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법정 증언 부인한 안부수 "소설"

김종훈 2024. 9. 2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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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항소심 현장] 안부수, 쌍방울에 오피스텔 요청 이유 "사택에서 쫓겨나서"

[김종훈 기자]

 안부수 아태협 회장(자료사진)
ⓒ 윤종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피고인 중 한 명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이하 아태협)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정원 블랙요원 김아무개씨의 법정 증언에 대해 "소설 같은 말"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은 26일 수원고법 형사1부(문주형 김민상 강영재 고법판사) 심리로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혐의 사건 공판에서 나왔다. 그러나 안 회장의 발언은 국정원 블랙요원 김씨의 법정 진술뿐 아니라 국정원이 직접 작성한 비밀문건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안 회장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안 회장이 '소설 같은 말'이라고 평가절하한 국정원 블랙요원 김씨 발언은 지난해 6월 20일 1심 공판과 지난 5일 열린 항소심 비공개 공판 과정에서 나왔다. 김씨는 안 회장이 북에서 요청한 200만 달러를 국정원이 대신 내줄 수 있냐고 자신한테 물었고, 이를 거절하자 안 회장은 혼잣말로 '쌍방울한테 이야기할까'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국정원 문건에 따르면, 2018년 말 북한의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은 안 회장을 중국에서 만나 '이 전 부지사가 2018년 10월 말 방북 시 황해도 시범농장 사업 등 여러 협력사업을 약속했음에도 진척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김 실장은 자신이 어렵게 됐다면서, 12월 1일 심양 공항에서 안 회장과 헤어지며 '친구로서 부탁하는데 상황이 어렵다. 시범농장 사업을 추진해야 하니 200만~300만 달러를 만들어 줄 수 있냐'라고 지원을 부탁했다. 한국에 돌아온 안 회장은 국정원 직원 김씨를 만나 해당 금액을 지원해 줄 수 있는지를 물었으나 긍정적인 답을 얻지 못하자 위와 같은 혼잣말을 했다는 것이다.

안부수 "국정원이 왜 그렇게 기재했는지 모르겠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자료사진)
ⓒ 박정훈
이날 안 회장은 국정원 직원의 법정 진술에 대해 시종일관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국정원 비밀문건에 언급된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국정원) 보고서에 왜 기재됐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보다 못한 재판장이 직접 질문하기도 했다.

재판장 : "대화를 보면 증인(안부수)으로부터 이화영이 북한에 (스마트팜비용) 50억 원을 지원해주기로 했다는 취지다. 증인의 말은 틀림이 없나?"

안부수 : "틀림이 없다."

재판장 : "증인은 (국정원 직원과) 대질을 요청했는데, 굳이 국정원 직원이 보고서를 누락하거나 아니면 법정에서 증인과 아는 다른 사실을 증언할 이유가 있나?"

안부수 : "나는 (국정원)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기재가 됐는지 모른다. 상세히 증언했다. 그렇기에 (국정원이) 200만 달러를 좀 내라고 한 거다."

이 지점에서 이 전 부지사 측은 안 회장에게 '왜 제3자임에도 김성혜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국정원에게까지 돈을 대줄 수 있는지를 확인했냐'고 물었다. 북한 김성혜의 곤경이 김성혜와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가진 본인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

이화영 전 부지사 변호인 : "증인 말대로 북에서 난리가 났다고 피고인(이화영)에게도 난리가 날 일이냐?"

안부수 : "이화영에게 연락이 안되니 나한테 연락이 온 거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 : "김성혜는 북한에서 당시에 중요한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이 일로 김성혜가 실각되면 증인 역시 난리가 나는 거 아니었나?"

안부수 : "나는 그 내용을 전달했을 뿐이다. 이화영이 약속을 안 지키니, 내가 국정원 직원에게 얼마를 좀 해줘라. 난리난 거 같다고 말한 거다."

놓쳐서는 안되는 사실은 안 회장과 국정원 블랙요원 김씨 사이에 이러한 대화가 진행된 뒤인 2019년 1월 17일 쌍방울그룹은 조선아태위와 희토류 채굴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몇 차례에 걸쳐 쌍방울에서 북한으로 돈이 넘어간다는 점이다.

당시 김성혜가 안 회장에게 요청한 200만 달러는 검찰이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로 지목한 500만 달러에 포함되는 금액이다. 검찰은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500만 달러)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300만 달러)을 위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대신 북한에 800만 달러를 보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의 이러한 기소 내용을 바탕으로 이화영 전 부지사는 지난 6월 7일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 벌금 2억5000만 원, 추징금 3억2595만 원을 선고받았다. 닷새 뒤인 6월 12일 검찰은 공범으로 기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제3자뇌물, 외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에관한 법률 위반 등을 적용했다.

안부수, 쌍방울에 오피스텔 요청 이유... "사택에서 쫓겨나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지난 7월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위반,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착잡하다"고 말했다.
ⓒ 이정민
한편, 이날 법정에서는 쌍방울이 안 회장의 딸에게 서울 송파구 거여동 오피스텔을 제공한 문제에 대해서도 재판부와 변호인의 질문이 이어졌다.

안 회장은 "내가 생활이 어려워 나노스(쌍방울 핵심 계열사) 이사가 된 뒤 쌍방울이 제공하는 사택에 살았다"면서 "내가 구속된 뒤 사택에서 쫓겨났고, 이후 딸이 거리에 나앉게 생겨서 쌍방울에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해 월세방을 얻게 된 거다. 월세방 때문에 내가 회유가 되겠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안 회장의 법정 진술은 쌍방울이 자신의 딸에게 주택을 제공한 2023년 3월 말 이후 뒤집히기 시작한다. 특히 안 회장은 2023년 4월 이후 재판에서는 기존의 증언을 뒤집으면서 "제가 구속될 당시에는 몸이 안 좋았다. 이제라도 진실을 이야기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7일 오후로 예고했다. 증인으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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