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현의 직격토론] “미국 군함 건조하면 나토 시장 K방산에 활짝 열린다”

차세현 2026. 7. 22. 00: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방산, 나토 시장 어떻게 뚫을 것인가


차세현 논설위원
이달 초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잠수함사업(CPSP)에서 한화오션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에 밀려 탈락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독일이 캐나다의 전략적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모두 충족하는 최상의 파트너라고 밝혔다. “TKMS 플랫폼(잠수함)이 북극 해역에 최적화돼 있고, 나토와 완벽한 상호 운용성을 갖고 있어 원활한 통신과 정보 공유, 합동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트럼프 행정부의 나토 유럽 회원국에 대한 국방예산 확대 압력 속에 세계 최대 규모로 떠오른 나토 방산시장을 공략하려던 K방산이 벽에 부닥친 것이다. 일각에선 K방산의 수주 피크 아웃 주장도 제기된다. 극복 방안을 강은호(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 전 방위사업청장과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으로부터 들어봤다.

「 캐나다, 전략적 안보 위해 독일 잠수함 선택
유사시 나토 편 선다는 확신 줘야 수주 가능
상호 운용성 제고, 현지 합작 생산도 필수적
마스가 프로젝트 성패, 한·미동맹 신뢰에 달려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왼쪽)과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15일 K방산의 나토 시장 진출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나토와 협력 강화가 K방산 성공 열쇠

Q : 캐나다가 결국 나토 선택한 의미는.
A : ▶차두현 부원장(이하 차)=그간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열심히 뛰었다. 다만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었고, 한화오션이 유탄을 맞은 측면이 있다. 한 국가의 무기 구매는 단순히 구매에만 그치지 않고, 향후 유지·보수 나아가 공동 연구개발까지 고려하면서 결정된다. 유사시 나토와 러시아의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과연 한국이 러시아의 압박에도 필요한 부품을 제때 공급할 수 있을까. 그 부분에 대한 확신을 덜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 또 다른 주요 K방산 수출국인 아랍 국가도 비슷한 고민을 할 수 있다. 아랍 국가들의 최대 적은 이란이다. 이들은 이번 미국-이란전쟁에서 한국이 취한 태도를 지켜보면서 마찬가지로 한국이 이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A : ▶강은호 전 청장(이하 강)=안보 차원에서 캐나다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북극에선 살아있는 위협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그동안 안보를 의존해 왔던 미국과의 관계도 급격히 나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캐나다는 나토 유럽 회원국과의 밀착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실망만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은 또 다른 나토 회원국인 프랑스·스페인의 유수한 방산기업을 물리치고 결선까지 진출했다. 평가할 만하다. 부원장님 지적은 국제정치 관점에서 나온 우려라고 생각한다. 다만, 미래의 유지·보수·정비(MRO)는 계약서상 확실하게 보장된다. 과거 방사청장 시절 수출 현장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K방산이 그 부분에 대한 신뢰는 잃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이와 관련해 러시아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차관은 최근 이석배 주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한국이 나토 쪽으로 점점 더 기우는 것에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는 러시아 안보에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4개국(IP4)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데 따른 불만 표출로 해석된다. 미국에 이어 유럽 나토회원국에 대한 무기 수출 2위인 한국이 앞으로 나토와의 방산 협력을 강화할 경우 이런 반발 움직임은 더욱 잦아질 수밖에 없다.

Q :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나토 조달기본협정 체결을 공식화했다.
A : ▶강=협정이 체결되면 연간 15조원으로 추산되는 나토의 공동조달시장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통로가 생긴다. 앞으로 나토와의 협력 강화가 K방산 진출 성공의 열쇠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 대통령은 나토 방산 포럼에서 공동 연구개발과 공동 생산까지 언급했다. 매우 빠른 속도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1500억 유로 규모의 EU 무기 공동구매 대출 프로그램인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를 출범시켰다. 2035년까지 각 회원국이 GDP의 5%까지 국방·안보예산을 늘릴 예정이다. 물론 역외 기업의 참여에 일정 정도 제한은 있다. 하지만 나토 시장은 K방산이 포기할 수 없는 최대 방산시장이다.
A : ▶차=잘한 일이다. 한발 더 나아가 부품, 설계 개념, 심지어 나토 교리까지 고스란히 반영한 맞춤형 무기 체계를 만들겠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7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운데),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와 함께 독일 TKMS의 잠수함 모형을 든 채 포즈를 취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오른쪽). [EPA=연합뉴스]

“10년 내 AI 탑재 무기만 살아남을 것”

Q : 나토 무기체계와의 상호 운용성을 극대화하고 현지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보는데.
A : ▶강=맞다. 일례로 앞으로 K-9 자주포를 통으로 수출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핵심 부품을 보유하고 각국의 요구에 맞게 변형 생산해야 수출할 수 있다. 방산 선진국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은 각각의 장점을 갖고 있다. 무기 체계의 기본은 우리 것으로 하되, 이들의 장점을 살려 상호 협력하는 방식으로 나토 시장에 진출해야 승산이 높아진다.
A : ▶차=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사례에서 보듯, 이제는 핵심 무기 체계의 소재와 부품까지 통제하는 세상이 됐다. 최근 호주 등 수주 실패 사례를 감안해 K방산의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방산업체들이 공동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미국도 제너럴 다이나믹스와 노스롭 그루먼사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공동 접근을 한다.
A : ▶강=1·2차 세계대전의 적대국이었던 독일과 프랑스의 방산 기업이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서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 더 권장하고 싶은 것은 미국 기업, 유럽 기업과 전략적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 협업하는 것이다.

Q : 앞으로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무기 체계가 대세가 될텐데.
A : ▶차=비단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지 않더라도 AI 기술의 군 적용이 대세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다. AI 데이터 센터도 데이터가 있어야 가동할 수 있다. 지금 군 관련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에 팔란티어나 안두릴 같은 곳에 우리가 비싼 데이터 이용료를 내고 군을 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A : ▶강=중요한 지적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군 관련 데이터 축적이다. 보안 문제가 있어서다. 독자적인 국방 데이터 센터가 필요하다. 구축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주요 훈련장 등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방산업체와 공유해야 한다. 물론 어느 수준까지 공유할지 고민해야 한다. 소수의 기업을 엄선해 한국의 팔란티어나 안두릴 같은 회사를 육성해야 한다. 단언컨대 AI 기술이 접목되지 않은 ‘깡통 무기’는 전장에 투입되자마자 곧 파괴되는 상황을 맞을 것이다. 5~10년 안에 이런 무기로는 방산 수출이 어려운 세상이 올 수 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최대 3~5년이다.
미 군함 건조, 주한미군 추가 배치 효과

Q : 미국과 나토의 관계가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미 방산 협력이 나토 시장 진출에 미칠 영향은.
A : ▶차=한·미 방산 협력의 핵심인 마스가(Make America Shipbuil 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가로막는 여러 법적 장치(미국 군함, 군함 선체, 주요 구성품을 해외에서 건조할 수 없다는 반스-톨레프슨법이 대표적 사례)가 미 의회에서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중국발 변수다. 과연 한국이 미·중 전략경쟁시대를 맞아 미국에 신뢰를 줄 수 있느냐다. 결과적으로 모든 문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로 귀착되는데, 한국은 과거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늘 민감한 이 이슈를 피해왔다. 평시엔 북한·중국과 협력할 것은 협력하지만, 유사시 한국은 동맹으로서 행동할 것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중국과 미국에 지속적으로 줘야 한다. 그러질 못하니 방산 협력을 하려고 해도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한·미 방산 협력이 성사되면 나토 시장은 물론 전 세계 방산 시장에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최근 한·미 관계가 삐걱거리면서 지연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A : ▶강=개정 법안이 미 의회에 계류돼 있다. 미 행정부와 의회는 해군력에서 중국에 역전당하고 있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어느 때보다 통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실제 개정 법안을 보면 조건은 달렸지만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국가에서는 군함 신규 건조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과 일본을 염두에 둔 것이다. 물론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우리가 미군의 핵 항공모함이나 이지스 구축함을 당장 건조할 수는 없지만 호위함이나 지원함 건조는 충분히 가능하다. 속도 면에서 한국의 제조업 혁신 능력을 미국 방산기업들이 따라오지 못한다. 1단계로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와 HD현대중공업과 MOU를 맺은 헌팅턴 잉걸스 조선소에서의 건조, 2단계로 핵심 블록을 부산과 울산에서 만든 뒤 미국에서 최종 조립, 마지막으로 국내 건조 순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미국 함정을 한국이 건조하고 MRO를 한다면, 자연스럽게 나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미국이 우리 무기 체계를 쓰는데 나토가 안 쓰겠나. 한국에서 미군 군함을 건조하고 수리하면 사실상 주한미군 추가 배치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도 K방산의 미국 진출은 중요하다.

차세현 논설위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