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충안 내놓은 두산그룹...주주 표심 얻기 총력

정인혁 2024. 10. 2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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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3사CEO"소통 부족 사과...주주가치 제고할 것 "
금융당국 구조 개편 우려에 합병 비율 등 조정
밥캣-로보틱스 합병은 1년 뒤 재추진 여부 검토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가운데),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 부사장(왼쪽)이 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인혁 기자

두산그룹이 시장의 거센 압박을 견디지 못해 한발 물러섰던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재추진한다. 두산은 앞서 논란이 불거졌던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의 분할합병 비율을 기존 1대 0.031에서 0.043으로 상향 변경했다.

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등 3사 최고경영진은 2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두산그룹은 지난 7월부터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했다. 에너빌리티를 분할해 만든 신설법인과 로보틱스를 우선 합병한 뒤 밥캣과 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통해 밥캣을 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이전하는 사업 구조 개편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날 두산이 공개한 '절충안'은 논란이 됐던 밥캣과 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한 합병안을 철회한 것 외에 추가로 변화된 것은 없다. 에너빌리티를 존속 사업법인과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법인을 로보틱스와 합병,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둔다는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이사 부회장,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 부사장 등 각 사 대표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이번 합병을 통해 주주들의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분할 합병을 통하면 에너빌리티는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면서 "에너빌리티 주주는 밸류업이 된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의 주식을 모두 소유하기 때문에 본 개편을 통해 얻는 이들은 대주주나 일반 주주 모두에게 동일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두산이 발표한 변경 비율에 따르면 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의 경우 분할합병을 통해 에너빌리티 주식 88.5주(기존 75.3주)와 로보틱스 주식 4.33주(기존 3.15주)를 받게 된다. 에너빌리티 주주에게 돌아가는 주식 수를 늘린 것이다.

박 사장은 "기존 두산밥캣 분할비율을 시가 기준으로 바꾸고 시가만 적용했던 신설 투자법인과 로보틱스 간 합병비율에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사장은 사업적 시너지 역시 강조했다. 그는 "이번 재편으로 확보되는 재원으로 추가 투자할 때 예상되는 투자수익률은 15%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는데, 두산밥캣을 통해 얻는 기존의 배당수익보다 기대이익이 높다"면서 "2028년 기준 2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추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비영업자산까지 정리해 1조원 이상의 투자여력을 확보하고,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대형원전, SMR, 가스·수소터빈 등에 즉각적으로 투자해 적기에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와 스캇박 두산밥캣 부회장도 각 사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번 개편안의 이점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류 대표는 "글로벌 협동로봇 4위,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두산로보틱스와 건설, 농업, 물류 분야의 톱티어인 두산밥캣이 시너지를 내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면서 "전 세계 17개 생산기지와 1500개의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되면, 북미·유럽 선진시장에서 존재감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캇박 부회장은 "밥캣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로보틱스의 모션자동화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능력 등을 접목하면 무인화, 자동화 시장 선점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이를 위해서 로보틱스와 모회사-자회사가 되는 쪽으로 재편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은 무제한 증권신고서 수정 등 강도 높게 압박을 가해온 금융당국과도 끊임없이 소통했다고 밝히며 요구사항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날 금융당국과 소통을 이어왔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상현 대표는 "실무자들이 계속 소통을 하면서 그쪽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을 이번 안에 충분히, 충실히 반영을 했다"고 밝혔다.

두산은 오는 12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 재편안을 확정한다. 철회했던 밥캣과 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에 대해선 향후 1년 뒤 시장 상황을 고려한 뒤 재추진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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