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능력 액션 활극 <하이파이브>는 유쾌한 상상력으로 가득 찬 영화다. 그 한복판에 배우 박진영이 있다. ‘짐승 같은 몸’을 가진 수상한 교주 ‘영춘’ 역으로 분한 그는, <하이파이브>에서 기존의 반듯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얼굴을 꺼내 보인다. ‘젊어지는’ 초능력을 가진 인물. 그것도 신구 배우의 말투와 목소리를 그대로 빌려야 하는 2인 1역이 부담스러웠지만, 그래서 그는 더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기란 건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거다. 말투만 흉내 내는 건 연기가 아니라는 걸, 신구 선생님도 감독님도 처음부터 알았던 것 같다”
박진영은 이 작품을 ‘신나고 즐거웠던 작업’으로 기억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선한 역할이 대부분이었던 자신에게 이런 ‘악역 캐릭터’가 왜 왔는지 의아했지만, 정작 대본을 읽어 보니 너무 재미있었다고 했다. 신구 배우가 젊어진 캐릭터를 연기했어야 했던 그는 연기의 디테일을 위해 신구가 감사하게도 대사를 직접 녹음해 준 파일을 집에서 끊임없이 반복해서 들으며 말투를 익혔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그냥 따라 하기만 해선 안 된다’는 걸. 이후 감독과 함께 말투를 “10%만 덜어보자”, “이번엔 30%만 빼보자”는 식으로 조절하며 박진영만의 영춘을 만들어갔다.

목소리를 완성한 그가 다음에 집중한 건 영춘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현실 세계에선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사고방식, 유아적 호기심, 신체와 정신의 괴리 등. 그는 영춘이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눈빛 하나에도 ‘신기함’과 ‘낯섦’을 담아내려 애썼다. 할아버지의 정신을 지닌 채 젊은 몸을 가진 사람. 박진영은 그런 인물이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몸을 확인하고, 허공에 주먹을 날리며 기뻐하는 순간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몸이 바뀐 걸 즐기면서도, 여전히 자기 안엔 옛날의 사고방식이 남아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내가 아니다’라는 걸 강조하려 했다. 내가 박진영처럼 보이더라도, 나는 여전히 ‘신구’다. 그게 재미있는 포인트였던 것 같다”

‘짐승 같은 몸’ 역시 캐릭터의 일부였다. 대본에도 그렇게 쓰여 있었기 때문에 그 몸을 구현하기 위해 체중 감량에 돌입했다. 군대에서 약 10kg이 증가했던 상태였기에, 하루는 러닝, 하루는 웨이트를 반복하며 7kg을 먼저 감량했고, 이후엔 복근 중심의 운동과 식이조절로 몸을 다듬었다. “조명 감독님이 30%는 채워주셨어요”라며 겸손하게 웃지만, 주황색 트레이닝복 아래로 드러난 박진영의 몸은 말 그대로 ‘괴력의 교주’였다.

액션도 그에겐 도전이었다. 특히 이재인과 맞붙는 장면에선 철저한 훈련이 필요했다. “초반에는 재인 씨를 많이 때리는데 때리는 액션을 하는 사람 마음이 더 불편하다. 나도 잘하는 액션 배우가 아니어서 타격했을 때 실수로 진짜 때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되게 고마웠던 게 정말 괜찮다고 편하게 해도 된다고 해주셔서 마음에 위로가 됐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맞기 시작할 때부터는 마음이 좀 편해지더라 (웃음)” 촬영장은 초록색 스크린과 와이어로 가득했는데, 초록색 쫄쫄이 슈트를 입은 스태프분들이 박진영의 손을 붙잡아주며 촬영할 때는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고.

“CG로 완성되는 장면이 많다 보니, 눈앞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특히 이재인 배우를 들어 올려 바닥에 꽂는 장면에선, 그 무게감과 리듬을 완전히 머릿속으로만 그려야 했었다. 재인 씨가 너무 잘 받아줘서 가능했던 것 같다”
박진영은 영춘이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때론 ‘신’을 자처하지만, 그 속엔 사람을 고치고 싶어 하는 진심이 있다고 여기며 연기했다고 한다. 그는 “오히려 그런 모순이 이 인물을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며, 어떤 장면에선 진짜 의사가 된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가진 욕망은 힘의 과시가 아니라 진심의 전달이었다. 그러니까 더 이상한 인물처럼 느껴지는 거다. 그게 제가 영춘을 사랑하게 된 이유다”

그의 도전은 <하이파이브>에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 시기 공개된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박보영 배우가 연기하는 1인 2역 캐릭터와의 호흡도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엔 드라마와 영화, 음악까지 동시에 병행하며 연기와 음악의 시너지를 다시 한번 체감 중이다. 그는 “두 작업이 서로를 리프레시해주는 느낌”이라며, “연기로 지쳤을 때 음악이 위로가 되고, 음악이 버거울 땐 연기가 또 다른 활력이 된다”고 했다.
“앞으로도 도전은 계속될 거다. 악역을 또 맡게 된다면 하늘이 아니라 땅에 딱 붙은, 현실적인 악역을 해보고 싶다. 믿음 가는 배우가 되기 위해선 연기적으로도 안정감이 있어야겠지만, 동시에 언제나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30대에 접어든 지금, 박진영이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은 ‘연기적 신뢰’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로 현장의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배우, 그리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배우. 그가 지키고 싶은 건 단 하나다. 어떤 역할이든, 어떤 장르든, 늘 새롭게 임하는 ‘도전 정신’. 박진영은 그렇게 매 작품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을 꺼내고 있다.
- 감독
- 출연
- 오정세,박진영,강형철
- 평점
글 · 나우무비 심규한
사진 · BH엔터테인먼트/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