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도심 한복판에 배 띄운다…6720억원 '물길 사업' 추진

김윤호 2026. 3. 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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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물길 내기 사업 관련 조감도. 자료 울산시

구상 단계였던 울산 도심 '물길 내기' 사업이 수천억원 규모의 구체적인 계획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울산시가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리버 워크(River Walk)'처럼 도심 속 뱃길 조성에 본격 착수하면서다. 대상지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쌓은 성곽 인근 도심 공원과 국가정원이 있는 태화강 일원이다.

울산시는 24일 "중구 학성공원(5만6606㎡) 둘레에 길이 1.1㎞, 폭 10m, 수심 1.8m 규모의 물길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원 둘레를 따라 4개 선착장을 설치해 보트를 타고 뱃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물길은 직선거리로 400m쯤 떨어진 태화강과 연결될 예정이다. 공원 주변에선 체험형 보트가, 태화강 구간에서는 수상택시가 오가는 방식이다. 울산 도심 한가운데 '한국판 리버워크'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울산시는 태화강 뱃길 조성에 앞서 유사 시설이 있는 일본 구라시키 미관지구와 미국 샌안토니오 리버워크를 벤치마킹했다.

울산 물길 내기 사업 관련 조감도. 자료 울산시


물길 사업은 최근 타당성 검토와 기본계획 수립을 마치며 본격화됐다. 토지 보상 등 본격적인 사업 절차는 내년부터 시작되고, 공사 착공은 2034년 이후로 잡혔다. 울산시는 이 공간을 단순한 체험형 시설이 아닌 체류형 관광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물길을 따라 왜성이 있는 지역 특성을 살린 일본 상점가 디자인의 관광 거리와 벚꽃 터널길, 수변카페, 수선화·수국이 어우러진 사계절 중앙정원 등을 더해 태화강 국가정원과 도심을 잇는 새로운 관광 동선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울산왜성 물길내기 사업 조감도. 자료 울산시


물길에는 침수 예방 기능도 함께 담는다. 물길과 배수시설을 연계하고 배수펌프장을 설치해 집중호우 시 강제 배수가 가능하도록 설계할 방침이다. 물길은 태화강 물을 활용해 하루 3만7000t 규모로 공급하고, 순환형 수로 구조를 적용해 물 정체와 악취 발생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사업 규모도 윤곽이 나왔는데, 총 사업비는 6720억원. 이 가운데 물길 조성을 위한 보상비가 3963억원으로 책정됐다. 울산시는 민간 자본을 최대한 유치해 재원을 마련하고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남아있는 울산왜성 성곽의 모습. 사진 울산시

울산 학성공원 일대는 역사적 의미가 크다. 임진왜란 당시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축조한 울산왜성이 자리한 곳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공원 아래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배를 타고 태화강을 거쳐 바다로 나가던 수상 교통의 거점이었다고 한다. 1928년 태화강 제방 축조 이후 물길이 끊겼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단순한 뱃놀이용 물길을 위한 경관 조성이 아니라 도시 재생과 관광, 방재 기능을 결합한 사업"이라며 "주변 상권과 지역 경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물길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시민단체는 이 사업이 사실상 '울산왜성 해자 복원'에 해당한다며 역사적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수천억원대 예산이 투입되는 데 비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울산시민연대 측은 "부동산 개발이익의 공공기여를 앞세우기보다 사업 추진에 앞서 역사적 타당성과 시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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