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여경래&박은영, 사제지간의 대결을 예고하다!
Q : 평소 주방에서 조리복 입은 모습만 주로 봐왔을 텐데, 모처럼 스승님과 애제자가 멋지게 단장한 모습을 마주한 건 어땠나요?
A : 박은영(이하 ‘은영’) 쉽게 겪어보지 못할 진귀한 경험을 함께해서 즐거웠어요. 셰프님은 어떠셨어요?
A : 여경래(이하 ‘경래’) 은영 셰프 말마따나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웃음) 촬영하면서 우스갯소리로 매일 이런 것만 촬영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Q :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의 모든 에피소드가 공개됐어요. 선의의 경쟁을 펼친 셰프로서 이 여정을 어떻게 회상하나요?
A : 경래 한동안 침체된 F&B업계와 셰프들이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받고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시청자분들도 셰프들에게 찬사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셨죠.
A : 은영 맞아요. 셰프들에겐 더없이 감사한 기회였어요. 침체를 겪는 시기였던 터라, 많은 셰프님이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고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얘기하세요.
Q : 중식이 이렇게나 다채롭고 매력 있는 음식이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시래기도미탕, 두반장소꼬리찜 등 두 분이 보여준 음식을 비롯해 맛보고 싶은 중식이 많았거든요.
A : 은영 보통 중식을 그저 배달시켜 먹는 자장면 정도로 인식하는 분도 있고, 반대로 아주 비싼 고급 음식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있죠. 그런 분들에게 중식을 좀 더 알리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A : 경래 중식이 〈흑백요리사〉의 덕을 본 셈이죠.(웃음)
Q : 지금의 관심을 발판 삼아 앞으로 중식 셰프로서 기대하는 바도 있나요?
A : 은영 과거 중식이 화교 중심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 맞게 변화했던 것처럼 지금 중식 역시 젊은 세대의 셰프들을 통해 변화를 거듭하고 있어요. 기존에 해왔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중식을 풀어내고 있죠. 전 앞으로 무궁히 변화할 중식의 잠재성을 기대해요. 요즘 발효를 베이스로 하는 중식을 관심 있게 바라보는데 발효는 한국 음식의 가장 기본이 되는 핵심 조리법이잖아요. 그게 중식과 만났을 때 새로운 맛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A : 경래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해요. 은영 셰프는 지금껏 자신만의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걸어갈 길에 절로 믿음이 가죠.
Q : 화보를 촬영하면서도 느꼈어요. 박은영 셰프님을 살뜰히 챙기는 여경래 셰프님의 마음을요. 걸출하게 성장한 제자의 모습을 그 누구보다 뿌듯하게 바라보시는 눈빛도 봤고요.(웃음)
A : 경래 너무 대견스럽고, 최고라고 생각하는 셰프예요. 중요한 건 은영 셰프의 성장은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죠. 앞으로 어디까지 올라갈지 기대감을 갖게 해요.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내가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은영 셰프만큼은 제가 자부하죠. 그건 알고 있지?
A : 은영 (끄덕이며 웃는다)
Q : 두 분이 요리 대결을 펼치거나 팀을 이룬 모습은 아쉽게도 볼 수 없었지만, 먼 거리에서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에서 지금처럼 끈끈함이 느껴졌어요.
A : 경래 그러게요. 〈흑백요리사〉에선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사제지간의 대결도 굉장히 재미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언젠가 또 다른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만났을 때 보여드릴 수 있지 않겠어요?
A : 은영 좋아요. 이번에 못 했던 대결 한번! 두부 지옥 어떠세요.(웃음)
A : 경래 두부는 자신 있다. 그때는 내가 꼬부랑 허리로 “에구구” 할 수도 있지만. 하하.
Q : 여경래 셰프님과 ‘철가방 요리사’ 임태훈 셰프님의 흑백 대전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한 편의 무협 영화를 떠올렸어요. 대선배를 존경하는 후배의 모습과 그런 후배를 격려하는 선배의 모습, 멋졌습니다.
A : 경래 대결 상대로 제가 철가방 요리사를 지목했을 때, 그리고 대결이 끝났을 때 제게 절을 해주는 철가방 요리사의 모습을 보고 많은 분들이 뭉클함을 느끼신 것 같더라고요. 그 모습에서 대결 상대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느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시청자분들의 가슴속 깊은 곳을 터치했던 게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저 역시 철가방 요리사와 대결하면서 잊고 살았던 어떤 감정을 되찾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Q : 대가가 그간의 커리어를 내려놓고 다시 경연에 도전한다는 건, 그만큼 잃을 것도 많다는 걸 뜻하기도 하죠. 그럼에도 두려움 없이 도전했고, 후배의 승리와 자신의 패배를 깔끔하게 인정하며 대가의 인품을 보여주셨어요.
A : 경래 처음엔 이겨도 본전일 거라는 생각에 걱정이 앞서기도 했죠. 하지만 후배들에게도 늘 하는 말인데 누가 이기고 지느냐는 3개월이 지나면 잊힌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에 임했어요. 이 나이에 또다시 도전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는 힘을 얻을 수도,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렇기 때문에 부담될 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또 사람인지라 막상 떨어지고 나니 좀 ‘챙피’하긴 하더라고요?(웃음)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Q : 정말 그래요. 〈흑백요리사〉의 모든 대결이 끝난 지금, 사람들은 셰프의 승패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경연에서 보여준 셰프의 태도와 품격을 회자하고 있으니까요.
A : 경래 그 또한 경험에서 얻은 지혜죠. 9년 전 〈강호대결 중화대반점〉이라는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예요. 그때 출연했던 제자들은 경연에서 지고 탈락하면 자신의 실력이 하찮게 느껴지는 마음에 실망하고 눈물을 흘렸죠. 그런데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사람들은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지 잊어버린다는 걸 알았어요. 저 역시 이 대결에선 패배했을지 몰라도 전 잠시 잊고 있었던 열정을 또 한 번 되찾았고, 제자와의 소중한 추억도 하나 더 생겼죠. 시청자분들의 관심과 사랑도 매일 받고 있고요.
A : 은영 동감해요. 매일 주방에서 반복적인 하루를 보내다 보면 지금의 삶이 무료하게 느껴질 수 있단 말이에요. 하지만 〈흑백요리사〉 출연을 통해 내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좀 더 발전하고 싶다는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죠. 살아가면서 지금의 이 기억과 마음을 한 번씩 꺼내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 같아요.
Q : 박은영 셰프님 역시 홍보각 수셰프, 루이키친M 수셰프 커리어를 지나 다시 홍콩으로 떠났죠. 새로운 걸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도전했다고요.
A : 은영 도전은 곧 평가받는 일이라는 생각을 늘 하는데, 평가에 지레 겁먹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겠더라고요. 그래서 도전을 앞에 두고 실패를 생각하지 않아요. 그 마음으로 홍콩에 갔어요.
Q : 힘들 땐 여경래 셰프님을 생각한다고요. 어떤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나요?
A : 은영 그런 거 있잖아요. 몸과 마음이 고단할 때 가족이 먼저 생각나고, 나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힘을 얻는 것. 제게 그런 존재는 이제 여경래 셰프님인 거 같아요. 10년 넘게 셰프님과 함께 일하면서 제게 해주셨던 말들을 떠올리죠. 힘든 순간도 다 지나가는 법이고, 지금 이 과정은 내게 꼭 필요한 순간이라는 말. 그걸 스스로 되뇌면 힘듦을 이겨내기 수월해지는 기분이에요.
Q : 이런 말을 들으면 뿌듯하시죠?(웃음) 스승으로서 제자 박은영을 가장 높게 사는 점은 뭔가요?
A : 경래 이런 담대한 마음이죠. 은영 셰프는 그간 석사도 했고 탄탄히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왔음에도 광둥식과 홍콩식 쓰촨 요리를 배우기 위해 다시 홍콩에 갔죠. 아마 1~2년 후에는 나를 뛰어넘는 훌륭한 셰프가 돼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은영 셰프와 일했을 때도 주방에서 이 친구가 가장 부지런하고 늘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왔어요. 이 친구와 함께 있었을 때가 제 황금기였지 않나 싶어요. 어떤 말로 극찬해도 모자랄 정도로 은영이는 제 최고의 제자죠.
A : 은영 저 스스로를 다독일 때 늘 셰프님께 받은 만큼 돌려드려야 하기 때문에 힘을 내야 한다고, 그러니 늘 정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셰프님께 보답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A : 경래 저녁에 소주 한 잔 사.(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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