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유지 자제 집단성폭행 연루' 소문... 언론·시민사회도 침묵
7개월동안 지속된 집단성폭행. 2020년 10월 경찰 수사는 시작됐지만 지역사회에서 꼭꼭 숨겨졌고, 경찰 수사 개시부터 검찰의 기소까지 2년 1개월(2022년 11월 불구속 기소)이 걸린 사건. 2024년 2월에 1심, 지난 7월 항소심 결과가 나왔다. 경찰 수사 시작부터 계산하면 사법적 판단에 약 3년 5개월이 걸렸다. 바로 '충북 충주시 고교생 집단성폭행사건' 이야기다. <충북인뉴스>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2020년 충주 고교생 집단성폭행 사건의 이면을 연속으로 보도한다. <기자말>
[충북인뉴스 김남균]
▲ 침묵. |
ⓒ Kristina Flour = unsplash |
충주성폭력상담소는 이 문서에서 "피해 학생은 OO도로 전학 갔지만 학업을 도중에 포기하고 어떤 접촉도 피하는 상황"이라며 "1심 재판부는 9명의 피고인 중 3명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반면 6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시일이 촉박하지만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하루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850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 지난 7월 충주성폭력상담소가 지역에 소재한 시민사회단체에 요청한 탄원서. 이 탄원서에는 피해자를 '중학교 2학년 여학생(16세)'로 표기했지만,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자는 고등학교 1학년으로 가해자들과 같은 학교에 다녔다. |
ⓒ 충북인뉴스 |
"충격적인 사건이어서 사실 다 알고 있던 일이였거든요. 저도 사건 소식을 듣고 확인했더니 우리 학교 학생은 관련되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 충주시 소재 현직교사 M씨
2020년 당시 충주 지역 고등학교 교사로 학생생활지도를 맡았던 교사 M씨에 따르면 사건 발생 초기부터 각 학교에 집단 성폭행 사실이 전해졌다. 학생 9명이 연루된 사건이라 관내 모든 학교가 긴장했다고 했다. M씨는 기억을 더듬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정말 이상했어요.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가해자가 처벌 받았다는 말이 없는 거예요. 집단 성폭행 사건인데 너무나 조용했어요."
그러면서 M씨는 "처음부터 '충주 지역의 유력 인사 자제가 다수 연루됐다'는 말이 돌았어요"라고 회상했다. 또 다른 교사 N씨도 "누구 누구네 자식이 포함됐다, 검찰 직원 자녀도 있다더라, 이런 얘기들이 교사들 사이에 퍼졌어요"라고 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만 돈 소문이 아니었다. 현직 시의원도 비슷한 말을 했다.
"저도 (소문을) 들었어요. 큰일 났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시의원 아들이 연루됐다면서 특정 의원의 이름이 언급됐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조용한 거예요. 이 정도 사안이면 시민사회단체도 나서고, 기자회견도 할 텐데 나서는 곳이 하나도 없었어요. 더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 박해수 충주시의원(무소속, 전 충주시의장)
사건이 법원까지 가는 데 2년 1개월, 왜?... 조용했던 시민사회·언론
소문만 무성할 뿐 여론은 조용했고, 수사기관의 수사도 더뎠다. 충주 고교생 집단성폭행 사건은 2020년 4월부터 10월 5일까지 발생했다. 10월 8일 피해자가 학교 선생님에게 성폭행 사실을 알렸고, 10월 14일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재판기록을 확인해 보니 사건이 법원에 접수된 건 2022년 11월(불구속 기소). 경찰 수사부터 검찰 기소까지 걸린 세월은 2년 1개월.
충주경찰서 관계자는 <충북인뉴스>에 "가해자들이 여러 명이다 보니 사건을 수사해 검찰에 송치하는 데 1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면서 "검찰도 1년 정도 사건을 가지고 있다가 기소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언론은 어땠을까. 수사기관보다 더 조용했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9명이 가담한 집단 성폭행 사건이었지만, 언론 지면에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된 때는 2023년 4월이었다.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에서 첫 공판이 시작되던 때였다. 2020년 4월 20일 충북 청주시 소재 인터넷신문 <청주일보>는 '충주시 지난 2020년 고등 학생 관련 집단 성 추문 첫 공판 열려 - 9명 기소'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다른 매체의 연이은 보도는 없었다.
2023년 7월 20일, 애국국민운동연합 오천도 대표가 충주지원 정문에서 거대한 남근석과 칼을 들고 집단 성폭행범에 대한 단죄를 촉구하는 퍼포먼스·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사안을 보도한 언론은 <청주일보>와 충북 지역 일간지 <중부매일> 단 두 곳이었다.
언론의 외면은 2024년 2월 1일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의 1심 선고가 있을 때까지 계속됐다. 이에 대해 <청주일보> 관계자는 "여러 소문이 있었다. 가해자 부모 중에 지역 유력인사가 포함됐고, 이들이 '브로커'를 통해 언론보도를 막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안이 중한데도 우리 이외에 보도를 하는 곳이 없었다. 아예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언론뿐만 아니다. 충주지역 시민단체에도 연락했지만 이들 중 이 문제에 나선 곳은 없었다."
충주 지역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는 O씨는 경찰도 이 사실을 숨겼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지난해(2023년) 여름 '집단 성폭행' 사실을 연락받고, 이를 확인하려 경찰 관계자에게 문의했다"면서 "경찰 관계자는 '그런 사건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집단성폭력 사건이 없는 줄 알았다. 알았다면 피해자 보호를 위해 무엇이라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유력인사'는 누구?
충주 집단성폭행 사건을 접한 이들은 왜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 기소되는 데 2년이란 세월이 흘렀는가에 의문점을 표시한다.
이에 대해 현직 검찰 관계자는 <충북인뉴스>의 질의에 "사회적 관심이 클 사안이고, 성폭행과 같은 사건은 다른 사건보다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맞다"면서 "사기나 금융범죄처럼 수사가 어려운 사안도 아니다. 검찰에서 1년을 끈 것은 이례적인 경우"라고 평가했다. 충북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성구 변호사도 "기소까지 걸린 시간이 2년인데, 흔한 경우는 아니다"라고 했다.
피해자에게만 유독 느린 전개는 어떤 결과를 낳았나. 최명희 충주성폭력상담소장의 말이다.
"기소에만 2년, 1심 결과가 나오는 데에는 (수사 시작부터) 총 3년 5개월이 걸렸다. 그 사이에 가해자는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버젓이 대학에 다닌다. 반면 피해자는 도망치듯 지역을 떠나고 학업을 포기했다. 피해자의 고통만 가중됐다."
충주 지역사회에선 '보이지 않는 힘'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앞서 소개한 '지역 유력 인사 자제 연루' 소문 때문이다. 거론된 '지역 유지'는 누구일까?
<충북인뉴스> 취재 결과, 전직 국립대학교 교수 J씨, 전 검찰 직원 K씨, 현직 시의원 L씨의 자녀가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교수 J씨는 재직 당시 총장선거에도 나섰었다. 퇴직 이후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지방선거에도 나서려 했었다. 해당 시기는 자녀가 검찰수사를 받고 있던 시기와 맞물린다. 전직 검찰 직원 K씨는 현재 법무사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현직 시의원 L씨는 국민의힘 충주시의회 후반기 의장 후보로도 선출됐었다.
현직 검찰 관계자는 "이들 중 하나는 검찰수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③번 기사로 이어집니다.)
[지난 기사]
① 7개월간 지속된 집단성폭행, 판결까지 3년 넘게 걸린 이 사건 https://omn.kr/29p4n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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