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한부모가족 명의 빌려 학교 매점·자판기 낙찰' 대전시 공무원 징역 2년 확정
2심, 포괄일죄 인정한 1심 깨고 상상적 경합 인정
한부모가족이나 65세 이상 노인 등 '우선 허가 신청권자'의 명의를 빌려 학교 매점이나 자판기 사용·수익권을 낙찰받은 공무원이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이번 재판에서는 형법상 입찰방해죄와 업무방해죄, 위계공무집행방해죄 사이의 죄수관계가 쟁점이 됐는데, 대법원은 입찰방해죄와 나머지 2죄는 형식상 수죄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일죄인 포괄일죄 중 특별관계가 아니라, 1개의 행위가 여러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수죄인 상상적 경합관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업무방해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방해죄와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 및 입찰방해죄와의 죄수관계,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추징의 대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A씨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대전시 공무원이던 A씨는 2016년∼2022년 대전권 학교의 매점과 자판기 사용·수익권 입찰에 우선적으로 낙찰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한부모가족, 65세 이상 노인 등의 명의로 입찰해 해당 학교나 기관의 업무를 방해하고, 위계로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사는 사립학교의 입찰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를, 공립학교나 국가기관의 입찰에 대해서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했다.
A씨는 '우선 낙찰 대상자'들로부터 입찰에 필요한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공인인증서와 증빙서류인 한부모가족증명서, 기초생활수급증명서 등을 넘겨받아 입찰한 뒤 낙찰을 받으면 이들에게 낙찰에 대한 수고비를 지급하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매점에서 일하게 한 뒤 월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대가를 치렀다.
그는 이 같은 방법으로 2016년 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총 17회에 걸쳐 8곳의 사립학교장으로 하여금 매점 혹은 자판기 사용·수익허가 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또 같은 기간 총 29회에 걸쳐 12곳의 국·공립학교장이나 B기관장으로 하여금 매점이나 자판기의 사용·수익을 허가하게 했다. 6년 동안 46회에 걸쳐 부당하게 낙찰을 받거나 계약기간을 연장한 셈이다.
재판에서는 죄수 관계가 문제가 됐다.
1심 법원은 검찰이 적용한 업무방해죄, 위계공무집행방해죄 대신 입찰방해죄 유죄를 인정,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업무방해죄와 입찰방해죄, 위계공무집행방해죄와 입찰방해죄 사이의 관계를 '1개의 행위가 외관상 수개의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1죄만 구성하는' 법조경합, 그 중에서도 '어느 구성요건이 다른 구성요건의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외에 다른 요소를 구비'할 때 성립하는 특별관계라고 봤다.
재판부는 "입찰시행자가 본래의 업무를 달성하거나 추진하기 위해 시행하는 입찰도 업무방해죄의 보호객체인 업무에 해당하는 점, 구성요건적 행위도 '위계 또는 위력'으로 동일한 점, 입찰방해죄는 경매와 입찰의 공정성을 보호함으로써 업무의 방식으로 경매와 입찰을 선택한 입찰시행자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것이어서 업무방해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일반적인 활동의 자유에 포함되는 점 등에 의하면, 업무방해죄와 입찰방해죄는 법조경합 중 특별관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라며 "따라서 입찰방해죄가 성립하면 업무방해죄는 따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와 같은 판단의 근거로 2016년 서울고등법원 판례를 들었다. 해당 사건은 당사자가 상고를 취하해 2심 재판 결과가 그대로 확정된 사건이다.
재판부는 부당한 입찰로 A씨가 얻은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입찰방해 범행을 통해 '매점 등의 운영수익권’을 취득했다"라며 "그러나 피고인이 위 운영수익권을 기초로 얻은 영업수익금은 형법이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추징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먼저 재판부는 A씨가 취득한 운영수익권은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형법상 '몰수'의 대상이 아니고, 따라서 운영수익권을 기초로 얻은 영업수익금 역시 몰수의 대상임을 전제로 하는 추징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얻은 수익금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추징 대상인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면서, 유사한 규정을 가진 부패재산몰수법, 불법정치자금법 등을 근거로 제한적으로 해석, 불법수익이 변형되거나 증식돼 형성된 재산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비록 범죄수익이 기초가 됐더라도 이후 양도나 대여 외의 추가로 개입된 행위로 인해 비로소 발생한 재산상 이익은 범죄수익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있다는 점 등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2심 법원의 판단은 완전히 달랐다.
검찰은 1심 재판 결과를 고려해 2심에서 공소장변경 허가를 신청, 애초 기소한 업무방해죄와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하면서 입찰방해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법원이 입찰방해죄와 다른 2개 죄의 관계를 법조경합(특별관계)으로 본 1심의 판단과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을 인정하지 않은 판단이 잘못됐다는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항소 이유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4억5800여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형법은 1개의 행위가 동시에 여러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의 경우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먼저 재판부는 "입찰방해죄와 업무방해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법조경합 중 특별관계가 아니라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위계로써'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 반면, 입찰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 기타 방법으로'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여, 반드시 위계가 아닌 다른 방법을 사용해 입찰의 공정을 해하는 경우에도 입찰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구성요건을 폭넓게 정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점에서 입찰방해죄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적 행위가 동일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오류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관계에 있어서 특별법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행위는 일반법의 구성요건을 당연히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입찰방해죄가 업무방해죄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와의 관계에서 법조경합 중 특별관계에 있지 않음이 명백하다"고 결론 내렸다.
즉 위계나 위력 외의 다른 기타 방법에 의해서도 입찰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는 만큼, 입찰방해죄가 성립하는 모든 경우에 당연히 업무방해죄도 성립하는 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는 의미다.
또 재판부는 3가지 범죄가 보호법익도 각각 달라 실질적으로 1죄만 성립하는 경우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업무방해죄는 '업무',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라는 광범위한 보호법익을 가지고 있는 반면 입찰방해죄는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이라는 특수한 보호법익을 갖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1개의 죄만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재판부는 추징과 관련된 1심 법원의 판단도 잘못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통해 직접적으로 취득한 매점 등의 사용수익권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서 정한 '범죄수익'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위와 같은 사용수익권을 기초로 매점 등을 운영해 발생한 영업수익은 피고인이 위 사용수익권을 보유하면서 2차적으로 얻은 재산으로서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에 해당해 몰수·추징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라며 "원심과 같이 피고인의 운영 방식에 따라 수익의 발생 여부나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몰수·추징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 스스로 매점 등 운영을 통해 76억3600여만원의 수익을 얻었음을 자인한 점을 토대로 A씨가 지출한 원재료 구입비용, 인건비, 임차료 등 기타 비용 등을 공제, A씨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산정한 최소 영업수익이 4억5800여만원이라고 계산해 추징을 명했다.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A씨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매점 운영을 통해 얻은 수익 중 일부는 한부모가족 등 우선허가 신청권자들에게 지급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반면 30년 동안 공무원으로 근무, 누구보다 엄격한 준법의식을 가졌어야 할 A씨가 그 같은 본분과 지위를 도외시하고 범행에 나선 점, 공무원의 겸직금지의무를 위반한 점, 징계를 받고 수사가 진행 중인 와중에도 매점을 계속 운영하면서 신규 입찰에 참가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2심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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