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테크노밸리가 가져온 부수효과? 푸르지오·알파리움..판교도 '20억 시대'

정다운 2020. 9. 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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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집값이 서울 못잖게 높은 곳을 꼽으라면 단연 판교다. 입지가 좋고 교통 인프라나 거주 요건이 편리한 덕분에 실수요·투자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주춤한 가운데서도 판교신도시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도리어 강세를 보이며 서울 강남권을 바짝 뒤쫓고 있다.

판교 대장주 아파트로 꼽히는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이 정부의 계속된 부동산 규제에도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 98㎡(옛 39평형) 매물은 지난 7월 27일 21억7000만원에 실거래됐다. 3.3㎡당 가격으로 치면 서울 강남권과 비슷한 수준인 5500만원에 달한다. 이보다 더 큰 평형인 전용 105㎡가 앞서 7월 11일 21억5000만원에 팔려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한 달도 안 돼 기록을 갈아치웠다. 신분당선 판교역 바로 앞에 위치한 이 단지는 지난 5월 잠깐이지만 잠실 아파트 시세를 추월해 화제가 된 바 있다. 2011년 입주한 판교푸르지오그랑블은 3년 전인 2017년만 해도 11억5000만원에 거래되곤 했다.

인근 단지도 줄줄이 신고가를 기록 중이다. 주상복합 알파돔시티판교 ‘알파리움1단지’ 전용 142㎡ 매물은 7월 31일 24억8000만원에 거래됐다가 최근 27억원 중반대에 매물로 나왔다. 전용 129㎡는 지난 5월 19억50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진 후 24억원에 매물로 나왔는데 최초 분양가가 8억원 초반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호가가 3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봇들마을7단지’ 전용 108㎡ 매물은 7월 29일 18억4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백현동 ‘알파리움1단지’는 지난 7월 말 전용 142㎡ 아파트가 서울 강남 시세 못잖은 24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화제를 모았다. <최영재 기자>
▶푸르지오그랑블 평당 5000만원대

수도권 2기 신도시 중에서도 ‘으뜸 신도시’로 통하는 판교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건설 계획이 발표됐다. 1997~1998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경기가 되살아나며 집값이 고공행진하자 정부는 판교, 위례, 동탄1·2, 광교 등에 61만가구가량을 공급할 2기 신도시를 조성키로 했다. 일산, 분당, 산본 같은 1기 신도시에는 부족했던 고용·자족 기능을 높이기로 했다. 특히 성남시 분당구 일대 백현동, 삼평동, 운중동, 판교동에 8.9㎢ 규모로 조성된 판교신도시는 안랩, 한글과컴퓨터, 카카오, 엔씨소프트, 넥슨 등 유명한 IT·게임업체를 여럿 유치하며 2기 신도시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았다.

부푼 기대와 달리 입주 초기 부침은 있었다. 입주 시점이 다가올 즈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기 때문이다. 2009년 한때 3.3㎡당 2500만원을 웃돌던 판교신도시 아파트값은 주택 경기 침체 여파로 2013년 2000만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주택 경기회복세를 타고 판교 아파트값은 꾸준히 그리고 가파르게 치솟았다. 판교신도시 백현동의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지난해 10월 2기 신도시 중에서는 처음으로 4000만원(KB부동산 리브온 시세 기준)을 돌파했다. 1년이 채 안 된 올해 8월 기준으로는 3.3㎡당 4357만원까지 8.9% 올랐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중 하나인 서울 송파구 시세(3.3㎡당 평균 4493만원)와 비슷하다. 백현동보다 아파트값이 낮은 편인 삼평동(3.3㎡당 평균 4083만원)이나 서판교인 운중동(3.3㎡당 평균 3468만원) 시세도 서울 평균 시세(3.3㎡당 평균 3177만원)를 훨씬 웃돈다.

삼평동 일대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2006년 판교 아파트 분양 당시 평균 분양가가 3.3㎡당 약 1300만원이었는데 현재 매매가는 그보다 2.5배가량 올랐다. 최근 주택 경기가 침체되며 거래가 뜸해지기는 했지만 기업과 직원 수에 비해 판교 주택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판교 부동산 상승세가 서울 못잖은 데는 이유가 있다. 판교테크노밸리가 서울 강남권을 제치고 수도권을 대표하는 차세대 산업단지로 떠오른 게 가장 큰 요인이다. 판교테크노밸리는 최근 신흥 업무단지로 주목받으면서 이주 기업이 대거 늘었다. 서울 강남과 가까우면서도 강남보다 땅값이 저렴하고 임대료가 싼 덕분에 기업 수요가 늘었다. 자연스럽게 이들 기업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수요가 판교 주택 시장으로 몰렸다.

여느 신도시보다 판교신도시 교통 여건이 매우 뛰어난 것도 한몫했다. 판교신도시는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동서로 나뉘어 있다. 동쪽에 위치한 백현동·삼평동은 동판교, 서쪽 운중동·판교동은 서판교로 불린다. 신분당선 판교역을 이용하면 서울 강남역까지 13분이면 도착한다.

교통 여건을 놓고 보면 동판교가 서판교보다 한 수 위다. 동판교는 판교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분당~내곡·분당~수서 간 고속화도로 등 도로망이 잘 갖춰져 있다. 2006년 분양 초기만 해도 동·서판교 아파트 분양가가 비슷했지만 이후 시세가 크게 벌어진 이유다. 동판교에서는 크게 판교역 서쪽에 위치한 알파리움1·2단지와 동쪽인 판교푸르지오그랑블이 일대 시세를 주도하고 인근 봇들마을7·8단지가 그 뒤를 잇는다. 판교역 인근에는 총 10개 블록 규모 주상복합단지 알파돔시티가 개발돼 현대백화점(2015년)이 이미 들어섰고 2022년까지 호텔, 공원, 업무시설, 병원, 레스토랑 등이 차례로 입주할 예정이라 거주 여건은 더욱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교통 접근성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선호한다면 서판교도 나쁘지 않다. 서판교는 운중천과 금토산을 끼고 있어 동판교보다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서판교는 대규모 고급 단독주택, 타운하우스 비중이 높고 동서를 가로지르는 57번 국도를 중심으로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판교 시세는 동판교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일례로 서판교에 위치한 ‘판교원3단지휴먼시아푸르지오’ 전용 84㎡의 최근 매매가(12억5000만원)는 같은 면적이면서 동판교에 위치한 봇들마을8단지(16억7800만원)보다 4억원 이상 낮다. 다만 준공을 앞둔 판교 제2테크노밸리가 서판교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서판교 시세가 동판교를 어느 정도 따라잡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문가들은 판교신도시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아직 강남 대체 신도시로서 투자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판교 제2·3테크노밸리 조성 사업이 가장 큰 호재다. 기업 수백 곳이 입주해 일자리가 늘어나면 그만큼 주거 배후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일자리와 인구에 맞춰 교통 인프라도 풍부해지고 있다. 기존 경부고속도로와 서울외곽순환도로, 최근 개통한 서울~용인 간 고속도로 등 광역도로망이 두루 지나고 판교신도시 내 성남역을 통과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조기 착공에 들어간다. GTX A노선이 개통하면 강남역뿐 아니라 삼성역·서울역 등 서울 주요 도심은 물론, 일산·파주 운정 등 수도권 서북부와 용인·동탄 등 수도권 동남부 주요 도시로 광역 접근성이 향상된다. 서판교역을 지나는 월곶~판교 복선전철도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6호 (2020.09.16~09.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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