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 패러다임 변화] '재무라인=미전실' 전통 승계, CFO에 부사장 발탁한 삼성전자

조회 3992025. 1. 20.
박순철 삼성전자 DX부문 경영지원실장 겸 CFO(부사장)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신임 디바이스솔루션(DX)부문 경영지원실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박순철 DX부문 경영지원실 지원팀장(부사장)을 발탁하면서 지난 2009년 이후 약 15년 만에 부사장 직급이 CFO에 올랐다.

박 부사장이 CFO로 중용된 것은 증명된 리더십을 전방에 배치하고 미래 핵심 리더 후보를 등용해 세대교체의 포석을 마련한다는 '안정 속 혁신' 인사 방향과 맥이 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 CFO는 단순 재무 전문가를 넘어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여하며 다른 계열사 간 협력방안을 찾고 미래 전략을 세우는 자리다.  향후 박 부사장이 '재무안정성 확보'와 '초격차 경쟁력 확보'라는 두 과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이번 인사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15년 만에 부사장 CFO 탄생…사업부·국외법인 두루 거쳐

박 부사장은 1966년생으로 연세대를 졸업했다. 삼성전자에서는 영국법인 지원팀, 미래전략실 전략팀을 거쳐 네트워크사업부, 무선사업부 등 사업부 소속 지원팀에서 일했다. 전무로 승진한 2020년부터 2년간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에 소속됐고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사장으로 모바일경험(MX)사업부 지원팀장을 맡았다. 이후 최근까지 DX부문 경영지원실 소속으로 지원팀을 담당해왔다.

삼성전자는 각 부문뿐 아니라 개별사업부에도 별도의 지원팀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 지원팀은 경영목표 설정, 성과 평가, 개선방안 도출 등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박 부사장은 사업부와 국외법인, 컨트롤타워를 두루 경험하고 경력 대부분을 지원팀에서 쌓은 만큼 그룹 내 임직원들에게 두터운 신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09년 이후 줄곧 사장 직급에 CFO를 맡겼지만 이번 선임으로 약 15년 만에 부사장 직급의 CFO가 탄생했다. 2009년 1월 재무, 전략, 기획 등을 담당하던 경영지원총괄본부가 해체되고 경영지원총괄본부장이었던 최도석 전 사장이 삼성카드 사장으로 이동하면서 당시 전무 직급인 이선종 전 경영지원팀장이 CFO 업무를 수행했다.

박순철 신임 DX부문 경영지원실장 겸 CFO의 주요 이력 /자료=블로터DB

이후 같은 해 12월 사장단인사에서 윤주화 전 감사팀장이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에 임명되면서 다시 사장 직급이 CFO를 맡게 됐다. 이후 이상훈 전 사장, 노희찬 전 사장, 최윤호 전 사장(현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박학규 사장(현 사업지원TF 담당 임원) 등이 담당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박 부사장 역시 사장 직급이 아닌 상태에서 CFO가 됐지만 전례에 따라 비정기인사나 내년 정기인사에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재무라인=미전실' 공식 재확인…이상훈 전 사장 이후 5번째

이번 박 부사장의 CFO 선임으로 '재무라인=미전실' 공식 역시 재확인됐다. 앞서 2012년 윤주화 전 사장의 후임에 이상훈 전 사장이 발탁된 후 줄곧 미전실 출신들이 삼성전자 CFO를 꿰차고 있다.

이 전 사장은 사업지원팀장 부사장과 사업지원팀장(사장)을 역임했고, 2011년엔 미전실 전략1팀장(사장)에 올라 주요 의사결정 업무를 맡았다. 이후 CFO인 경영지원실장에 선임되면서 삼성의 주요 재무라인을 모두 거쳤다.

이 전 사장의 후임으로 2017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 CFO를 지낸 노희찬 전 사장 역시 구조조정본부 재무팀(2004년), 미전실 감사팀(2009년)을 거쳐 삼성전자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경영지원실 지원팀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삼성전자 CFO에 오르기 직전인 2016년부터 2020년 초까지는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부사장으로 경영지원실장(CFO)을 맡았다.

노 전 사장에 이어 CFO에 오른 최윤호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은 상무 시절이던 2010년 미래전략실 전략1팀에서 근무했으며 2014년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2017년 사업지원TF 담당임원(부사장)을 거쳐 경영지원실장에 올랐다.

(왼쪽부터) 이상훈, 노희찬 전 삼성전자 사장,  최윤호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박학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담당 임원 /사진 제공=삼성전자

박순철 부사장의 선임인 박학규 사업지원TF 담당 임원 역시 2002년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사업지원팀 담당 임원, 2014년 미전실 경영진단팀장(부사장)을 각각 거치며 컨트롤타워를 경험했다.

이 같은 미전실 출신 선호는 삼성전자 CFO가 주요 경영관리를 책임지는 재무 전문가인 동시에 그룹 계열사 간 협력방안을 찾고 미래 전략을 세우는 자리인 만큼 컨트롤타워에서 업무능력을 검증받은 인물을 발탁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 컨트롤타워는 회장 비서실(1959~1998)로 시작해 구조조정본부(1998~2006), 전략기획실(2006~2008), 미전실(2010~2017)로 이어졌다. 현재는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 경쟁력 제고(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EPC)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3개 TF가 맞물려 돌아가며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 …'반도체 투자·주가 부양' 전략 과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정보기술(IT) 수요가 둔화하고 주력인 반도체 사업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빼앗기며 위기론에 휩싸였다.

올해도 자국우선주의를 표방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 등으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CFO인 박순철 부시장의 역할이 막중하다.

박 부사장의 최우선 과제는 반도체 분야 투자전략 수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 실적을 기록하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부회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과 완벽한 품질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미국 테일러시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등 오는 2030년까지 약 440억달러(약 60조원) 규모의 대미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며, 최근 확대된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재무안정성 확보'와 '초격차 경쟁력 확보' 두 과제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 제공=삼성전자

아울러 최근 하락한 주가를 부양할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3월 약 2년8개월 만에 8만원대를 회복하며 상승 흐름을 보이다 하반기 들어 급락하면서 5만원대로 밀려났다. 이달 17일에는 5만37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열어 향후 1년간 총 10조원의 자사주를 분할매입하는 계획을 의결했다. 특히 이 중 3조원의 자사주는 2월17일까지 장내매수로 사들여 전량 소각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순조로운 1차 매입계획 마무리와 향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나머지 7조원의 자사주에 대한 전략 수립 등에서 박 부사장의 역량이 평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용삼 기자

이 콘텐츠가 마음에 드셨다면?
이런 콘텐츠는 어때요?

최근에 본 콘텐츠와 구독한
채널을 분석하여 관련있는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더 많은 콘텐츠를 보려면?

채널탭에서 더 풍성하고 다양하게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