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포환 정상 향해 성큼…더 강해진 ‘고교생 토르’
![한국 남자 포환던지기 최초 올림픽 출전을 꿈꾸는 박시훈. 키 1m90㎝, 체중 113㎏의 소년 장사다. [사진 대한육상연맹]](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5/25/joongang/20230525000237210xfre.jpg)
“원래는 아이언맨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토르가 더 좋아요.”
육상 포환던지기 선수 박시훈(16·금오고1)는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인데 키 1m90㎝에 몸무게는 113㎏이다. 단단한 체격과 팔다리 근육이 돋보였다. 한눈에 ‘천하장사’란 느낌을 받았다. ‘어벤저스’에서 망치를 휘두르는 천둥의 신 ‘토르’란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박시훈은 육상 포환던지기 종목에서 최고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초등부, 중등부 한국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웠다. 지난달에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제5회 18세 미만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어린이 토르’, ‘중학생 토르’로 불리던 박시훈은 이제 ‘K-토르’란 별명까지 얻었다.
토르란 별명답게 힘이 장사다. 벤치프레스 자세로는 200㎏의 역기를, 양 발을 벌린 스쿼트 자세로는 230㎏를 거뜬히 들어올린다. 계란을 세로로 깨는 괴력을 발휘한 적도 있다. 박시훈은 “아버지 키는 1m90㎝, 어머니는 1m68㎝다. 중학교에 입학할 때 키가 이미 1m80㎝를 넘었다. 어렸을 때부터 늘 뒷자리에 앉았다”고 했다. 체격이 좋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핸드볼·야구·농구 등 운동을 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박시훈은 육상을 선택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추천으로 구미시 육상 대회에 나간 게 계기가 됐다. 이듬해엔 김현우 코치를 만났다. 김 코치는 한국체대-대전시청을 거치며 포환던지기와 원반던지기 선수로 활약했다. 김 코치는 “시훈이는 체격도 좋고, 눈이 똘망똘망했다. 설명을 들으면 빨리 이해했고, 초등학생인데도 자기 생각을 뚜렷하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박시훈은 “팀 스포츠와 달리 육상은 기록 경기다. 열심히 한 만큼 성적이 나오니까 좋았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포환던지기를 시작한 뒤 신기록을 쏟아냈다. 2019년 19.17m를 기록해 2000년 배준석이 작성한 17.24m의 초등부 한국기록(포환 무게 3㎏)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6월엔 21m56을 기록, 23년간 묵은 중등부 한국기록(4㎏)을 깨트렸다. 한 달 뒤 문체부장관기에선 22.53m를 던져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음 목표는 6㎏ 포환을 쓰는 고등부 기록(19.90m)을 갈아치우는 것이다. 김현우 코치는 “시훈이는 투포환 선수 치고는 체중이 가벼운 편이다. 그래서 요즘엔 체중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고교 1학년부 대회에서 우승할 당시 18.52m를 던졌던 박시훈은 “다음 대회 목표는 19m다. 올해가 가기 전에 20m를 넘기고 싶다”고 했다.

7.26㎏ 포환을 쓰는 성인 세계기록은 미국의 라이언 크라우저가 세운 23.37m다. 아시아 기록은 21.49m(타진데르팔 싱 투르·인도), 한국 기록은 19.49m(정일우)다. 이제까지 무게 6㎏짜리 포환으로만 연습을 했던 박시훈은 힘을 키우고 있다.
처음부터 육상선수가 되려고 한 건 아니었다. 공부도 잘했기 때문에 부모님은 아들이 운동을 하는 걸 달갑잖게 여겼다. 박시훈은 “1년만 해보려고 했는데 6학년 때부터 성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 기록을 깨는 재미가 있어 계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업도 포기하진 않았다. 중학교 졸업 성적은 상위 7%. 수업이 끝난 뒤 육상 훈련을 하고, 매일 2시간씩 공부도 했다. 전교회장도 지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게 더욱 힘들어졌지만, 그는 지금도 틈틈이 책을 읽는다. 국어와 영어를 좋아한다는 박시훈은 “대회에 나갈 때 틈이 생기면 책을 읽는다. 소설을 주로 읽고, 인문학 책도 좋아한다. 최근엔 ‘종의 기원’을 읽었다”고 했다. 또래 친구들처럼 게임도 좋아한다. ‘LoL’ 같은 전략 게임이나 슈팅 게임 대신, 스포츠 게임(농구·축구)을 즐긴다.
또다른 취미는 '프로야구 시청'이다. 부산에서 태어난 박시훈은 롯데 자이언츠 팬이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박시훈처럼 파워가 강점인 내야수 한동희다. 박시훈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한동희는 "사직구장에서 꼭 만났으면 좋겠다. 포환 선수니까 시구를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진로상담을 하면서 써낸 박시훈의 장래희망은 '체육교사'다. 하지만 더 큰 포부도 생겼다. 지난달 생애 첫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박시훈은 “태극기를 다니까 평소보다 긴장해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금메달을 땄지만, 기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시상대에 서서 애국가를 들으니 정말 좋았다.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했다.
육상계에서 박시훈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남자 투포환 최초로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은 물론 올림픽에도 출전해주길 바란다. 박시훈은 “도쿄올림픽에서 중국 여자 선수(공리자오)가 금메달을 따는 걸 봤다. 아시아 선수들이 불리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와 중국·일본의 단거리 선수들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아시아 선수라고 해서 안될 건 없다”고 했다.
■ ◆박시훈은…
「 생년월일 : 2007년 2월 20일
학력 : 구미인덕초-구미인덕중-금오고(1학년)
키·체중 : 1m90㎝·113㎏
주종목 : 포환던지기
별명 : 토르(마블 어벤저스에 등장하는 천둥의 신 토르처럼 힘이 세서)
주요경력
2019 초등부 한국 기록(19m17)
2022 중등부 한국 기록(22m53)
2023 아시아 18세 이하 선수권 금메달
」
구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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