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재원 마련에 나선 SK스퀘어가 올해 상반기 현금 약 1조1000억원을 확보했다. SK스퀘어는 SK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투자를 담당하는 중간지주사다. SK하이닉스 지분 20.7%를 가졌고, 11번가·티맵모빌리티·SK플래닛 등을 포트폴리오 회사로 두고 있다.
SK스퀘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6월 말 별도기준 현금자산 약 6306억원과 SK쉴더스 매각대금 약 4500억원을 합쳐 현금 1조806억원을 손에 쥐었다. 현금자산은 지난해 말 약 5065억원에서 1200억원가량 증가했다.
SK스퀘어는 포트폴리오 회사의 배당금과 지분매각으로 수익을 얻는다. 올해는 반도체 중심 포트폴리오 구축에 나서 비핵심 자산을 매각했다. 대표적으로 올 4월 크래프톤 주식 108만5600주를 모두 매각해 2625억원을 얻었다. 상반기에 거둔 배당금 수익은 약 907억원으로, 이 중 SK하이닉스에서 받은 배당금이 약 876억원이다. SK쉴더스 매각대금은 오는 2025년 7월까지 수령할 예정이며, 향후 이자수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K스퀘어는 2025년까지 자체 투자재원 2조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SK그룹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잡은 데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또 메모리 가격 강세가 지속돼 실적 상승세가 예상된다.
한명진 신임 SK스퀘어 대표이사의 취임 메시지도 반도체 투자에 집중됐다. 한 대표는 14일 구성원과의 타운홀미팅에서 "기존 포트폴리오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하고 유동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반도체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기 위해 반도체 신규 투자를 내실 있게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임시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됐다.
SK스퀘어의 향후 자금 확보도 자회사 배당금과 포트폴리오 매각을 통한 수익화로 이뤄진다. 올 6월 말 기준 SK스퀘어가 투자한 회사는 총 25곳이다. 주요 출자 대상인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에 사상 최대인 16조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티맵모빌리티의 2분기 매출은 81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8% 증가했지만 순손실이 196억원으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SK스퀘어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74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조5000억원 늘어 흑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조4000억원 증가한 7288억원이다. 매출은 4686억원을 기록했다.
윤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