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핵관도 못한 김종인 모시기, 명태균이 열흘 만에 해결"

김기정 2024. 10.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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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잇단 폭로로 여권이 휘청대고 있다. 그 파괴력이 큰 건 명씨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자택과 코바나콘텐츠를 수차례 방문했다던 명씨는 거짓말 논란이 일자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이라는 내용이 담긴 김건희 여사와의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했다. 이런 파일을 2000장 갖고 있다는 게 명씨 주장이다. 한때 경남 창원 일대에서 “사기꾼”이란 소리까지 들었다는 그가 어떻게 보수 진영 핵심부로 침투할 수 있었을까.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당사자인 명태균씨. 페이스북 캡처

20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명씨는 경남 창원에서 전화번호부 만드는 일을 하다 2010년대 중반 무렵 여론조사 업계에 뛰어들었다. 스마트폰 등장 후 전화번호부 제작업이 사양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당시 명씨와 함께 일했다는 인사는 통화에서 “책자를 만들면서 이미 확보한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가 상당했고, 광고영업을 하던 콜센터도 있었다”며 “이를 활용하기 위한 사업으로 여론조사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만난 김영선 전 의원은 명씨가 유력 정치인과 친분을 맺는데 결정적 발판이 됐다. 김 전 의원을 통해 김종인ㆍ이준석 등 보수 진영 유력 정치인과 관계를 맺었다. 2021년 6월 치러진 전당대회 직후엔 유력 대선 주자이던 윤 대통령 및 김 여사와도 인연을 맺었다. 김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전당대회 직후 명씨는 윤 대통령 측에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내부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로 방침을 정한 윤 대통령 측은 주호영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사전 접촉까지 마쳤다. 하지만 전당대회에서 정작 이준석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자 다급해졌다. 신임 당 대표와 친분을 쌓을 방법을 수소문하던 중 복수의 측근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시 핵심 측근 모두 김 전 위원장과 다리를 놓는 데 실패했다고 한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게 김영선 전 의원이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윤 대통령 지인은 “김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자주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김 여사는 선산 김씨 종친인 김 전 의원을 ‘언니’라고 호칭할 정도였다”며 “김 전 의원이 ‘김종인·이준석을 한 방에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며 명씨를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씨를 데려온 지 열흘 만에 실제 두 사람을 만나는 등 묵은 과제가 해결됐다”며 “당시 명씨의 위상이 높아지자 ‘윤핵관’들이 명씨를 ‘사기꾼’이라고 하는 등 캠프 내에서 기 싸움도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2021년 11월 15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열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석 김 전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김동연 전 부총리, 윤 후보, 김 전 비대위원장, 금태섭 전 의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뉴스1

이는 앞서 김 전 의원이나 명씨가 밝힌 내용과 일치한다. 김 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2021년에 윤 대통령에게 명씨를 추천했다. 명씨와 함께 윤 대통령 부부를 한 차례 만났다”고 말했다. 명씨는 14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윤 대통령 측에) 연결된 건 2021년 6월 18일”이라고 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21년 6월 김 여사가 명씨의 전화로 나한테 전화를 했다”며 “(7월 4일) 윤 대통령과 식사 자리엔 김 여사와 명씨가 같이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전언은 또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 선거대책위원장이던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명씨가 윤 대통령과 안 후보 간 1차 단일화 협상 때 메신저였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메신저로서의 확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명씨에게 '윤 후보의 확인 통화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다음 날 윤 후보로부터 전화가 와서 통화했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윤 후보의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았고, 명씨에 대한 윤 후보의 신뢰도 그렇게 강한 것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며 “그래서 단일화를 위한 첫 번째 만남 시도는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 이준석 의원과 멀어지며 명씨와의 관계도 자연스레 단절됐다고 한다. 다만, 김 여사는 이후에도 명씨와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결과적으로 공천 개입 의혹 등 윤석열 정부의 핵심 리스크가 됐다.

명씨 관련 의혹은 확산할 조짐이다. 21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엔 명씨 관련 의혹을 처음 폭로한 것으로 알려진 강혜경(김영선 전 의원 회계책임자)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증인으로 채택된 명씨는 무릎 질환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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