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의 눈물 ㊹] "횟수 제한, 변시 낭인 막는다" vs "오탈자 주홍글씨만 새겨"

정채영 2022. 11. 22.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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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로스쿨 입학해 4번 불합격 50대 변시생…코로나 증상으로 마지막 응시자격 놓치자 소송 제기
재판부 "사정 매우 딱하지만 헌재, 변호사시험 응시조항 견해 완강…예외 인정 어려워"
법조계 "고시 낭인 막기 위한 변시, 횟수 제한 있어야…다만, 일정 수준 도달하면 합격시켜 줘야"
"4번 시험 잘 못 본 것이고 개인 부주의, 본인 책임" vs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못 되면 낙오자"
서울중앙지방법원. ⓒ데일리안 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자로 분류된 탓에 마지막 변호사 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50대 변시생이 응시 자격을 인정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지만,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법조계에서는 50대 변시생의 사정은 딱하지만 개인이 부주의 했기에 본인 책임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또한 변시 낭인을 막기 위해서라도 횟수 제한은 필요하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변호사가 못 되면 인생의 낙오자 취급을 받는다면서, 이른바 '오탈자 주홍글씨'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서울고법 행정9-3부(부장판사 조찬영·강문경·김승주)는 로스쿨 졸업생 50대 A 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변호사 응시 지위확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유명 대학 법대 졸업 후 경제적 사정으로 사법시험을 포기한 A 씨는 뒤늦게 로스쿨에 입학했다. A 씨는 2017년 로스쿨을 졸업했고, 직장암과 뇌경색 등을 앓으며 변호사 시험을 준비했으나 4번의 시험에서 불합격했다. 마지막 시험을 앞둔 A 씨는 천식 재발로 방문한 병원에서 코로나19 의심증상자로 분류돼 시험을 포기해야 했다.


당시 법무부는 코로나19 확진자의 변호사 시험 응시를 금하는 한편, 고위험자는 병원으로 이송해 응시를 제한했다. 2021년 1월 4일 수험생들의 '확진자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습니다' 부분과 '고위험자의 의료기관 이송' 부분 등에 관한 공고의 효력을 일시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코로나19 확진자와 감염 위험자도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됐으나 A 씨는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법 제7조는 '시험은 제18조 제1항에 따른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이내 5회만 응시할 수 있다. 다만 제5조 제2항에 따라 시험에 응시한 석사학위 취득 예정자의 경우 그 예정기간 내 시행된 시험일로부터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병역 의무 외에는 어떠한 예외도 부여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A 씨는 2017년 1월 10일부터 2022년 1월 10일 내에 시행된 제6회 ~ 제10회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제11회 변호사 시험은 2022년 1월 11일부터 2022년 1월 15일까지 시행됐는데, 하루 차이로 A 씨에게 응시 자격이 부여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헌재는 변호사 시험의 응시를 5년 내 5회로 제한한 변호사법 제7조 제1항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며 "원고가 직장암, 뇌경색, 천식 등을 앓으며 시험 준비를 한 사정은 매우 딱하고 공감이 가지만 헌재의 견해가 완강한 만큼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도 같은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법원 ⓒ데일리안 DB

법조계는 의견이 분분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 시험 제도의 취지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을 뽑아서 변호사 시험을 기존의 엘리트 시험이 아닌 자격 시험화하는 것"이라며 "고시 낭인이 생겨났던 것처럼 변시 낭인을 만들지 않기 위해 횟수를 제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합격자 수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취지에 불합리한 면이 있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합격하도록 해줘야 자격시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부분이 개선된다는 전제 하에 (응시 기회 제한에) 원칙적으로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사법고시 시절 10년, 20년씩 고시 공부에 매달리는 고시 낭인이 생기는 걸 방지하기 위해 만든 제도"라며 "5번 제한에서 횟수 제한을 변경할 수는 있겠지만, 횟수 제한을 아예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다만 "병역의무 외에 출산이나 부득이하게 시험을 볼 수 없는 상황에는 코로나19에 예외를 둔 것처럼 해결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50대 변시생의 사연에 법조계는 "개인의 부주의"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차 교수는 "본인 책임"이라고 강조했고, 장 교수도 "사정이 있었던 것은 안타깝지만 4번의 시험을 잘 못 본 것은 변호사 시험 응시 횟수 제한과는 다른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응시 제한을 두는 건 오탈자라는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사법 시험의 경우 그 당시 시험에 합격하지 못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며 "지금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지 못하면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불성실하고 실력 없는 낙오자라는 주홍글씨만 새겨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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