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낙동강 인근 주민 콧속에서 남세균 독소 유전자 검출
[윤성효 기자]
▲ 9월 6일 낙동강 하류 부산 삼락-화명지구 쪽 녹조 발생. |
ⓒ 강호열 |
환경단체는 "사람 코에서 유해 남세균 독소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것은 유해 남세균이 인체에 들어왔음을 보여주는 증거이자, 4대강사업에 따른 예견된 녹조 재앙이 국민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즉 녹조의 사회재난 현상 방증"이라고 했다.
이는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이 7일 오전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발표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이용우 국회의원과 진보당 정혜경 국회의원이 조사와 발표에 함께 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12일까지, 부산·경남을 포함하는 낙동강 중·하류 권역 어민, 농민, 주민과 현장조사 참여 활동가 등 1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강에서 약 2km 이내 거주민과 농·어업 종사자 등이며, 활동가는 8월 19~20일 사이 조사를 위해 평균 4시간 이상 체류했던 10여 명이다.
"공기중 녹조 독소가 비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조사로,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이비인후과)가 연구책임, 이승준 부경대 교수(식품영양학)가 총괄분석,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와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장이 연구자문을 했다.
조사는 코 내시경으로 비강(nasal cavity)을 먼저 관찰한 후, 한쪽 비강에 소독된 면봉을 넣어 비강 표면에 닿게 한 후 4~5회 굴려 검체를 채취한 후 수송 시약에 신속히 접종하는 방식이었다. 또 검사 전 작업·활동과 흡연, 음주, 운동습관 등에 대한 설문조사도 함께 이루어졌다.
▲ 조사 참여자 콧속(비인두) 유해 남세균 유전자(mcyE) 조사 결과 |
ⓒ 낙동강네트워크 |
이들은 "타 지역 거주자의 경우 낙동강을 방문하지 않은 대조군 1명 불검출, 낙동강에서 일정 시간 체류(현장 조사)한 타 지역 거주자 4명 중 1명(25%) 검출이었다"라며 "녹조 우심지 부근 체류에 따른 영향이나 녹조 노출 시간 비례 검출 비율 증가 경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했다.
또 남세균 검출 대상자의 급성기 증상이 있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비인두에 대한 PCR 검사에서 유해 남세균 유전자가 검출된 11명을 대상으로 낙동강에 녹조가 번성한 시기 작업 후 3일 이내에 발생한 급성기 증상을 조사한 결과 재채기를 호소하는 경우가 11명 중 8명(73%)으로 가장 많았다"라고 했다.
다음으로 코 증상인 콧물(6명), 코막힘(5명), 후비루(4명) 등을 호소했으며 후각 이상을 호소하는 대상자도 1명 있었고, 눈 가려움증이나 이상 눈물 분비 등 눈 증상을 호소하는 대상자가 5명 있었으며, 피부 가려움, 피부 따가움, 이상 발진 등 피부 증상을 호소하는 대상자도 4명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조사단은 "유해 남세균 인체 유입 증거"라고 했다. 조사단은 "녹조 에어로졸이 유해 남세균 인체 유입의 중요 경로가 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에 부합한다"라며 "국내 일부 연구자들은 녹조에서 발생하는 에어로졸의 크기가 3㎛ 이하로 작고, 남세균이 단세포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에어로졸에 대한 위해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해외 연구에서는 2.5㎛ 이하의 작은 에어로졸에서 더 많은 남세균 독소가 검출된다고 보고한 바 있다"라고 했다.
이어 "소량이라도 유해 남세균에 지속해서 노출될 경우 인체 아미노산 대사 장애와 신장 손상 등 실질적 위험 발생 및 녹조 에어로졸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치매와 파킨슨병 등 뇌질환 유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라며 "해외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에어로졸 속의 독소가 단순히 비강이나 비인두에 머물지 않고, 기관지 깊숙이 그리고 폐에 도달할 수 있으며, 독소가 혈관으로 유입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 남세균 독소 유전자 검출 대상자 급성기 증상. |
ⓒ 낙동강네트워크 |
이용우·정혜경 의원, 백도명 교수,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 겸 가톨릭관동대 교수, 김동은 교수, 곽상수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 강찬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조사 결과가 녹조의 사회재난 현상 방증"이라고 했다.
이들은 "지난 여름 검출된 낙동강 유해 남조류 세포수도 경악할 수준이었다"라며 "8월 말 낙동강 하류 김해대동선착장의 유해 남조류 세포수는 ㎖당 1656만셀로, 환경부 조류 경보제 상의 '대발생' 기준인 100만셀의 16.5배에 달했다"라고 했다.
이들은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되는 대규모 녹조 창궐과 고농도 녹조 독소 발생에 따라 우리 밥상에 오르는 쌀, 무, 배추 등 농작물에서 2022, 2023년 연속해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고, 어패류에서도 나왔다"라고 했다.
▲ 환경운동연합, 7일 기자회견 |
ⓒ 환경운동연합 |
김 교수는 "성인 하루 물 음용 권장치는 2리터지만, 호흡을 통해 들이마시는 공기의 양은 1만 리터가 넘는다"라며 "이 때문에 미국 마이애미 의대 한 전문가는 녹조 에어로졸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치매, 파키슨병 같은 질환 유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녹조 에어로졸을 '조용한 살인자(silent killer)'로 불러야 한다"라고 했다.
조사단은 "해외 연구에서는 2.5㎛ 이하의 작은 에어로졸에서 더 많은 남세균 독소가 검출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라며 "그런데도 유독 윤석열 정부만 이러한 녹조 재난 현상을 모두 부정하고 있다"라고 했다.
정부에 대해 이들은 "윤석열 정부는 '고인 물이 썩는다'는 상식과 국내외에서 증명된 녹조 문제를 부정하면서 국민건강과 안전이라는 국가의 기본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라며 "그에 따라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낙동강에서 만들어진 지 벌써 13년이 됐지만,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이들은 "우리 강이 아프면 사람이 병든다는 것도 당연한 상식이다. 우리 강을 존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선 오염 물질 총량 관리 강화와 함께 강의 흐름을 회복하는 실질적 대책이 시급하다"라며 "강을 위한 상식이 결국 우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상식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절대 망각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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