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잘 다니다 직고용에 짤렸다, 이상한 인국공 정규직 전환

김기찬 2020. 7.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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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 직고용 발표 이후 요지경-上]
7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항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고용을 안정시켜 달라고 했지 직고용을 내세워 일자리를 뺏으라고 했느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달 21일 소방대와 보안검색 요원을 공사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실직 위험에 노출됐다. 일부 직원은 이미 실직했다.
공사 측은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실직 사태가 현실화하는데도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노사, 노노갈등이 심화하며 직고용을 둘러싼 불공정 문제가 내부로까지 번지고 있다.


직고용 두고 내부 불공정까지 불거지며 실직 사태 현실화…노사, 노노갈등 심화
유경준 의원(미래통합당)실과 인천공항공사, 노조 등에 따르면 공사가 직접 고용하기로 한 보안검색 요원 1902명은 당초 근무하던 협력회사가 어디냐에 따라 공사 소속 정규직이냐 아니면 실직하느냐의 기로에 처했다. 유 의원은 "직고용이 안정된 좋은 일자리로의 전환이 아니라 있던 일자리 마저 없애는 고용 양극화 정책으로 둔갑한 꼴"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보안검색 협력회사는 3곳이다. 한 개 회사에 맡길 경우 쟁의행위라도 벌어지면 공항 마비 등의 사태가 우려돼 취한 조치였다.


노사전 합의에 따라 자회사 정규직으로 협력사 직원 편입하다 말고 갑자기 직고용 천명
그러다 현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천명하면서 이들은 직고용 대상이 됐다. 공사는 올해 2월 28일 노사·전문가 합의에 따라 직고용에 따른 법적 문제를 해소할 때까지 보안검색 요원을 공사가 출자한 자회사(인천공항 경비)에 임시 편입시키기로 했다. 한데 공사는 자회사 편입을 진행하다 말고 6월 21일 갑자기 보안검색 요원을 직고용하기로 했다. 이어 직고용을 위한 채용절차를 진행했다. 그렇다고 필기시험과 같은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인성·체력과 같은 적격성 심사 정도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고용 방침발표 후 어떤일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 과정에서 내부 불공정 문제가 불거졌다.


직고용 발표 전 자회사 편입된 협력사는 채용절차 탈락해도 자회사 정규직
J사는 직고용 방침이 발표되기 20일 전인 6월 1일 자회사에 편입됐다. 이 회사 소속 700여 명이 자회사와 맺은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계약기간이 '2020년 6월 1일부터 퇴직일까지'라고 명시돼 있다. 직고용 채용절차에서 탈락해도 퇴직하지 않는 한 자회사 정규직으로 남는다. 직고용으로 보안검색 업무가 공사로 넘어가 업무가 없는 상태인데도, 공사는 자회사를 없애지 못하고 이들에게 월급을 줘야 하는 셈이다.


직고용 발표 뒤 자회사 편입된 근로자는 채용절차 탈락하면 실직
반면 나머지 협력사인 U와 S사 근로자는 직고용 방침이 발표된 뒤인 7월 1일 자회사에 편입됐다. J사와 편입 시점이 다른 것은 인천공항공사와의 업무계약 만료일이 달라서다. U와 S사 근로자의 근로계약기간은 '2020년 7월 1일부터 정규직 채용절차 결과 확정시까지'로 돼 있다. 직고용 채용절차에서 탈락하면 안정적인 자회사 정규직에서마저 쫓겨난다. 사실상 한시적 기간제인 셈이다.


"갑자기 직고용 방침 결정돼 벌어진 일"…"편법을 편법으로 덮으려다 불공정만 심화"
공사 관계자는 "(자회사 편입을 진행하던 도중에)갑작스럽게 직고용이 결정돼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2개 협력사 소속 근로자의 실직 위험에 대해서는 "특별한 구제조치는 없다. 다음에 다시 시험 기회를 주는 정도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직을 못 막는다는 뜻이다. 특히 채용 기회를 다시 부여하면 같은 직종에 응시한 취업준비생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장기호 공사 노조 위원장은 "편법에 따른 문제를 덮으려 다시 편법으로 덧칠하면서 불공정만 심화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7일 인천공항공사 청사 복도에 부러진 펜들이 놓여져 있다. 불공정을 뜻하는 부러진 펜 운동이다. 뉴스1



소방대 벌써 34명 탈락해 실직하자 공사, 재시험 기회 줄 방침…취준생 "특혜" 반발
직고용 절차를 밟다 실직하는 상황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또다른 직고용 직무인 소방대에서다.

소방대는 2018년 1월 1일 자회사(인천공항 시설관리)로 전환했다.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할 수 없도록 한 관련 법에 따라 이들은 자회사의 정규직이 됐다. 한데 인천공항공사의 갑작스런 직고용 방침에 따라 채용절차를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34명이 탈락해 잘 다니던 자회사에서 쫓겨나 실업자가 됐다. 직고용으로 소방업무가 자회사에서 공사로 흡수됐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는 "탈락할 경우 실직으로 내몰리는 상황은 고려하지 못했다. 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직고용 방침을 결정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장 노조 위원장은 "무리한 직고용으로 있던 일자리마저 뺏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직고용 대상 노조가 직고용 철회를 요구하는 등 공사 전체가 혼란 상태"라고 말했다.

공사 측은 문제가 확산하자 탈락자 가운데 일부에게 다음 달 초 재응시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일반 취준생들은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치러진 소방대 채용시험에는 571명이 지원해 1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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