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의 국감 도피 '꼼수'…'노태우 비자금' 진실 밝히면 될 일을 [데스크 칼럼]
'노태우 비자금' 의구심 증폭…각계에 진실 규명 요구 잇따라
노소영 '국감 도피', 꼼수이자 자충수…법사위 "실체 끝까지 밝혀야"
'꼼수 세 번 쓰면 패한다'는 바둑 격언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에게도 유효하다. 이들은 이른바 '노태우 비자금'을 다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기 위해 '해외 행사'라는 꼼수를 쓰려다가 오히려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바둑에서 꼼수는 치사한 수단이나 방법을 의미한다. 정상적인 절차나 원칙을 따르지 않은 간편하고 손쉬운 방법을 말하는데, 21일 대검찰청 국감에 앞서 노 관장 남매가 지난주 국회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가 좋은 예다. 이 사유서엔 노 관장은 국감 일정 동안 해외에 장기 체류할 예정이라, 노 원장은 대검찰청 등에 고발된 피고발인 신분이라 증언을 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이들은 8일 법무부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국회 요청에 연락을 받지 않고 출석요구서를 수령하지 않아 지난 국감 출석 요구도 고의 회피한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입맛에 맞는 자리에는 출석하면서 껄끄러운 자리는 피하겠다는 얄팍한 속셈이다.
노 관장은 이번 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서울디자인 2024' 행사에 참석하기로 돼 있었으나 계획을 변경해 출국했다. 지난달 서울디자인재단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노 관장은 오는 23일 '기술과 예술의 상호작용' 제목의 주제발표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노 관장이 참석하기로 한 건 최소 지난달 보도자료 배포 전인 셈이다. 불참 결정은 공교롭게 지난 8일 법무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아 법사위에서 재출석을 요구한 시점 이후로 보인다. 행사 사무국이 노 관장에게 여러 차례 참석을 설득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그러나 노 관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지 미디어 컨퍼런스인 'MTL커넥트' '허브 몬트리올'참석, 지인 만남 등 활동을 16일, 17일, 20일, 21일 보란 듯이 올렸다. 해외에 체류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주최 측에서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일정에 쫓겨 급하게 강연 일정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티켓이 매진되거나 10여장 안팎으로 남은 다른 기조연설과 달리 노 관장 세션만 빈자리가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노 관장 자신도 SNS에 "많이 오진 않았다"(Not many came)고 푸념할 정도다. '허브 몬트리올' 행사 역시 홈페이지 어디에도 노 관장이나 아트센터 나비의 참가 소식이나 파트너십을 전하지 않았다.
즉, 국감에 출석하지 않기 위한 알리바이성 '해외 일정'을 만들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 국회에 정통한 관계자가 "10월 초 법무부 국감에서도 연락 두절, 출석요구서 반송 등으로 국회의 출석 요구를 완벽하게 회피한 데 이어 이번 증인 출석도 ‘장기간 해외 체류’라는 방식으로 기피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SNS에 올린 해외 활동은 알리바이용일 것', '국회 전문가가 불출석을 코칭해주고 있다' 등의 소문까지 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노 관장의 국감 불출석은 질이 나쁜 꼼수라 할 수 있다. 이 모든 일이 자신의 이혼소송에서 시작된 탓이다. 앞서 노 관장은 2심 재판에서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이 과거 SK그룹 성장에 이바지했다고 주장하기 위해 김 여사가 '선경 300억' 등이라고 쓴 비자금 메모를 증거로 제출했다.
이 메모는 노 관장이 1조3000억원대 재산분할 판결을 받아내는 결정적인 근거가 됐지만, 노 전 대통령의 900억원대 자금 흐름이 드러나면서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탈세를 재수사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노 관장이 재산분할로 받게 된 돈의 씨앗이 비자금이라고 한다면, 이를 법이 인정해 주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공정에 의뢰해 지난달 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도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904억원에 대해 70.2%가 "불법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고 이 돈의 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국민의 67%이상이 환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엄중 처벌하고 회수해야 한다"도 37.4%를 차지했다.
이번 이혼소송에서 드러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해 과세해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역사적으로 12·12 쿠데타와 6공화국을 연결하는 상징성이 있다. 어물쩍 시간 끌기로 넘어갈 순 없다는 의미다.
그러고 보면 노 관장의 꼼수는 결국 무리수이자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 전 대통령 비자금 관련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노 관장이 국감에 불출석한 사이, 심우정 검찰총장은 그 자리에 나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수사팀에서 법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가 원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의 회계장부 조작 의혹도 제기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8일 법무부 국감에서는 국세청이 김 여사의 2000∼2001년 차명 보험료 210억 납부 사실을 인지하고도 확인서만 받고 조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꼼수에 능한 자는 바둑에서도, 사회에서도 교활한 소인배 취급을 받는다. 상대할 인간이 못 된다 싶어 피하듯, 법사위 의원들은 노소영·노재헌 남매가 출석하지 않더라도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진실 규명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이에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종합감사에서도 ▲김 여사 메모 진위 여부와 김 여사가 관리한 비자금 실존 여부 ▲노재헌 원장 재단으로 흘러든 자금의 출처 및 탈세 의혹 ▲비자금의 역외 은닉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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