4-4-2 형태에서 투톱 배치된 메시는 '프리롤'을 맡았다. 압박, 수비 가담 등 체력 소모를 야기할 수 있는 모든 부담을 내려놓고 오직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부여받았다. 전방에서 어슬렁어슬렁 움직이면서 상대 빈틈을 찾고 동료가 공을 건네주면 곧장 머릿속에 그린 그림을 현실화했다. 물론 천하의 메시이기에 가능한 공격 방식이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게티이미지코리아

전술이 노출된 지도 오래됐고 메시 역시 나이를 먹었지만, 파괴력은 여전했다. 전반전부터 상대 압박 전형 뒤에서 공을 잡은 메시가 통렬한 중거리포를 꽂아 넣었다. 후반전에는 메시 중심의 공격 전개를 통해 2골을 추가로 더 넣으면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특히 3번째 득점은 메시가 동료 공격수와 공을 주고받으며 본인에게 걸린 압박을 직접 푼 뒤 니어포스트 감아차기로 마무리하는 아르헨티나식 '매크로 공격법'이었다.

물론 완벽한 약점도 있다. 메시에게 모든 공격이 할애되는 만큼 당연히 메시가 막히면 위력은 급감한다. 무작정 맨투맨 수비는 어렵다. 대부분 시간을 걸어 다니는 메시에게 맨투맨을 붙이면 본인 팀 선수 한 명도 같이 걸어 다니게 되는 아이러니에 빠질 수 있다. 다만 메시에게 전달되는 공을 막는 식의 접근법이라면 아르헨티나 공격을 제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책일 수 있다. 또 메시가 당일 경기 컨디션이 흔들린다면 역시나 같은 결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수비 기여가 없는 메시를 대신해 몇 배로 뛰어야 하는 주변 선수들이 노출한 공간을 공략하는 방법도 있다.

랄프 랑닉 오스트리아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오스트리아의 접근법은 이론적으로는 완벽하다. 11명의 선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일대일 전력에서 불리한 입장을 팀 전력으로 극복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게다가 경기력 편차 역시 한 선수에게 집중되는 팀보다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다. 다만 전술 시스템 자체가 통하지 않는다면 전략적 수정을 가하기 어렵다. 토너먼트 같은 단판 경기에서는 전술 전략을 무시한 한 방을 꽂아넣을 수 있는 슈퍼스타가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다.

요르단전에서 단적으로 위 요소가 모두 드러났다. 오스트리아는 경기 초반부터 준비된 패턴 하에 집요한 공격을 취했다. 상대가 5-4-1 형태로 내려서자, 파이브백 사이마다 공격수를 한 명씩 배치해 밀집 수비 공략에 나섰다. 왼쪽에서 마르셀 자비처가 공을 잡을 때 사이 배치된 선수들이 일제히 뒷공간으로 뛰어 들어가는 공격 방식이 전반전 여러 번 포착됐다. 선제골 때도 약속된 플레이가 돋보였다. 전반 20분 크사버 슐라거가 왼쪽 공간에서 상대 수비진 여럿의 시선을 묶었고 이때 중앙에서 자유로워진 로마노 슈미트가 공을 받아 중거리 득점에 성공했다. 랑닉 감독이 구상한 '파이브백 공략법' 중 몇 가지가 실행된 바다.

그러나 동시에 시스템 축구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요르단이 밀집 수비를 풀고 중원 압박을 가하자, 오스트리아가 준비한 패턴이 원활하게 전개되지 않았다. 마치 예상 범주에 없던 바이러스를 만난 듯 요르단의 역습을 쉽사리 허용하기 시작했다. 결국 후반 5분 뒷공간을 헌납하면서 알리 올완에게 동점 실점을 내줬다.

마르코 아르나우토비치(오스트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답답한 경기 양상이 계속되던 오스트리아는 마치 아르헨티나처럼 '선수 1인의 영향력'으로 진땀 승를 기록했다. 후반 투입된 장신 공격수 마르코 아르나우토비치가 문전에서 제공권 우위를 점했고 후반 31분 아르나우토비치를 막다가 야잔이 자책골을 범하면서 리드를 되찾았다. 후반 추가시간 막바지에도 뒷공간을 붕괴한 아르나우토비치가 핸드볼 파울까지 유도하면서 직접 페널티킥 쐐기골을 넣었다. 이처럼 준비한 시스템이 풀리지 않을 때는 선수 한 명의 기량에 의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해결책이다.

메시라는 강력한 검을 든 아르헨티나와 11명으로 방진을 세운 오스트리아가 1주일 뒤 격돌한다. 단순한 승패를 떠나서 '1인 극대화 전술'과 '11인 시스템 전술'이 맞부딪혔을 때 어떤 경기 내용이 도출될 수 있을지는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요소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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