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봄, 올레에서 걷다

일본 규슈와 미야기, 몽골에도 수출하는 우리나라 대표 도보 여행 브랜드가 있습니다. 2007년 9월 첫 코스 개통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걷기 열풍의 시초이자 걷기 여행의 대명사가 된 ‘제주 올레길’(이하 제주올레)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격년제로 선정하는 ‘한국관광 100선’에 한라산, 우도와 함께 7회 연속 선정된 제주올레 중에서도 봄 문턱에 더 좋은 코스를 놀멍 쉬멍(놀면서 쉬면서) 꼬닥꼬닥(천천히, 느릿느릿) 걸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정책주간지 ‘K-공감’에서 확인하세요.

놀멍 쉬멍 꼬닥꼬닥
올레길 고치 올래?
제주 올레길 10-1코스는 봄이면 가파도의 청보리밭과 푸른 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어 인기 만점이다. 청보리밭 너머 한라산과 송악산, 산방산 풍경이 한눈에 담긴다. 사진 C영상미디어
제주올레 9코스에 있는 군산오름에 오르면 송악산 일대의 오름과 산방산, 제주 남쪽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사진 C영상미디어

제주 해안, 마을, 오름 연결한 ‘제주올레’

제주올레는 제주를 두르고 있는 해안 지역을 따라 산과 들, 마을길, 오름 등을 연결하는 총 연장 437㎞에 이르는 도보 여행길입니다. 주로 자연경관을 따라 걷는 해외 트레킹 코스와 달리 자연과 마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아우릅니다.

‘올레’는 제주어로 ‘길에서 집으로 연결된 좁은 골목길’이라는 뜻으로. ‘제주에 올래?’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제주올레를 따라 걷다 보면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제주올레는 우도, 가파도, 추자도 등 제주 본섬 주변의 섬을 포함해 전체 27개 코스로 구성돼 있습니다. 각 코스는 평균 15㎞ 정도로, 성인 걸음걸이 기준 5~6시간이 소요됩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에 따르면 제주올레 완주자는 2월 하순 3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특별한 목적지가 없다면 서귀포시 ‘제주올레여행자센터’를 출발점으로 삼아볼 만합니다. 올레 여행 안내 공간이자 휴식 공간입니다.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제주올레 7코스 시작점이자 6코스와 7-1코스 종점에 있어 수월하게 여행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7코스는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서 출발해 칠십리시공원, 솔빛바다, 법환포구, 두머니물공원, 법환초를 거쳐 서귀포버스터미널까지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할망바우’라고도 불리는 기암절벽 ‘외돌개’와 지역민이자 올레지기인 김수봉 씨가 직접 삽과 곡괭이로 계단과 길을 만들었다고 해서 이름 붙인 ‘수봉로’가 유명합니다. 가는 길목마다 주황색 감귤, 빨간 동백꽃은 덤. ‘두머니물공원’ 산책로 주변으로는 유채꽃이 만발해 걷는 맛을 더합니다.

봄 맞이 추천코스

지금쯤 제주올레 코스 어디에서나 따스한 봄바다와 마주할 수 있지만 남쪽 해안에 속하는 4~10코스 주변으로는 유채꽃, 쪽빛 바다가 쉴 새 없이 이어집니다. 특히 10코스는 산방산과 어우러진 유채꽃 군락이 제주 봄 풍경의 백미로 꼽힙니다. 화순금모래해수욕장에서 시작해 사계어촌체험마을, 송악산, 황우치해안, 섯알오름, 하모해수욕장 등을 차례로 지나는 코스입니다.

4월이면 송악산 부근에선 청보리가 물결치는 가파도와 마라도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해안에서 내륙으로 시 선을 돌리면 오름 군락과 멀리 한라산의 비경이 펼쳐져 제주가 내어주는 다채로운 봄 풍경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산방산 아래 사계어촌체험마을 앞 우리나라 가장 남쪽에 있는 사계(沙溪)해변에선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집니다. 모래가 퇴적돼 생긴 크고 작은 구멍인 ‘마린포트홀’이 만들어낸 독특한 풍광 때문입니다. 특히 간조 때는 화산석과 바위층이 드러나며 원시적인 제주를 볼 수 있습니다. 이따금 따스한 봄 바다에서 물질하는 사계어촌계 해녀 ‘할망’들의 모습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시간이 ‘순삭(순간 삭제)’되는 코스입니다.

지형이 황소의 뿔처럼 생겼다고 하여 이름 붙은 황우치해안도 지나칠 수 없습니다. 검은모래해변과 용머리해안, 산방산 등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압도적 풍광에 취해 걷기 싫어질지도 모릅니다.

4월부터 가파도에 푸릇푸릇 청보리가 올라오면 10-1코스인 가파도 올레는 필수 코스입니다. 푸른 바다와 청보리가 서로 색을 뽐내는 진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10코스 운진항에서 운항하는 배를 타면 10-1코스의 가파도 상동포구까지 갈 수 있습니다. 가파도는 느리게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할 정도로 작은 섬입니다. 주요 명소를 이은 올레는 4.2㎞라니 도전해볼 만합니다.

제주 동쪽의 시흥리와 종달리 일대는 제주올레의 시작점인 1코스를 품은 지역입니다. 오름과 바다가 이어지는 ‘오름-바당 올레 코스’라 불린다. 1코스 역시 제주의 봄을 만끽하기에 좋은 길입니다.

시흥리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해 차례로 등장하는 말미오름과 알오름은 제주올레 1코스의 ‘뷰 맛집’입니다. 오름 정상에 가면 성산일출봉과 우도, 패치워크 작품처럼 색감을 달리하며 펼쳐진 들판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겨울과 봄 사이 현무암을 쌓아 만든 밭담 사이로 푸른 잎이 물결치는 당근밭도 볼거리입니다. 종달리 소금밭과 해안도로를 거쳐 광치기해변까지 도보 여행의 ‘단짠’이 느껴지는 구간입니다.

코스 중 하나인 동네 슈퍼 ‘목화휴게소’는 올레길 여행자들 사이에서 ‘가맥(가게맥주) 맛집’으로 꼽힙니다. 바다 전망의 간이 테이블에 앉아 해풍에 말린 반건조오징어, 준치구이에 맥주 한 캔 하다 보면 그냥 눌러 앉기 쉽습니다.

‘자연 수영장’, ‘선녀탕’이라고 불리는 서귀포 황우치해안의 숨은 명소.
모래가 퇴적돼 생긴 크고 작은 구멍 ‘마린포트홀’이 어우러져 이색 풍광을 간직한 ‘사계해수욕장’. 사진 박근희 객원기자

동쪽 해변의 매력과 만나는 20코스

1코스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21·20코스는 세화·월정·김녕 해수욕장 등 아름답기로 유명한 제주의 동쪽 해변과 만나는 올레입니다. 걷다 보면 박보검·아이유 주연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속 배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해변 주변 마을길 사이로 아기자기한 식당과 전망 좋은 카페, 개성 있는 책방이 발길을 붙잡습니다.

무엇보다 걷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포토존이 나타나는 구간이라 즐겁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면 세화민속오일시장에서 열리는 ‘세화오일장’(5·0으로 끝나는 날)을 추가해볼 만합니다. 싱싱한 제주산 농수산물을 비롯해 제주 지역민들의 생필품인 ‘고사리 앞치마’ 등 이색 구경거리 천국입니다.

의미 있는 올레를 걸어보고 싶다면 역사 탐방 코스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10코스는 하멜 표류의 흔적과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의 현장인 알뜨르비행장도 지납니다. ‘알뜨르’는 ‘아래 벌판’을 뜻하는 제주어로 송악산·모슬봉·산방산·단산 아래 넓은 들판을 일컫습니다. 모슬포 주민 강제동원을 위해 조성된 곳으로 중일전쟁 전초기지로 쓰였던 곳입니다. 14코스에선 제주의 근현대사와 만나는 4·3사건 관련 유적이 기다립니다.

도보 여행을 시작하기 전 제주올레 공식 앱인 ‘올레패스’를 내려받아 활용하면 코스 확인은 물론이고 완주를 인증하는 모바일 패스포트(스탬프), 올레페이 기능 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걷다가 지루할 때쯤 눈에 들어오는 조랑말 모양의 ‘간세’ 조형물은 제주올레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이정표입니다. 사실 걷다가 간세 이정표가 보이지 않는다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주올레 어디서든 길을 잃어도 좋을, 봄이니까요.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 올레길’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정로 22(제주올레여행자센터)
문의: (064)762-2177

가까이 있는 ‘2025~2026 한국관광 100선’
우도

제주시 우도의 명소 중 하나인 하얀 모래해변 서빈백사. 사진 박근희 객원기자

제주올레 1-1코스인 ‘우도’는 한국관광 100선의 ‘스테디셀러’로 손꼽힙니다. 천진항과 하우목동항을 잇는 섬 순환형 길은 전체 11㎞ 정도 됩니다. 차를 타고 입도할 수도 있고, 섬 내 자전거나 스쿠터 등을 대여해 돌아볼 수 있지만, 한번쯤 걷기에 도전해볼 만합니다.

완만한 해안길과 마을길 위주여서 천천히 걸으면 4~5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야말로 우도 서쪽의 하얀 모래해변인 서빈백사와 검멀레해변, 해안 절벽과 돌담 마을은 제주의 축소판이나 다름없습니다. 우도봉 부근에서 보는 성산일출봉 전망도 색다릅니다. 고소한 우도땅콩 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꼬닥꼬닥 걷다보면 어느새 1-1코스 완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