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액에 훨씬 못미치는 기자재 납품…막대한 국고 낭비
광주지검, 전 경영본부장 4명 구속…브로커 등 12명 기소
국립광주과학관 전 임직원 등이 관급계약 납품업체와 브로커에게 발주계약 체결을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건네받아 구속 기소됐다.
이들의 비리로 계약금액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기자재가 납품되고 막대한 국고가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명하게 운영돼야할 관급자재 계약과 납품에 전문 브로커가 개입해 조달 시스템을 무력화한 사실도 밝혀졌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검사 조정호)는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수수) 등 혐의로 국립광주과학관 전직 경영지원본부장 A씨 등 임직원 4명을 구속기소했다.
관급계약을 알선한 일명 ‘브로커’ 4명(1명 구속·3명 불구속)은 변호사법 위반과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립광주과학관 임직원에게 직접 뇌물을 상납하고 관급계약을 따낸 업체 관계자 4명도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법정에 서게됐다.
A씨 일당은 공모해 발주계약 체결 대가 명목으로 총 1억 4000여만원을 받아 나눠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중 3명은 2018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국립광주과학관 CCTV에 촬영된 직원들의 대화장면 영상을 당사자 동의 없이 제공 받은 혐의로도 재판을 받는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3월 국립광주과학관의 다른 임직원들이 과학기술정보부에 고발함으로써 드러났다.
이들은 국립광주과학관에서 발주하는 총 70여건의 계약과 관련해 2가지 방법으로 조직적으로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납품한 물품은 빔프로젝터, 손소독기, 컴퓨터, 전자 칠판, 홈페이지 유지관리 및 스마트 교육·전시환경 구축 물품 등이다.
첫 번째는 방법은 관급 납품업체 운영자에게 직접적으로 인사비를 요구하는 것이다. A씨는 전직 국립광주과학관 운영지원실장 2명과 전직 시설안전관리소장 1명과 공모해 계약체결을 원하는 납품업체 운영자에게 많게는 845만원부터 적게는 185만원까지 받아 챙겼다.
두번째 방법은 브로커를 활용하는 것이다.
브로커에게 관급 납품업체를 물색하도록 하고 브로커가 알선한 특정 업체와 국립광주과학관이 발주계약을 체결한 뒤 브로커가 해당 업체로부터 알선료를 받으면 일부를 A씨 일당이 챙기는 방식이다.
브로커들은 업체 물색, 인사비 조율, 인사비 수령, 인사비 분배 등의 역할을 나눠 분업형태로 범행했다. 브로커들은 총 4억 6000여만원을 수수해 이 가운데 1억 1600여만원을 A씨 등에게 넘기고 나머지는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브로커에게 금품을 제공했지만 일부 납품업체는 기소되지 않았다. 변호사법상 금품제공의 경우 처벌규정이 없고 뇌물공여 혐의의 경우 고의와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관급 납품 비리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한다.
뇌물을 주기 위해 관급납품 업자들이 리베이트 비용을 납품 물건가액에 추가해 계약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저가형 물건이 공공기관에 들어 갈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다.
관급납품비리가 발생하면 혈세로 모은 국고가 낭비되고, 납품된 기자재도 충분한 품질을 맞추지 못해 국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A씨 등 임직원들이 취득한 범죄 수익 1억4000여 만원과 브로커의 범죄 수익 3억1800만원을 전액 추징 보전했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공공기관 발주 계약 체결을 따내려면 인맥이나 뒷돈이 개입돼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다”면서 “공공기관 임직원의 지위를 사익추구의 수단으로 삼는 범행을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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