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끝나지 않은 제천 목욕탕 참사

김방현 2025. 2. 1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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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현 대전총국장

충북도의회는 최근 ‘제천시 하소동 화재사고 사망자 지원 조례안’을 전체 의원 표결에 부쳐 부결시켰다. 2017년 12월 21일 스포츠센터(목욕탕) 참사 사망자 유족에게 위로금을 지원하는 것이 조례안의 골자였다. 당시 스포츠센터 화재로 총 29명이 목숨을 잃고 40명이 다쳤다.

이번 표결에서 도의회 재적 의원 35명 중 찬성 의원이 절반을 넘지 못했다. 조례안에 반대한 도의원들은 “유족 아픔은 깊이 공감하지만, 자치법규를 제정할 때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 조례를 만들면 공공기관 상대 소송에서 패소하고도 위로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앞서 이 조례안은 지난해 9월 한차례 부결됐다. 이후 도의원 발의로 재부의했지만, 이번에 다시 부결됐다.

2017년 12월 21일 화재로 검게 그을린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이 사고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중앙포토]

사실 보상이나 국민적 관심도 등에서 제천 화재만큼 푸대접을 받은 참사도 드물다. 이 사고는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지 7개월 만에 발생했다. 사고 직후 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권 핵심 관계자가 현장에 총출동했다. 문 대통령은 유족을 위로하고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사고가 난 지 7년이 지났지만, 유족이 받은 것은 사망자 장례비 수백만원이 전부다.

유족들은 2018년 10월 소방 지휘관에게 책임을 물어달라며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냈다. 이들은 “소방 지휘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구조를 지시했더라면 최소한 몇 명이라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형사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소방관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어 유족은 2020년 2월 “소방당국 잘못으로 피해가 컸다”며 충북도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소방당국 과실이 피해를 키웠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이후 2024년 2월 김영환 충북지사가 유족 측에 피해자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관련 조례안까지 만들었지만, 지원은 끝내 무산됐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제천 참사는 세월호·이태원 참사, 무안공항 여객기 추락 사고 등 다른 참사와 비교된다. 세월호·이태원 참사는 이미 특별법이 만들어져 생활비 등을 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무안공항 참사는 벌써 460억원을 들여 추모공간을 추진하고 있다.

제천 참사는 시민단체도 철저히 외면했다.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처럼 시민단체가 나서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제천 참사 유가족은 “이태원 참사 등과 달리 민주당 정권 시절 중소 도시에서 발생한 사고여서 이런 대접을 받는 것 같다”며 “발생 장소와 시점에 따라 참사도 등급이 있냐”고 되물었다. 제천참사 유가족은 아직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들의 트라우마라도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

김방현 대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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