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DUGOUT 팬터뷰] 삼성 라이온즈 김태군

조회수 2022. 10. 24. 11:08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내가 왕이 될 상이었다

시사적인 고민을 해보자. 21세기 대한민국에는 튼튼한 계층이동 사다리가 놓여 있을까? 본지에서 논하기는 다소 곤란한 문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야구판으로 옮겨 온다면 어떨까? 아마 이제는 답해볼 수 있을 듯하다. 이미 신분 상승을 이뤄낸 사람이 있으니 가능하다고 말이다. SBS 종영 야구 드라마 ‘스토브리그’에도 등장했던 ‘포수 거지론’의 창시자가 바로 그 역전의 주인공이다. 거지라는 말에 웃었더니 이게 웬걸. 이제는 곤룡포를 입고 양산 아래서 걷는 진짜 왕이 되고야 말았다.

에디터 전윤정 사진 삼성 라이온즈

#15년 짬바

dugout_mz 타격에서 깜짝 커리어하이를 기록하고 있는데 소감이 궁금해요.

계속 밀어붙였다고 해야겠죠. 타격 스타일을 한두 해 만에 바꾸거나 하지 않고 한 스타일로 쭉 유지했어요. 오래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온 게 아닐까 하고 있습니다.

_starsl 타석에 올라서거나 수비 나가기 전에 하는 루틴이 있나요?

우선 6시 반 경기 기준으로 6시 8분에 그라운드로 나가요. 그리고 제 개인 장비는 제가 다 들고 움직이는 편이고요. 또 대타로 나갈 때는 뒤에서 기계 볼을 계속 치죠.

dugout_mz 15년 차 선수로서 경기에 나갈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는지 궁금해요.

신인 때랑 같아요. 그때 긴장했던 만큼 지금도 똑같이 긴장하고요. 제가 붙박이 주전이 아니기도 하니까 여전히 한 게임 한 게임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어요.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마음이에요.

lions_moments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대타로 나와 결승타 치기 vs 한국시리즈 우승 직전 마무리 투수와 호흡 맞추기 중 뭐가 더 끌리나요?

전자를 고르겠습니다. 예전에는 포수로서 마무리 투수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는데요. 한국 야구의 추세를 보니까 결국 기억에 남는 건 타자 쪽이더라고요. 이제는 한국 추세를 따르겠습니다. 좀 더 주목받는 쪽으로.

_____.jung.___ 중요한 상황에서 대타로 출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마인드 컨트롤은 어떻게 하나요?

‘이 타석을 살려야 다음 타석도 있는 거다’라고 되뇌며 타석에 섭니다.

jsh.0321 삼성 라이온즈로 오고 나서 NC 다이노스와 다르다고 느낀 점에는 뭐가 있나요?

선수단 분위기가 꽤 자율적이더라고요. 다른 부분은 다 똑같이 야구 하는 거라 비슷해요. 15년 차인데 크게 다를 게 있겠습니까.

__simba18 삼성 와서 제일 기억에 남는 타석은 언제였나요?

와, 이거. 일단은 NC랑 할 때 5타수 5안타 친 날이 제일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 7월에 롯데 자이언츠랑 할 때 9회 말에 동점타 친 거도요.

__simba18 올 시즌, 혹은 남은 야구 인생에서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지금부터라도 시합에 자주 나가고 싶어요. 항상 하는 말이지만 저는 유니폼 입고 경기 나가는 날이 제일 좋거든요. 수비가 됐든 배팅이 됐든요.

dugout_mz 슬럼프가 온 적도 있었겠죠?

저는 주목받았던 선수가 아니라서 솔직히 많이 힘들었어요. 주전으로 뛸 때조차도. 사람들이 제가 쌓아 온 커리어를 무시할 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저는 주전으로 한국시리즈까지 경험해 본 포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백업 선수라는 이미지로 굳어져 있더라고요. 마치 유튜브 알고리즘에 한번 들어가면 바뀌기 힘든 것처럼요. 어떤 분들은 그런 이미지조차 제가 만든 거라고 하시기도 하던데 역시 그런 건 주변에서 몰아붙인 탓인 것 같아요.

samchil_d 그렇게 슬럼프가 왔을 때는 어떻게 이겨내는지 궁금합니다.

쉽게 말해서 그런 거 있죠. ‘나는 안 들린다. 너네는 그렇게 말을 해라. 나는 그렇게 안 될 거다.’ 이런 식으로 생각했어요. 내 커리어를 무시하는 사람들은 저도 똑같이 대응을 안 하기로 했어요. 그래야 저도 야구를 제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그게 포수잖아요

_starsl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초등학교 때 동네 야구를 하다가 진짜 야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 겨울에요. 원래 아버지 손을 잡고 사직야구장에 자주 갔거든요. 그거 보면서 야구를 시작했는데 선수들을 보다 보니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_starsl 포수라는 포지션을 선택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 가을에 포수를 시작했어요. 지금은 하늘에 계신 고교 시절 조성옥 감독님께서 갑자기 ‘너 오늘부터 포수를 해라’ 하셨어요. 그때가 시작이었죠. (스스로 결심해서 한 건 아니었나 봐요.) NC 손아섭 있죠. 아섭이 형이 저보다 1년 선배인데 초등학교 때 공이 빨랐어요. 그래서 그걸 받을 만한 사람이 없어서 제가 좀 받았거든요. 그리고 중학교에 갔는데 KT 위즈의 하준호 아시죠. 그 선수 볼이 또 빨라서 제가 받았어요. 근데 고등학교 감독님께서 그런 걸 다 기억하고 계시다가 저한테 권유해주신 거죠. “성격도 포수랑 어울리니까 오늘부터 포수 해라” 하고요. (권유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어요?) 그땐 어떻게든 들어갈 수 있는 포지션으로 가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게임 나가는 게 최우선이니까요.

_starsl 다음 생에 다시 야구를 하게 돼도 포수를 선택할 건가요?

아뇨. 절대 안 골라요. 저는 왼손 투수를 하겠습니다.

_____.jung.___ 포수는 거지라고 했던 말이 아직도 유효한 건가요?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 올해 삼성 와서는 정말 감사하게도 제가 거의 왕이 됐네요.

_____.jung.___ 포수가 가져야 할 여러 가지 역량이 있을 텐데, 그중에서 ‘없으면 큰일 난다!’ 하는 게 있으신가요?

성격이 중요해요. 소심하고 꽁하게 있는 스타일이면 안 돼요. (여러 투수와 합을 맞춰야 하니까 대인배여야겠죠?) 때로는 그런 면도 있어야 하는데 필요할 때는 조금 성질도 부릴 줄 알아야 해요. 앞에서는 남자다운 척하고 있다가 마음에는 따로 담아두고 하는 성격이면 곤란하죠. 그리고 포수는 절대 주위에 휘둘리면 안 됩니다. 자신만의 기조가 뚜렷해야 해요.

win._.lions 본인과의 호흡이 가장 잘 맞는다고 느꼈던 투수는 누가 있을까요?

제일 잘 맞는 건 아무래도 외국인 투수들이죠. (의외네요. 소통이 불편하지 않나요?) 아뇨. 말 안 들으면 그냥 무시하면 돼요. (웃음) 그리고 반대로 저랑 스타일이 완전 반대였는데 잘 맞춰 갔던 투수에는 이재학 선수가 있죠. 그렇게 맞춰 갈 때야말로 대인배인 척할 때죠.

youngae_1231 더운 여름에 마스크, 보호대처럼 무거운 장비들을 차서 힘들지는 않은가요?

무척 힘들어요. (포수만의 여름 나기 방법이 있다면요?) 그런 건 없어요.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면 장비 차고 그냥 버티는 겁니다. 여름에 정말 힘들어요. 블로킹 미스가 날 때도 그렇고 포수들이 이런저런 몸놀림 하는 걸 보면 서로 고된 거 알거든요. 동병상련 느낌이에요. 근데 어쩌겠어요. 버텨야죠.

psjjsp531 예전에 김진성 선수에게 “형, 내가 다 막아줄게. 자신 있게 던져.”라고 한 것과 올해 오승환 선수가 마운드에서 흔들릴 때 “공 좋아~”라면서 위로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제구가 안 되는 공을 잡는 것도 힘든 일일 텐데, 투수를 먼저 챙기려는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건가요?

그런 마음이 곧 제가 무거운 포수 장비를 입는 이유겠죠. 그게 바로 포수 아닐까요.

#아바마마

daisyl3_3l 김태군 선수 딸이 구자욱 선수의 열렬한 팬이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통화할 때 자욱이를 비춰주면 굉장히 쑥스러워하고요. 그러다 다시 저랑 통화할 때 되면 “아빠! 이제 끊을게” 하고 끊어버려요. (아빠로서 서운하지는 않아요?) 한 살 한 살 잘 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dugout_mz 아들은 어떤 선수를 가장 좋아하나요?

아들은 아직 뭐가 똥인지 된장인지도 몰라요. TV에 아빠 나오면 빤히 쳐다보고 있고요. (아직 아빠밖에 안 보일 나이네요.) 그래서 너무 귀여워요, 지금. (흐뭇)

dugout_mz 아들도 야구선수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이런 얘기가 나오면 요즘 부모 대부분은 자식이 하고 싶어 하는 거 시킨다고 하는데요. 저는 반대로 야구선수를 하고 싶다고 하면 제가 테스트를 해볼 거예요. 과연 제대로 된 정신 상태로 야구를 시작할 수 있는지. 요즘 야구는 약간 겉멋 든 느낌이 있는데 그래서 야구를 하려는 건 아닌지 시험해볼 거예요. 그래서 이정후 선수가 참 좋은 본보기인 듯해요. 나이는 어리지만 얼마나 가정에서 교육을 잘 받고 자랐는지 보이죠. (만약 아들이 야구선수 중에서도 포수를 한다고 하면요?) 절대 안 시킵니다. 포수만은 안 돼요.

_____.jung.___ 사모님 SNS에서 영상통화 캡처본을 봤는데, 8월 초에 원정 갈 때 너무 활짝 웃던데요. 이유가 뭐였는지 기억나나요?

원정 갈 때마다 많이 웃어요. 근데 저만 좋은 거 아닐걸요? 돈 벌러 가는 거잖아요.

psjjsp531 딸 송희 양이 최근 학원을 땡땡이치고 직관 중인 것을 부인분이 중계화면으로 보고 SNS에 올렸더라고요. 그런 것들에 대해 내막을 다 알고 있는 건가요?

이 얘기 왠지 들은 것 같은데요. 음, 근데 요즘 애들은 학원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제법 받잖아요. 여섯 살부터 학원 서너 개씩 다니고. 저는 그렇게 안 하고 싶어요. 애들은 뛰어놀아야 해요. 시대가 변했다곤 하지만 놀면서 넘어지기도 해보고 다치기도 해보고 해야 애들이죠.

psjjsp531 자녀들에게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나요? 자녀들에게 짓궂게 장난치는 모습이 자주 보여요.

저는 그저 자식들이 잘 먹고, 잘 살게끔만 해줘야죠. (학업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공부 잘한다고 돈 많이 법니까. 저는 애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고 싶어요. 못했을 때는 뭐라고 하고 잘했을 때는 칭찬해주는 부모가 되고 싶어요. 이래라저래라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지만 포수는 안 된다?) 절대 안 돼요.

#태군마마 납시오

_____.jung.___ 팬과의 일화 중 기억에 남는 게 있을까요?

모르는 분들이 절 보면 인상이 안 좋다고 느끼실 거예요. 누가 말을 걸어도 잘 안 웃는 편이거든요. 근데 그런데도 NC 초창기 때부터 항상 저를 따라다니시는 이모님 두 분이 계세요. 그래서 그분들이 제일 기억에 남고요. 최근에 삼성 오고서는 항상 아버지 손 잡고 오는 꼬마애가 있어요. 참 제 어렸을 때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유독 눈길이 가더라고요.

dugout_mz 받았던 선물 중에도 인상 깊었던 게 있나요?

제가 술, 담배를 안 하거든요. 근데 제가 담배 피우는 줄 알고 전자담배를 선물하신 분이 있어요. (웃음) 그때 적잖게 당황했어요. 인상만 보고 주신 건가 봐요. 그래서 ‘어, 이거 사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 생긴 거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win._.lions ‘태군마마’라는 별명을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요?

처음엔 잘 몰랐는데 듣다 보니까 자존감이 올라갔어요. 또 자신감이 생기다 보니까 이제 진짜 팬분들 앞에서 뭔가 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근데 또 그게 제가 잘한 것도 있으니까 팬분들이 그렇게 별명을 붙여주신 거겠죠. (등장곡부터 왕을 모시는 느낌이 들잖아요.) ‘왕이 행차할 거니까 너희 수그려라’ 하는 느낌이죠. 삼성 와서 자존감이 정말 높아졌어요.

dugout_mz 올스타전에서는 아예 코스튬도 했잖아요. 어떻게 준비한 거예요?

그거에 대해 3주 정도 마케팅팀이랑 응원단이랑 고민했어요. 태군마마 콘셉트로 한번 가보자고 정한 뒤에 시나리오도 짜고 준비를 열심히 했습니다. (이 정도면 스스로 즐기고 있네요.) 이런 거 보고 즐기시려고 팬분들께서 팬 투표 1위도 시켜주시고 한 거 아닙니까. 팬 서비스가 말로만 잘하겠다고 하면 뭐 합니까. 행동으로 실천해야죠.

es__samsunglions 시그니처인 헤어밴드를 계속 착용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처음엔 여름에 땀이 많이 나서 한번 차 봤어요. 근데 땀이 밴드를 타고 옆으로 흘러가니까 괜찮더라고요. 이거 제가 처음 시작했는데 야구 더 잘하는 선수들도 차니까 그 선수들 캐릭터가 돼버렸더라고요? (원조는 나다?) 제가 먼저 찼거든요. 이런 것마저 이미지의 문제죠.

psjjsp531 김태군이 추천하는 대구 맛집이나 명소가 있을까요?

대구 하면 역시 막창집이죠.

_____.jung.___ 선수단 속에서 자신은 어떤 이미지를 담당하고 있나요?

저는 그냥 막 하는 거 같은데… 그냥 전 그래요. 어린애들이 행동을 똑바로 안 하면 뭐라고 하고 잘하면 잘한다고 하고. 어린 선수들은 상황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르는 부분이 많잖아요. 그렇게 커 오기도 했고. 근데 여기는 프로잖아요. 다들 각자 잘해야 한다고 하지만 보고 배울 선배가 없으면 성장을 못 하거든요. 그런 쪽으로 제가 조언할 부분은 해주고 그럽니다.

psjjsp531 언제 어디서든 하이 텐션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뭔가요? 정말 부럽습니다!

유니폼 입었을 때만큼은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요. 이것도 어린 친구들한테 늘 얘기하는 건데요. 야구를 잘하고 못하고는 두 번째고 통장에 돈이 찍히면 받는 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해주거든요. 그래서 저도 유니폼을 입은 순간만큼은 최대한 즐기는 모습, 하이 텐션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dugout_mz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읽어줄 팬들에게 인사하고 마치겠습니다.

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특히 삼성 팬분들께서 저를 좋은 선수로 여겨주셔서 정말 행복합니다. 늘 크게 와닿습니다. 감사합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38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8호 (10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페이스북  www.facebook.com/DUGOUTMAGAZINE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dugout_mz
유튜브  www.youtube.com/DUGOUTMZ
네이버TV www.tv.naver.com/dugoutmz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