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질 학생이 첫 해외여행으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
한국의 유기농 농장에서 농사 체험하며 일손 돕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듣는 새로운 한국 이야기를 싣습니다. <기자말>
[조계환 기자]
"브라질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 이사벨라라고 합니다. 브라질 남부의 히오그란지두술주에서 왔어요. 이번이 제가 처음으로 하는 해외여행이자 혼자 하는 여행이에요. 평소 궁금했던 한국에 직접 오게 되서 정말 기뻐요."
가을과 함께 이사벨라가 팜스테이를 하러 찾아왔다. 브라질은 정확하게 한국과 정반대에 있는 나라다.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미국에서 하룻밤 경유하고, 총 48시간이 넘는 시간 끝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는 이자벨라는, 공항에서 또 바로 농장으로 이동한 터라 많이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바로 농사일을 함께 하면서 시차와 한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 이사벨라는 눈썰미가 좋아서 농사일을 척척 잘 했다. 함께 고구마순을 수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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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이 되자 날씨가 좋아졌다. 산 속 밭에서 맑고 높은 하늘을 보며 농사일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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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는 25살의 젊은이다. 브라질은 남미 한류의 거점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 문화가 젊은이들 사이에 일상이라고 했다. 이자벨라는 BTS,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등을 좋아하고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비롯해 한국 드라마도 많이 봤다고 한다.
최근에는 영화 <브로커>와 <전,란>을 봤는데, 둘 다 무척 재미있었다고. 특히 <전,란>의 남자 주인공(강동원)이 정말 잘 생겼단다. <브로커>에 나온 배우와 같은 사람이라고 얘기해주자 전혀 몰랐다며 깜짝 놀라기도 했다.
작년에는 HBO Max 브라질에서 제작한 '옷장 너머로(Além Do Guarda-Roupa)'라는 케이팝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기도 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사는 10대 한국 교포 소녀가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한국을 미워하며 살던 중, 옷장 속에서 순간이동하며 한국 보이그룹과 만나는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판타지라고 했다.
▲ 이사벨라와 함께 고구마를 캤다. 고구마 캐기는 굉장히 힘든 일인데도, 무거운 삼지창으로 야무지게 고구마를 잘 캐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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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과 한국 드라마가 브라질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많이 있겠지만 건전함도 한몫을 한다고 한다. 케이팝은 가사나 안무 등이 대체로 건전한 편이라 부모들도 자녀들이 케이팝을 들으면 안심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남녀가 만나자마자 바로 키스와 성관계로 이어지는 브라질 드라마와 다르게, 한국 드라마는 순수한 사랑을 보여줘서 새롭다고 했다.
▲ 기후위기 이후 유기농으로 농사짓기 가장 어려운 작물인 가을배추, 9월에 많이 죽었는데, 살아 남은 배추가 잘 자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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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사 일 마치고 경주 시내에 나가서 함께 짜장면을 먹었다. 처음 짜장면을 먹어본다는 이사멜라가 한입 먹어보더니 “Life is beautiful!" 이라고 말해 모두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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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이자 프리랜서 디자이너로도 일하는 이사벨라가 만든 캐릭터. 드라마 오징어게임 이미지를 활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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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제일 유명한 정치인은 아마존을 지키고 있는 빈민 노동자 출신 룰라 대통령이라고 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는 룰라는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는 슬로건으로 대통령 선거에 세 번 낙선 끝에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되어 2010년까지 나라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빚더미에 있던 국가부채를 해결하고, 빈민들을 구제하며 불평등을 해소하고, 브라질을 세계 8위 경제대국으로 발전시켰다.
대통령 임기 이후 2018년 뇌물 수수 혐의로 감옥생활까지 했지만, 2021년 수사가 편향적이었고, 협의를 입증할 수 없다고 브라질 대법원이 모든 뇌물수수를 무혐의 판결하면서 2022년 다시 룰라가 브라질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브라질의 트럼프라 불리는 전직 보우소나루가 완전히 망가뜨린 나라를 재건하고 있다. 아마존 정글의 불도 많이 껐고, 치솟은 물가도 안정되고 있다고 한다.
▲ 농장 인근에 있는 간월산 가을 억새밭이 절정이라고 해서 하루 산행길에 나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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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는 팜스테이를 마치고 11월부터 서울로 올라가 두 달 더 여행할 계획이다. 한국을 더 탐구하며 현지인처럼 여행하고 싶다고. 이사벨라라면 남은 두 달 동안 한국의 많은 것들을 탐험하며 재미나게 여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짜장면 한 그릇에 '아름다운 인생'을 느낄 수 있는 친구니까 말이다.
멀고 먼 곳에서 한국을 좋아해 찾아와줘 고마웠다. 우리도 이사벨라와 함께 지내면서 브라질에 대해 더 궁금해졌고, 룰라 대통령과 브라질 정치 상황에 대해 알 수 있었서 좋았다. 브라질과 한국이 더 가깝게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사벨라가 남은 한국 여행 기간 동안 더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즐겁게 여행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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