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반복에도 '인원감축' 고집... 오세훈의 위험한 역주행 [김용균재단이 바라본 세상]
[김영애]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
ⓒ 권우성 |
서울교통공사노조가 11월 22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11월 9일과 11월 10일 진행했던 경고파업에 이어 두 번째 파업 돌입이다. 파업의 이유는 인력감축이다. 지난 10월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정감사에서 서울교통공사의 경영합리화를 위해 2026년까지 전체 인원의 약 13.5%에 달하는 2212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노조의 경고파업을 앞둔 지난 11월 7일 공공운수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이번 파업의 이유와 맞닿아 있는 지하철 현장을 찾아 '공공교통 다크투어'를 진행했다. 사회적 재난 지역이나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곳을 돌며 교훈을 얻는다는 의미의 다크투어를 통해 서울교통공사노조가 파업에 나서는 이유를 시민들에게 알려내기 위함이었다.
구의역, 신당역, 이태원, 신길역 순서로 진행된 이번 다크투어에는 공공운수노조 조합원과 시민단체 회원, 그리고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등이 참여해 함께 사건사고현장을 방문하고 사건사고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 인력감축 및 외주화 반대! 서울교통공사노조 총파업 지지! 민영화저지 공공성확대 서울공대위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시민안전 포기하는 대규모 인력감축, 외주화 반대! 서울교통공사노조 총파업 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이정민 |
불과 1년 전 신당역에서 발생한 역무노동자 사망 사건은 혼자서 일할 수밖에 없었던 위험한 노동환경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었다. 당시 오세훈 시장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2인 1조 근무 시스템을 매뉴얼화하겠다"고 언급했다(후에 '기관과 협의가 필요하다'며 삭제함 - 편집자 주). 폭행과 폭언에 무방비로 노출된 역무노동자의 안전을 위해선 최소 2인 이상이 함께 근무할 수 있어야 하지만 1~8호선 전체 265개 역 중 절반 수준만이 2인 또는 3인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근무조 내에서 휴가와 고객응대 등의 업무가 발생하면 사실상 나홀로 근무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당역 사건과 10.29 참사 이후 다중 이용 시설의 안전인력 충원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오히려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교통공사 노동자들은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인력감축안을 철회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묵묵부답이다.
서울시가 인력감축안을 주장하는 이유는 서울교통공사가 연간 1조 원에 달하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이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당시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 공공부문 경영 합리화를 앞세운 서울시의 무리한 인력감축과 외주화가 사망사고의 주된 원인이라는 점이 밝혀진 바 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인력감축안은 구의역과 신당역, 이태원 참사의 교훈을 망각한 위험한 역주행이 아닐 수 없다.
인력감축은 안전 의무 포기 선언
다크투어의 마지막 장소인 신길역 사고는 투어에 참가한 많은 이들도 생소한 곳이었다. 2017년 10월 지하철 신길역 1호선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려던 고 한경덕씨가 계단 아래로 추락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오랜 투쟁을 통해 서울교통공사는 2020년 환승구간인 지하 1층과 지하 3층을 연결하는 경사형 엘리베이터 설치를 완료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에 따르면 당시 공사측은 신길역사 구조 상 엘리베이터 설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결국 수직형이 아닌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고 한다. 절대 불가가 아니라 비용이 더 들어가니 할 수 없다는 식의 핑계로 밖에 들리지 않는 대목이다.
신길역 환승구간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기둥에서는 '교통약자 이동권 확보 현장'이라는 문구가 적힌 고인을 추모하는 동판이 걸려 있다. 신길역을 수없이 이용해왔지만 그동안 몰랐던 현장이다. 비용의 논리를 넘어 모두의 안전을 위한 투쟁의 결과물이었다. 동판과 함께 지금도 힘겹게 탄압받으며 교통약자의 안전한 이동권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겹쳐져 다크투어 참가자들 모두 숙연해졌다.
안전할 권리는 이유를 불문한 국민 모두의 기본권이다. 일터와 거리, 노동과 일상,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막론하고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돼야 할 가치는 없다. 국민의 안전할 권리를 보호하고 평등하게 보장해야 할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이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 공공안전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예산을 확충하며, 이를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지금까지의 사건사고들에서 드러나듯 지금도 안전하게 일하기 위한 인력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것은 공공교통의 안전을 포기하고, 시민과 노동자를 위험을 내몰겠다는 의지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의무를 외면한 채 안전과 담쌓고 거꾸로 시간을 돌리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책은 중단돼야 한다. 평등하고 안전한 공공교통을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에 서울시는 즉각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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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용균재단 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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