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침몰한 호화요트 금고에 서방 기밀?…수심 49m 감시 강화
지난달 이탈리아 앞바다에서 침몰해 영국 재벌 마이크 린치 등 7명의 목숨을 앗아간 호화요트 방수금고에 ‘민감한’ 정보가 담긴 하드 드라이브가 있어 도난 방지를 위한 경비가 강화됐다고 미국 CNN 방송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시칠리아 섬 앞바다 수심 49m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베이지언호에는 러시아와 중국 등 외국 정부가 관심을 가질만한 초암호화된 하드 드라이브가 2개 있다. 암호 등 민감한 데이터를 포함한 고도의 기밀정보가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 인양 작업에 정통한 4명의 소식통은 CNN에 “여러 서방 정보기관과 관련된 매우 민감한 데이터가 들어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드라이브는 침몰 사고로 숨진 린치 소유다. 침몰 사고 생존자들은 린치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요트 항해를 할 때마다 데이터 저장장치를 요트 내부에 보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빌 게이츠’로 불린 정보기술(IT) 업계 거물 린치는 자신이 설립한 사이버 보안업체 다크트레이스 등 여러 회사를 통해 미국, 영국 정보기관과 관계를 맺었다. 린치는 데이비드 캐머런과 테레사 메이 총리 때는 과학·기술 및 사이버 보안에 대한 고문이기도 했다.
하드 드라이버에 대한 도난 우려는 선체 수색을 하던 잠수부들이 제기했다. 이들은 사법당국이 애초에는 도둑들이 요트에 남아있는 값비싼 보석과 귀중품을 노리고 접근할 것이라고 우려했으나, 현재는 러시아나 중국 등의 접근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바다 안팎에서 요트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잠수부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추가적인 경비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린치 아내 회사 소유의 베이지언호는 지난달 19일 새벽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시 포르티첼로 항구에서 약 700m 떨어진 해역에서 정박 중 침몰했다. 탑승객 22명(승객 12명·승무원 10명) 중 린치와 그의 18세 딸 해나를 비롯해 영국 금융인인 조너선 블루머 모건스탠리 인터내셔널 회장 부부, 국제로펌 클리퍼드 찬스의 미국 변호사 크리스 모르빌로 부부 등 7명이 사망했다. 린치의 아내와 한 살배기 아기를 포함해 15명이 구조됐다.
린치는 2011년 미국 휼렛패커드(HP)에 오토노미를 110억 달러(약 14조7000억원)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아 가택연금 상태로 재판받다가 지난 6월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탑승객들은 린치의 무죄 판결과 새 출발을 축하하는 선상 파티에 초대받은 이들이었다. 블루머 회장은 린치 측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했고 모르빌로는 린치를 대리한 로펌의 변호사였다.
목격자들은 베이지언호가 침몰하기 전 폭풍과 함께 용오름(해상에서 발생하는 토네이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전장 56m의 요트는 불과 3∼5분 만에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검찰은 ‘인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CNN에 따르면 이탈리아 소방당국은 수중 수색을 완료한 후 요트 내에 남아있는 1만8000리터의 기름과 연료를 유출하지 않고 473톤의 선박을 인양하는 최선의 방법을 제안할 예정이다. 또 민감한 데이터가 잘못된 이들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베이지언호 인양 작업에는 최대 1500만 유로(약 223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인양은 준비 기간을 포함해 6∼8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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