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 입수' <뉴데일리>의 황당한 어불성설

박성우 2025. 4. 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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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문형배 헌법재판관과 문재인 전 대통령 관련 기사 게재... 보수유튜브 타고 흑색선전으로 번져

[박성우 기자]

 지난 1일 <뉴데일리>는 "'남평 文씨' 족보 입수 … 문재인-문형배 '집안 사람'이었다"는 제목의 기사
ⓒ <뉴데일리> 보도 갈무리
지난 1일 <뉴데일리>가 보도한 "'남평 文씨' 족보 입수 … 문재인-문형배 '집안 사람'이었다"는 제목의 기사는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사실관계 전달처럼 보인다. 남평 문씨 족보를 입수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같은 문중 사람이라는 내용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기사의 진짜 목적은 사실 전달에 있지 않다. 오히려 '같은 문중'이라는 정보 하나를 근거로, 문 대행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도록 유도하는 흐름이 곳곳에 배어 있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우리나라 성씨 체계상 같은 문중은 아무 의미 없는 말에 가깝다는 것이다. 남평 문씨는 2015년 기준으로 45만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본관이다. 족보상 '같은 파'라 해도 수백 년 전 조상이 같을 뿐, 그 이후 수십 대에 걸쳐 전혀 교류가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럼에도 <뉴데일리>는 기사 서두부터 "문 전 대통령과 문 대행이 같은 남평 문씨로 '집안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45만 명의 남평 문씨 사람들은 모두 집안 사람이라고 칭할 수 있나? 어불성설의 극치다.

이어 해당 보도는 부산·경남 지역 법관 출신인 문 대행이 헌법재판관이 된 것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PK 지역과 근무지가 겹친다"며 마치 '집안 사람'인 문 대통령과 문 대행 사이에 모종의 연줄이 있었던 것처럼 서술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정작 해당 보도에는 문 대행이 문 전 대통령과 같은 문중이라는 사실이 특정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어떤 증거나 논리도 제시되지 않는다. 결국 남는 건 "같은 문중이니 수상하다"는 인상뿐이다. 이처럼 명확한 근거 없이 자의적인 해석에만 치중한 보도는 기사가 아닌 특정 인물에 대한 일종의 프레임을 형성하려는 시도로밖에 안 보인다.

유튜버들, <뉴데일리> 보도 인용하며 문 대행 비난

<뉴데일리> 보도 이후 일부 우익 성향 유튜버들이 해당 내용을 근거로 문 대행을 공격하고 있다.

구독자 95만 명의 유튜브 채널 '뉴스데일리베스트'는 "퍼즐이 맞춰졌다...문형배가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이 되기까지.."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뉴데일리> 보도를 인용하며 "이 보도가 무슨 뜻이냐면 문재인이 문형배를 헌법재판관에 임명한 다른 요인이 있다는 것"이라며 "집안 사람 문형배를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임명한 문재인의 행위가 이해 충돌에 걸리지는 않는지 이것부터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45만 명의 구독자를 지닌 또 다른 유튜브 채널 또한 <뉴데일리> 보도를 인용하며 "인사 검증을 하는 청와대가 문형배와 문 전 대통령과 같은 집안 사람임을 모를 리 없다"며 "막중한 시기에 정치 편향된 모습을 보이던 문 대행이 결국은 은혜를 갚으려고 막판에 가서 최대한 노력을 한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언론이 던진 족보 한 장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정치적 흑색선전으로 번져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판결을 다루는 곳이고, 사법기관 구성원의 정치적 중립은 중요한 가치다. 그런데 그 중립성을 의심하는 근거로 판결의 내용도, 재판에서의 질문도 아닌 '성씨 정보'를 든 것은, 헌법 질서를 바라보는 일부 언론의 시야가 얼마나 퇴행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국민 알 권리 보장 아닌 국민 의심 조장에 불과

문형배 재판관은 2023년과 2024년 일련의 주요 판결에서 보수·진보 양측 모두에 다른 입장을 보여왔다. 특정 성향에 편향된 결정만을 내려온 인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다양한 판결을 통해 헌법재판관으로서의 균형성을 유지해왔다는 평가도 많다.

만약 문형배 재판관이 어떤 사안에 대해 편향된 판결을 내렸다면, 그 판결의 논리와 배경을 따져 물으며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근거는 전혀 없이 단지 같은 문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재판관의 중립성을 문제 삼는다면, 그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의심을 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해당 보도는 기사라고 부르기도 다소 민망한 보도물이 어떻게 특정 헌법기관 구성원에 대한 음모론과 가짜뉴스의 불씨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족보를 꺼내는 언론보다, 판결문을 읽는 언론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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