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 VS 스카이조스터’… 국가 접종 포함 가능성은?

정준엽 기자 2024. 10. 1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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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K '싱그릭스'(왼쪽)와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조스터'(오른쪽)/사진=헬스조선DB
내년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사업 예산 삭감이 예고되면서 70세 이상 대상포진 백신의 NIP 적용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다만 대상포진 백신이 추후 NIP에 포함이 될 경우, 어느 백신이 우선순위를 인정받을 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년 NIP 예산 24.9% 삭감 예고… "대상포진, 후유증 커"
질병관리청이 지난 8월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NIP 예산은 약 6018억원이다. 이는 올해 편성된 8010억원보다 약 1992억원(24.9%) 감소한 금액이다. 대상포진 백신 무료 접종 등은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으나,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예산이 삭감되면서 해당 공약은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

질병청 또한 NIP 확대 가능성에 대해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질병청 관계자는 "질병관리청은 항상 도입 관련 우선순위가 높게 평가된 백신의 NIP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상포진 백신 NIP도입은 결정된 바가 없고 검토 중이라는 입장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대상포진이 고령자 사이에서 발병률이 높고 예후가 좋지 않아 접종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NIP 포함에 대해서는 의학적인 영역이 아닌 만큼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김신우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많이 발생하는 대상포진은 80세를 예로 들면 절반 정도가 앓을 만큼 흔한 질환으로, 후유증으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아 심하게 앓은 환자들은 우울증이나 자살까지도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무료 접종을 위해서는 국가 의료시스템에서의 가격, 유병률, 정치적 결정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필요하다"며 "너무 고가이다 보니 모든 대상자에게 무료로 접종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백신 권장 추세… 국제 가이드라인도 사백신으로
한편 NIP 관련 예산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상포진 백신의 NIP 포함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낮지만, 대상포진 백신이 추후 NIP에 포함됐을 때 어떤 제품이 선정될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GSK의 사백신(재조합 백신) '싱그릭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약독화 생백신 '스카이조스터'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MSD의 약독화 생백신 '조스타박스'는 수요 감소 끝에 지난 9월부터 공급이 중단되면서 사실상 철수한 상태다.

학계는 두 백신 중 싱그릭스의 우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면역 증강제가 포함돼 있어 더 광범위한 면역반응에 효과적이며, 생백신의 경우 암 환자나 면역 저하자에게 접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방률의 경우 싱그릭스는 약 97%인 반면 스카이조스터는 약 51%로 알려졌다. 김신우 교수는 "현재의 의학적인 판단에서는 사백신이 있는 상황에서 생백신을 권장하지 않는 추세"라며 "국제적 지침에서도 생백신은 빠져나가고 없다"고 말했다.

물론 싱그릭스는 몸살과 같은 접종 후 이상 반응 사례가 생백신에 비해 더 자주 나타난 것으로 보고됐다. 다만, 학계에서는 이상 반응이 없는 백신은 찾기 어려우며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를 복용하면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질병청, 스카이조스터 우선 고려 중… "예산·비용 효과 고려했다"
다만, 질병청에서는 싱그릭스보다 스카이조스터를 먼저 고려하고 있다. 지난 1월 질병청이 공개한 '국가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 설정·중장기 계획 수립'에 따르면 스카이조스터는 4위, 싱그릭스는 15위를 기록하며 학계의 권고 사항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백신의 가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싱그릭스는 한 번 접종할 때 20~25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두 번 접종해야 하기 때문에 총 비용은 약 40~50만원에 달한다.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는 비용이 15만원으로 싱그릭스에 비해 저렴하며, 1회만 접종하면 되기 때문에 비용에 장점이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예방효과는 생백신이 좀 더 떨어질지 몰라도, 생백신 접종자들은 대상포진이 발병하더라도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경향이 있다"며 "NIP는 국가사업인 만큼 국가가 정책을 결정하면 회사가 그에 맞춰야 하는 것이지, 회사가 미리 무언가를 준비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질병청의 우선순위 결정 과정에서 의학적 효과 대비 가격 문제가 크게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청은 당시 NIP 우선순위 설정을 위한 연구 과정에서 업계 전문가들을 위원으로 섭외했는데, 대상포진 생백신과 사백신을 모두 포함한 근거자료를 검토한 결과 예산·비용 효과가 더 높다고 판단되는 스카이조스터가 우선순위에 오른 것.

질병청에 따르면, NIP 우선순위 검토 과정에서 ▲예산이 얼마나 투입되는지 ▲접종 후 관련 질환의 발생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백신이 더 비용 효과적인지 등의 기준이 고려됐다. 질병청 관계자는 "재조합 백신이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이 권고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산·비용 효과 분석에서 위원들의 투표를 거친 결과 생백신의 우선순위가 더 높게 책정됐다"며 "위원들의 기준이 하나가 아니라 저마다 달랐기 때문에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질병청 관계자는 "대한감염학회의 권고 사항에는 의학적인 요소가 우선 고려된 것으로 보이지만, 질병청에서는 의학적인 요소만 고려하지 않고 경제적·예산적 상황까지 다 고려하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백신이 효과가 더 좋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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