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맡길 어린이집, 서울에선 더 찾기 힘들어지는 이유 [소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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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목]
시민들의 돌봄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주체는 국가와 시장, 가족이다. 이 세 가지 주체는 마치 함수 관계처럼 어느 한 쪽이 커지면 반대로 다른 쪽들이 작아지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도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돌봄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커지면서 시장만으로는 충분히 돌봄 욕구를 채울 수 없다는 게 역사적 경험을 통해 확인된 바다. 시장이나 가족보다는 국가의 역할 강화가 필연적으로 대두되는 이유다.
국가의 역할은 중앙정부만의 몫이 아니다. 지방정부 또한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메가시티인 서울시도 이러한 흐름은 피할 수 없다.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동시에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늘면서 공적 돌봄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가족의 돌봄 여력이 충분치 않은 노인들이나 출생률 하락으로 어린이집 폐원이 줄을 잇는 상황을 겪는 아동 양육자 처지에서는 돌봄 공백이 거의 공포에 가깝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해야 할,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서울시가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 가장 쉽고 옳은 길이다. 서울시를 비롯해 지방 정부가 노인 입소 시설 혹은 이용기관을 더 많이 설치하고, 이를 직접 운영하거나 사회서비스원에 위탁해야 한다. 공공형 운영모델을 구축해, 공공부문이 적정수준의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국공립어린이집 또한 다르지 않다. 자치구와 협력하여 어린이집이 더 이상 폐원하지 않도록 하고, 불가피하게 폐원이 늘어나는 지역에는 육아시설 이용 수요를 해결하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가정에 아이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국공립어린이집 설치에 재정 투입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또한 국공립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오세훈 시장의 업적(?)이라 할 수 있는 서울형 민간어린이집에 대해서도 운영지원과 관련한 별다른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유보통합(유치원·보육시설 통합)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요약하자면 오세훈 시장 체제의 서울시는 스스로 돌봄 공백을 더 키워놨다. 그래 놓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신들이 만든 더 큰 돌봄 공백을 이제야 나서서 메워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정책 변화를 위한 행정과정이라고 좋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통상적으로 지방정부는 정책방향을 바꾸는 과정에서 현장 이해관계자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동시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 절차를 마련해 놓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해 서울시는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
서울시는 사회서비스원 폐지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에 따른 대안은 마련하지 못했다. 작년에 관련 예산을 줄이고 올해 폐원 절차를 밟아가는 과정에서 종사자들의 의견은 묵살했고, 이용자에 대한 대책도 공식화하지 않았다.
지난 9월 9일 서울시는 '서울시 돌봄서비스 공공성 강화 계획'을 발표했지만 거기에 공공서비스 공급 확대와 관련한 내용은 아예 포함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민간기관을 늘리고 이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조치가 나온 것도 아니다.
계획안의 골자는 돌봄전문 상담센터인 '안심돌봄120' 콜센터 설치, 돌봄SOS 서비스 한도 20만 원 추가 확대, 서울형 좋은돌봄 인증기관 연계 확대, 민간기관 지원 및 관리를 위한 '사회서비스지원센터' 설치 등이 포함되었다. 하지만 실제 이러한 대책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나 인력 확충 없이 중간관리 차원에 한정된 미봉책에 불과하다.
열악하기로 유명한 노인돌봄 종사자의 노동 여건 개선 대책도 미미했다. 2인 1조 방문 요양보호사에 대해서만 시간당 5천 원 추가수당을 지급하고 서울형 인증 방문요양기관 소속 종사자 등에게 30만 원 복지포인트를 제공하는 것이 거의 전부인 듯하다.
▲ 사회서비스원 폐지 저지와 공공돌봄 확충을 위한 공대위 소속 회원들이 지난 4월 26일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폐지조례 통과 저지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조례 폐지에 찬성했다며 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를 규탄하고 있다. |
ⓒ 이정민 |
이러한 가운데 최근 혁신적 보육모델을 표방하며 추진한 서울형 모아어린이집은 사실상 몇 개 어린이집을 묶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 이외에 새로운 점은 없다.
양질의 돌봄서비스 총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거시적 관점의 위기의식이 없어 보이는 서울시는 결과적으로 향후 몇 년간 서울 시민들의 돌봄에 대한 불편을 지속 혹은 확대시킬 것이다.
노인가구는 대부분 만성적으로 돌봄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 머무를 것이다. 아동 양육 가구의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와 같은데 그 어려움의 정도가 몇 배 더 올라갈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노동여건 개선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설장들은 지금보다 종사자 모집에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서울시는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선도적 복지모델을 이미 수차례 수행해 온 경험이 있다.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편향된 자원을 바탕으로 서울만의 복지라는 한계를 만들기도 했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선도적 복지모델을 제시하는 지방정부의 리더 역할을 해왔다. 서울시의 선도적 돌봄모델을 기대한 시민들의 입장에서 작금의 돌봄 공백 확대를 낳은 서울시의 행정에 얼마나 신뢰의 박수를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 김정목 / 한국노총 정책부장(소셜 코리아 편집위원) |
ⓒ 김정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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