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어릴 적 왕따였던 팀 버튼/ 그를 키운 공상 속 친구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팀 버튼의 작품을 10년 만에 다시 만났다. 어린 시절 습작부터 회화·데생·사진·영화 캐릭터 모형 등 그의 50년 발자취를 훑은 ‘팀 버튼 특별전’(9월 12일까지)에서다.
10년 전 그가 그린 기괴한 캐릭터들을 보며 말한 게 떠올랐다.
A : “난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였다. 또래가 괴롭히면 공동묘지에서 공상 속 친구들과 오싹한 놀이를 즐겼다. 홀로 괴물영화 보기를 좋아했다.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나 자신을 괴물과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면 괴물 역할을 하는 배우가 되리라 마음먹기도 했다. 또 다른 탈출구인 그림은 내게 치유였고, 소통의 도구였다. 영화 연출이든 그림 그리기든 결국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일이다. 지금은 사람을 만나는 데서 기쁨을 찾는다. 이제 와서 보니 홀로 그렸던 그림이 오늘날의 나를 만들었다.”
결국 그는 왕따였기에 홀로 공상 속 친구들과 놀았으며, 그 상상의 친구들이 ‘배트맨’ ‘가위손’ ‘빅 피쉬’ 등의 밑바탕이 됐다는 얘기였다.
이날 꽤 어두운 실내임에도 그는 인터뷰 내내 짙디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팀 버튼의 선글라스에 감춰진 눈을 볼 수 있을까 궁리하던 터에 그가 들려준 이야기가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시작하며 그에게 요청했다.
“어린 시절 홀로였던 갇힌 세상에서 나와서 지금은 세상과 소통하듯 선글라스 너머에 갇혀 있는 당신의 눈을 세상에 드러낼 수 없을까요?”
옆에 있던 통역을 통해 요청을 들은 그가 고개를 돌려 정면을 응시했다. 한동안 정적이 흐른 후, 그가 아주 천천히 선글라스를 아래로 내렸다. 마치 영화배우가 연기하듯 천천히였다.

그렇게 그가 선글라스 너머의 눈을 드러내는 일,
사람과 사람, 나아가 세상과 연결된 팀 버튼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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