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잘 싸웠다' 남자탁구, '최강팀' 중국과 풀매치 접전 끝 결승행 좌절…동메달 마무리

조은혜 기자 2024. 2. 2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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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부산, 조은혜 기자) 비록 졌지만 잘 싸운 경기였다. 3시간 30분이 넘는 혈투, 그래서 더 아쉬웠다. 한국 남자탁구 대표팀이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4강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만나 명승부를 벌였으나 아쉽게 패배했다.

장우진(한국거래소), 이상수(삼성생명) 임종훈(한국거래소), 안재현(한국거래소), 박규현(미래에셋증권)으로 꾸려진 남자탁구 대표팀은 2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대회 4강 중국과의 경기에서 매치스코어 2-3(3-1, 0-3, 3-2, 0-3, 0-3)으로 패하며 동메달로 대회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앞서 한국은 폴란드와 뉴질랜드, 칠레, 인도와 함께 꾸려진 3조에서 조별리그 예선 4연승을 거두며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서는 인도를 다시 만나 매치스코어 3-0 완승을 거두고 8강에 안착, 2024 파리올림픽 단체전 출전 티켓을 수확했다. 8강에서는 덴마크를 만나 매치스코어 3-1(3-1, 1-3, 3-0, 3-1)로 승리하며 동메달을 확보한 바 있다.

올림픽 출전권과 메달까지, 소기의 목표는 달성했으나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중국은 2000년 스웨덴 대회 이후 단 한 번도 세계선수권 우승을 놓친 적이 없는 팀. 쉽지 않은 상대였지만 그렇다고 넘지 못할 벽도 없다고 생각했다.

덴마크와의 8강을 마친 뒤 주세혁 감독은 "항상 고비가 있더라도 그 고비에서 무너지지 않는 게 중국이다. 넘어갈 듯 넘어가지 않는 게 중국만의 장점이라고 본다"며 "선수들도 잘 풀려줘야 하고, 또 홈팬들의 응원으로 상대 범실도 있어야 한다. 한 번씩 기적이 일어나니까, 그런 게 다 동원이 되면 어떨까 싶다"고 기대했다.

주 감독은 "우리가 맨날 0-3으로 패했는데, 나도 솔직히 기대가 많이 된다. 어떻게 되는지 여기의 많은 탁구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지금 우리 선수들도 컨디션이 좋고, 홈팬들의 응원까지 있기 때문에 한번 멋있는 경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장우진은 "일단 홈이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의 이점을 많이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 중국 선수들은 워낙 많은 상황들을 겪어봤기 떄문에, 우리나라 선수들이 형식적인 게 아닌, 조금 더 변칙적이고 예상할 수 없는 수를 많이 써야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내다봤다.

임종훈도 "솔직히 강 대 강으로 붙어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프랑스의 르브론 형제들처럼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보다는, 좀 더 변칙적으로 경기를 준비할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안재현은 역시 "중국 선수들은 워낙 강하다. 중국 선수들이 파워나 스피드나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서, 좀 더 변칙적이고 중국 선수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많이 하려고 시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우진은 "예전에 김택수 감독님이 중국 선수들과 하기 전에 하셨던 와닿았던 말이, 너무 완벽한게 틈이라는 거였다. 예전에 린가오위엔 선수와 할 때 그걸  되뇌면서 이겼던 기억이 있다. 그런 걸 오히려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1매치 첫 주자를 맡은 장우진은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장우진은 세계랭킹 2위 왕추친과 팽팽한 승부를 벌이며 모두의 예상을 꺾고 게임스코어 3-1(11-7, 2-11, 13-11, 11-6)로 1매치를 잡았다. 전날 덴마크전에서 게임을 내주며 "역적이 될 뻔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던 장우진은 이날 에이스의 본 모습을 톡톡히 보여줬다.

1게임 초반은 대등하게 흘렀다. 두 선수가 점수를 주고받으며 시소게임이 이어지다, 장우진이 왕추친의 범실을 유발하며 6-4로 앞섰다. 이어 장우진이 카운터 탑스핀과 백핸드 탑스핀으로 점수를 벌리며 점수는 8-4. 왕추친은 침착하게 쫓았지만 장우진이 공격 성공으로 게임포인트를 잡았고, 그대로 1게임을 먼저 가져왔다.

그러나 2게임에서는 몸이 풀린 왕추친이 장우진을 0점으로 묶고 8점을 뽑아내며 흐름을 바꿨다. 장우진은 왕추친의 연속 범실로 따라붙었으나 다시 점수를 내줬고, 왕추친이 2게임을 챙기면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장우진도 쉽게 분위기를 넘겨주지는 않았다. 3게임은 장우진이 4-1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곧 4-4 동점이 됐고, 왕추친이 점수를 뒤집었으나 장우진도 침착하게 따라붙었다. 7-7 동점에 이은 8-7 역전. 시소게임이 이어지며 승부는 듀스로 이어졌고, 12-11에서 장우진이 과감한 바나나 플릭으로 게임을 끝냈다.

장우진은 4게임에서도 5-1로 앞서며 주도권을 잡았다. 이후 장우진의 공격이 연속해서 네트를 맞고 들어가는 행운까지 더해지며 7-3으로 앞섰고, 점수 차를 유지하며 앞서나갔다. 이후 왕추친 손 쓸 수 없는 포핸드 공격으로 10-6, 매치포인트. 장우진은 그대로 1매치를 가져왔다. 

장우진은 포효했고, 팔을 위아래로 크게 흔들며 관중들의 더 큰 호응을 유도했다. 장우진이 1매치를 잡자 경기 시작 때와는 달리 중국팬들의 함성은 잦아드는 모습이었다.

2매치에서는 전날 덴마크전에서 2승을 거두며 한국의 승리를 이끈 임종훈이 세계랭킹 1위 판젠동을 만났다. 결과는 게임스코어 0-3(8-11, 6-11, 8-11) 패배. 경기 내용이 나쁘지 않아 더 아쉬운 패배였다.

1게임에서는 판젠동이 먼저 3점을 내고 앞섰고, 임종훈이 포핸드 공격으로 첫 득점을 낸 뒤 연속 득점으로 따라붙었다. 이후 판젠동의 범실이 나오며 7-7 동점. 하지만 판젠동은 리드를 내주지는 않았고, 10-8 게임포인트를 잡은 뒤 1게임을 끝냈다.

2게임도 팽팽했다. 판젠동이 5-3으로 앞서자 임종훈이 연속 득점에 성공해 5-5 균형을 맞췄다. 이후 판젠동의 범실을 유도해 리드를 가져왔으나 판젠동도 곧바로 반격했다. 판젠동은 6-6 동점에서 내리 5점을 올리면서 2게임을 매조졌다.

3게임도 판젠동의 몫이었다. 게임 초반은 대등하게 흘렀지만, 6-7에서 판젠동의 연속 득점으로 점수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판젠동이 게임포인트를 잡은 뒤 임종훈도 2점을 따내며 압박했지만, 이내 매치가 마무리가 됐다.

3매치는 팀의 맏형들의 대결. 이상수가 올림픽 남자단식 2연속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랭킹 3위의 마롱와 만났다. 두 베테랑의 만남에 5게임까지 가는 혈투가 벌어졌고, 이상수가 접전 끝 게임스코어 3-2(11-7, 4-11, 12-10, 6-11, 11-4)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상수는 1게임에서 5-3으로 앞서다 범실이 나오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다시 3점을 내리 뽑아내며 앞선 이상수는 분위기를 타 10-6 게임포인트를 잡고 1게임을 가져왔다. 2게임은 6-1까지 앞서며 시작한 마롱이 그대로 흐름을 잃지 않으면서 마롱의 승리. 

3게임은 3-3 동점에서 마롱이 4번 연속 점수를 뽑아내고 이상수를 따돌렸다. 하지만 이상수도 침착하게 따라붙으며 7-7 동점. 이후 시소게임이 이어지며 10-10 듀스가 됐다. 이내 이상수가 범실을 유도해 역전에 성공, 게임을 매듭지었다.

이상수는 4게임에도 기세를 올렸다. 엄청난 반응 속도로 먼저 2점. 하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 마롱은 곧바로 추격했다. 마롱은 3-2에서 경기 딜레이로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지만 3-3 동점에서 6연속 득점으로 달아났다. 이후 마롱이 4게임을 끝내면서 승부는 운명의 5게임으로 향했다. 

5게임은 이상수가 주도권을 잡았다. 3-3 동점에서 4점을 달아나며 점수를 벌렸다. 마롱은 한 점을 보탰지마 이상수가 다시 3점을 연속 득점하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고, 매치포인트에서 마롱의 리시브가 벗어나며 길었던 3매치가 종료가 됐다. 홈팬들이 모두 기립해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며 목소리를 높였다.

4매치에서는 장우진과 판젠동이 만났다. 1매치에서 왕추친을 꺾었던 장우진은 판젠동을 상대로는 게임을 따내지 못하며 게임스코어 0-3(6-11, 7-11, 10-12)로 패했다.

장우진은 힘이 들어간 듯 1게임에서 2-7까지 끌려갔다. 이후 장우진이 쫓았으나 벌어진 점수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먼저 1게임을 내줬다. 

2게임도 판젠동이 4점 리드를 잡고 시작했다. 장우진은 한결 차분한 모습으로 추격해 5-5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판젠동이 2점을 추가했으나 장우진도 따라붙어 7-7. 하지만 팽팽한 랠리 끝 다시 리드를 잡은 판젠동이 2게임까지 자신의 몫으로 가져갔다.

3게임은 시소게임이 이어지며 10-10 듀스까지 갔지만, 판젠동이 추가 득점을 내주지 않고 승부를 5매치로 이끌었다.

운명의 5매치, 임종훈과 왕추친이 맞대결을 펼쳤다. 1매치와 달리 왕추친은 가뿐한 컨디션을 자랑했다. 1게임부터 계속해서 임종훈의 범실을 유도하며 6점을 먼저 내고 앞섰다. 이후 10-2로 왕추친이 게임포인트를 잡은 뒤 임종훈이 3점을 따라붙었으나 1게임을 가져왔다. 

2게임은 2-2 동점에서 임종훈이 먼저 2점 리드를 잡았다. 임종훈은 6-3까지 앞섰으나 곧 왕추친이 6-6 균형을 맞췄고, 점수를 뒤집고 임종훈을 따돌렸다. 임종훈이 휘청일 정도로 강한 공격으로 게임포인트를 잡고 2게임을 끝냈다.

왕추친은 3게임까지 임종훈을 틀어막고 길었던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임종훈은 2-3에서 넘어지면서도 리시브를 받아내는 엄청난 랠리를 펼쳤으나 결국 왕추친에게 점수를 내줬다. 이후 임종훈이 4-4 동점을 만들었으나 왕추친이 이내 점수를 벌리고 경기를 매조졌다.

남자탁구에 앞서 여자탁구도 중국에게 발목을 잡히며 대회를 마무리한 바 있다. 신유빈(20・8위・대한항공), 전지희(32・21위・미래에셋증권), 이시온(28・44위・삼성생명), 이은혜(29・66위・대한항공), 윤효빈(26・159위・미래에셋증권)으로 꾸려진 여자 대표팀은 전날 8강에서 '세계 최강' 중국과 만나 매치스코어 0-3(0-3, 0-3,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16강전에서는 세계랭킹 14위의 브라질을 상대로 매치스코어 3-1 승리를 거둔 한국 여자탁구는 이번 대회 8강 진출팀에게 주어지는 2026 파리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은 손에 넣었다. 하지만 8강에서 난적을 만나면서 메달 획득에는 실패, 아쉽게 여정을 마감하며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얻은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사진=연합뉴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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