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에서 전해오는 가구 디자이너의 최신 트렌드 ②
매년 유럽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발 빠르게 탐방하는 가구 디자이너가 특파원의 눈으로 전하는 전원주택을 위한 가구 최신 TIP & TREND. 그 두 번째 시간은 경계를 넘나드는 주방가구의 소재들을 짚는다.
가구에 대한 고민은 생각보다 빨리 시작된다. 왜냐하면, 사람은 안과 밖을 동시에 상상하기 때문이다. 대지의 평수, 주택의 모양, 방의 개수, 가족실에서 보내고 싶은 시간, 또는 컬러나 조명 등 순서 없이 떠오르고 사라지는 것이 바로 내 집에 대한 아이디어다. 아주 간단한 수준의 마감재 정도를 익혀두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서 동시에 세 가지 이유로 큰 도움이 된다.
첫 번째로, 가구의 마감재는 집의 인테리어와 콘셉트를 결정한다. 두 번째로, 가구의 견적은 마감재에 따라 달라진다. 세 번째로, 가구의 마감재에 대한 고민은 ‘생각보다’ 일찍 시작하여야 한다. 내부 마감이 모두 된 후에 가구를 고민하기에는 너무 늦다. 멋진 건물의 외장은 현관을 통해 실내로 들어오면서 정체성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키친과 일반 가구의 구성은 비슷하므로, 가장 복합적인 자재 구성을 가진 키친, 주방가구를 위주로 간단한 가이드를 남겨보도록 하겠다.
가구 도어 마감재의 종류
① LPM : 가구의 몸통은 주로 PB(파티클 보드, Particle Board)에 LPM(Low Pressure Melamine) 마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만큼 가장 합리적인 가격대면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마감재다. 색상이나 무늬가 포함된 멜라민 수지를 접합하는 방식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모양을 찍어내기가 쉽다. 특히 자체의 두께가 얇아 방염해야 하는 현장에서 주로 사용한다.
② PET : 두 번째로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어 마감재는 PET일 것이다. 강도가 높고 내마모성과 접착성, 마찰성 등에서 강점을 가진다. 특히 최근에는 ‘무지문 PET’라고 하여 표면에 미세한 기공을 내는 기법을 사용하여 오랜 고질병이던 지문과 오염 자국에서도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생각보다 다양한 컬러가 나와 가성비 가구 설계를 할 때는 꼭 사용되는 만능 마감재이다.
③ 우레탄 도장 : 우리가 편히 ‘페인트’라 부르는 공법이다. 장점이 많고 고급스러운 마감이 가능하다. 우선 모서리에 ‘엣지’라는 추가 마감을 하지 않고, 뿌려서 마감해 이음새나 모서리가 매끈하다. 그리고 판재 자체를 성형할 수 있기에, ‘U’자, ‘J’자 등의 홈파기 손잡이가 가능하다. 또는 몰딩이나 따내기 등의 작업이 가능하므로 클래식, 빈티지, 루버, 원형 등의 개성 있는 도어 제작이 가능하다. 특히나 클래식한 현장은 가구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건축의 외관에서부터 실내 상부 몰딩과 벽면 장식 또는 천장의 모양과 방문조차 하나하나 디자인하여 한 방향으로 콘셉트를 바라보기 때문에 일체화된 디자인 설계가 가능하다. 깨끗하고 장식 없는 민자 도어를 선택한다면, 벽면과 같은 컬러로 조색할 수 있어 히든 가구 도어 등의 일체화된 디자인을 이룰 수 있다.
④ 무늬목 또는 원목 : 목가적인 느낌의 주택 디자인을 설계할 때에는 우드의 사용이 빈번하다. 우드를 택할 때는 꼭 외장, 내장, 가구에 이르기까지 나무의 수종과 톤을 교차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구에서도 우드의 느낌을 살리겠다고 한다면 습식 무늬목, 건식 무늬목, 그리고 원목으로 도어를 고려하게 된다. 모두 각자의 장점과 특징이 있는데 습식 무늬목은 얇은 무늬목을 다림질하듯이 작업하기 때문에 도어 자체의 모양이 있거나 정성스러운 가구 도어의 모양을 만들 때 주로 사용을 한다. 건식 무늬목은 나무 자체가 갖는 질감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게 두껍게 나오는 편이라 내추럴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원목 도어는 묵직하고 친환경적인 디자인에 주로 사용이 되지만, 그 외에 간살 도어를 만들 때도 원목을 사용한다. 우드는 지향하는 콘셉트에 따라서 소재를 골라야 한다. 건물의 내·외관에서 우드의 느낌을 포인트로 활용하였다면 내부에서도 그 톤과 매너를 따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서까래, 현관문, 계단재 또는 마루의 컬러까지도 가구 디자인에 관통되어 고려되어야 한다. 한편, 무늬목도 마찬가지로 벽면 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합성 무늬목이 새로운 친환경 및 고갈되는 나무 수종에 대한 대체안, 또는 실험적인 디자인을 위해 각광 받기도 한다.
⑤ 유리 도어 : 한때 유행했던 하이그로시 유행이 유럽에서는 다시 돌아왔다. 2024년 밀라노에서는 유리 도어의 재현을 여러 명품 가구 브랜드에서 볼 수 있었다. 유리 도어는 여러 장점이 있는 도어다. 내구도와 방염, 방수, 또는 컬러와 글라스 표현에서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유리 도어는 우리가 기억하는 하이그로시의 민자 도어 말고도 여러 기법을 통하여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미스트, 반사, 또는 모류 유리 등으로 도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화려함을 활용하여 홈바나 장식장 등의 연출을 하기 좋다. 특히 모루 유리와 아쿠아 유리 등을 활용한 복고풍 인테리어도 눈에 띄게 보이는 추세이다. 유리 도어는 기본적으로 투과하는 성질을 활용한 디자인을 많이 하는데, 층고가 높은 집에서 유리 도어를 사용하면 상부장이 더 도드라져 보이고, 답답해지는 느낌을 피할 수 있다. 최근에 유행한 유리블록 등의 건축, 인테리어적인 요소를 실내에 가지고 와서 어울리게 가구 설계에 반영하는 것도 팁이다.
⑥ 세라믹 및 대리석 : 기존에는 가구의 상판 정도로만 여겨오던 세라믹, 대리석 등이 최근에는 가구 도어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의 전통 있는 브랜드에서도 매년 가구 박람회 시즌에 브랜드의 저력을 내보이기 위해 선보이는 것이 스톤 소재 도어다. 가공이 쉽지 않고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연출이 가능하다. 세라믹으로 가구의 도어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이제 정말 모든 소재를 가구에 사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세라믹이라는 것이 과거에는 건축물의 외장재에 사용하던 자재(박판 타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라믹 또는 천연 대리석의 가구 도어 등의 스톤이 포인트가 되는 주방을 설계할 때 건물의 외장 디자인도 고려하면 실패하지 않는 디자인이 나온다. 특히 건물의 외관이 통창으로 보이는 현장에서 주방 아일랜드의 도어와 외장재의 콘셉트가 통일되어 보일 때는 큰 건축물의 오브제로 주방을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마저 자아낼 수가 있다.
⑦ 금속 또는 콘크리트 : 앞서 나온 도어 자재들이 지금까지 써오던 소재였다면, 최근의 가구 트랜드는 기존에 차갑다는 느낌 때문에 쓰지 않았던 재료를 활용하는 새로운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그중 첫 번째는 금속 도어이다. 철판으로 디자인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우노 쇼룸에서는 발색 도장한 스테인리스 스틸 도어를 선보였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도어는 가공비에서는 조금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내구도와 컬러에서 독보적인 개성을 가질 수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스테인리스 또는 철판 느낌이 나는 도장을 활용한 금속 도장 디자인이 여러 세트 선보여졌다. 두 번째 콘크리트 도어 마감재도 금속 도어와 같은 측면에서 거칠고 차가운 느낌 때문에 많이 쓰지는 않던 소재이지만, 기존의 소재들이 주지 못하는 현대적인 느낌을 자아낸다는 측면에서 여러 디자이너 또는 건축주들의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금속 또는 콘크리트 도어 마감재가 시사하는 디자인의 콘셉트는 바로 ‘탈 생활성’이다. 아주 단정하고 현대적인 느낌의 건축물이 주는 인상을 실내로 들어와 훼손하지 않고, 마치 쇼룸이나 전시장에 있을 것만 같은 금속 덩어리 또는 콘크리트 덩어리 같은 느낌의 주방을 연출하는 것이다. 오래전 콘크리트 가구를 만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현장에서 몰탈을 치고 양생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였으나, 최근에는 콘크리트 보드 등 다양한 가구 마감재가 개발되고 있다.
건축적인 주방 또는 야외용 가구까지
주방을 설계하다 보면, 세탁실, 팬트리, 거실과 드레스룸, 욕실까지 결국 건축의 뼈대가 아닌 그 안에 소건축물 같은 다양한 가구를 모두 다루게 되기 마련이다. 초반 설계부터 참여하게 되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가구일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우리 어릴 적 시골집에 있던 벽장은 가구일까, 방일까’라든지 팬트리의 선반은 가구일까 구조물일까 등 어떤 것에도 확실한 구분은 없으며, 있을 필요도 없다.
다음 현장 사진은 한동안 우노의 시그니처였던 ‘프로방스 주방’ 디자인이다. 벌써 10년이 넘은 사진이지만 지금 보아도 촌스럽지 않고 유행을 타지 않는 이유는 가장 건축적인 주방을 설계하기 위하여 애썼기 때문이다. 다음 현장에서 눈여겨볼 것은 몸통이 어디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마치 집을 짓듯 가구를 건축물 안에 녹여 설계하고 벽면을 도장하듯 노란색 페인트로 마감하였다. 첫 번째 사진에서의 벽돌 마감은 건물 외장에서 주는 프로방스의 느낌을 연출한다. 팬트리장의 가구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방처럼 팬트리를 연출하고 히든 도어로 재치 있게 감추는 디자인을 하였다.
위와 같은 건축의 마감재와 가구의 마감재가 더 이상 다르지 않다는 것은 야외용 키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외에서 사용하던 마감재가 가구에도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은 ‘가구가 비를 피하지 않아도 된다’는 엉뚱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2024년도 밀라노 가구 박람회, 그리고 같은 해 정원박람회 등에서 야외용 가구는 주목받을 만한 장르가 되었다. 아래 사진은 실내에 있음 직한 주방 아일랜드가 실외에 나오게 된 모습이다.
앞서 서술하였듯이 실외용 자재였던 세라믹이 주방의 상판 및 도어 소재로 들어오면서 이제는 가구 자체가 정원까지 공간을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야외용 주방의 사례는 건물의 외장재와 조경까지도 아우르는 디자인이어야 해 흙, 돌, 금속까지도 활용한 다양한 마감재를 고려해야만 한다. 몸통도 방수 합판을 사용하여 바깥 기온이나 비바람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그 시도의 일부이다. 실외에서 빛을 본 디자인은 물론 다시 실내로 들어가 건축물의 안팎을 뒤흔드는 기대되는 디자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가구 마감재는 디테일하게 발전하고 있다. 보급형 자재조차 엣지, 방습의 문제, 지문 및 얼룩 등의 약점을 끊임없이 보완하고 있어 10년 전보다 소재 선택이 훨씬 다양하고 즐거워졌다. 기능성뿐 아니라 다른 내장재와의 협업으로 필름이나 인테리어 자재로도 확장되어 사용할 수 있는 소재가 많다는 것도 가구 마감재를 고를 때 고려할 부분이다.
글과 자료_ 고은애 실장 : 맞춤가구우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