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로 떠오른 '나파모스타트' 렘데시비르 600배 효과..종근당·뉴지랩

류지민 2020. 8. 3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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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의 열쇠가 될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최근 혈액항응고제 ‘나파모스타트’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기존에 관심을 모았던 치료제 ‘렘데시비르’의 부작용이 잇달아 보고되면서 나파모스타트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나파모스타트는 일본 제약사 토리이가 개발해 1985년 내놓은 혈액항응고제로, 혈액 응고 과정에 작용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일반적으로는 혈액 투석을 받는 환자의 혈액 응고 방지를 위해 쓰이거나 수술 후 역류성식도염, 급성췌장염 치료제로도 사용된다.

그런데 지난 5월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나파모스타트를 포함해 24개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 약물의 세포배양 실험을 실시한 결과 나파모스타트가 렘데시비르보다 600배 이상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내는 것을 확인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 분해효소 ‘TMPRSS2’를 억제하는 기전이다.

지난 6월 도쿄대에서 진행한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온 데 이어 최근에는 이지영 단국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장석빈 교수가 코로나19 확진자 3명을 대상으로 나파모스타트 치료를 진행한 결과 부작용 없이 모두 완치됐다는 발표가 이어지면서 나파모스타트를 향한 관심은 더욱 달아올랐다. 특히 최근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국내 중증, 위중 환자 106명 가운데 4명 이상이 간수치 상승, 피부 발진, 심장 심실 조기수축 등의 부작용 사례가 속속 보고되면서 나파모스타트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키웠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 관계자는 “나파모스타트는 일본과 한국에서 승인된 지 10년이 넘은 약이기 때문에 쉽게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나파모스타트는 반감기가 짧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정맥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면 더 많은 환자가 나파모스타트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국대 임상서 확진자 3명 완치

▷렘데시비르 부작용에 기대감 더 높아져

나파모스타트 효과가 속속 입증되면서 국내 제약사도 하나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종근당이다. 종근당은 나파모스타트의 복제약(제네릭) ‘나파벨탄’으로 임상 2상을 승인받고 한국파스퇴르연구소, 한국원자력의학원과 함께 임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은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 개발한 임상 프로토콜을 활용해 코로나19로 폐렴 확진을 받은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나파벨탄의 치료 효과가 확인되면 식약처에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며, 추후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뉴지랩은 파키스탄에 소재한 국립 암 전문 연구기관 ‘Cancer Research Pakistan(CRPak)’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파키스탄 내에서 나파모스타트의 글로벌 임상을 추진한다. 뉴지랩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수가 감소하면서 임상 진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파키스탄은 누적 확진자 29만여명, 일일 신규 확진자 약 700명 수준으로 현재까지 총 6000여명이 사망해 코로나19 환자의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뉴지랩은 지난 6월 25일 정맥주사인 나파모스타트를 알약 형태(경구제)로 바꾸는 제형 특허를 출원했다. 기존 정맥주사 형태는 투여가 불편한 데다 특허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한신영 뉴지랩 이사는 “특허를 출원한 나파모스타트 경구용 제제는 알약 형태로 자가격리 상태에서 복용할 수 있어 복용 편의성이 높다. 제제 특허에 다른 약물과의 병용투여 요법을 덧붙여 별도의 용도 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케미칼은 나파모스타트 오리지널의약품을 ‘후탄’이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하고 있어 주목받는다. 아직 본격적으로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지는 않지만, 7월 이후 주가가 4배 가까이 뛸 정도로 시장 관심이 뜨겁다.

이 밖에 GC녹십자, JW중외제약, 제일약품, 알보젠코리아 등 나파모스타트의 생산·판매권을 가진 제약사들이 치료제 개발을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파모스타트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뒤늦게 제네릭 개발에 뛰어드는 제약사도 나오고 있다.

명문제약은 연내 나파모스타트 제네릭 개발을 완료하고 2021년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정맥주사만을 투여경로로 하는 주사제는 기존 허가 약물과 제제학적인 차이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 제외되기 때문에 비교적 신속한 허가가 가능하다. 명문제약은 약효 전달 안전성에 대한 제제연구와 함께 개발 단계에서부터 제조공정까지 전 과정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지 확인하는 ‘밸리데이션’을 거쳐 경기도 화성 향남공장에서 나파모스타트를 생산하겠다는 방침이다. 향남공장은 연 3000여만개 주사제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약물 재창출 방식…곧바로 임상 2상

▷안전성 높고 효과 입증 시 대량생산

나파모스타트는 ‘약물 재창출(Drug Repositioning)’ 방식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약물 재창출이란 시판 중이거나 임상 단계에서 상업화에 실패한 약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적응증을 찾아내 신약으로 개발하는 방법이다. FDA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유일한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역시 당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던 물질을 약물 재창출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용한 사례다.

통상 신약개발은 ‘후보물질 탐색→신약후보물질 결정→전임상(동물실험)→임상 1상(건강한 사람에게 투약, 용량·용법 결정)→임상 2상(소수의 환자에게 투약, 효과·효능 검증)→임상 3상(다수의 환자에게 투약, 부작용·독성 검증)’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약물 재창출은 이미 검증된 약물이기 때문에 초기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임상 2상부터 개시하게 된다. 일반적인 신약 개발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선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나파모스타트는 나온 지 25년이 지난 약품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전성이 입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이미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입증되는 경우 렘데시비르와 달리 대량생산을 통한 수급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나파모스타트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해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특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물질특허는 이미 만료된 상태로 개발에는 제한이 없지만, 나파모스타트를 코로나19에 사용하겠다는 용도 특허는 새롭게 출원해야 한다. 새로운 의약 용도로 특허를 받는다고 해도 물질특허권자 허락을 받아야만 치료제를 제조·판매할 수 있다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무엇보다 일본 등 해외에서도 나파모스타트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긴급 승인 등 식약처와 국내 제약사 간 협조가 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근당 관계자는 “용도 특허와 함께 임상을 통해 최적의 투여용량을 찾아 용법과 용량에 대한 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다. 나파모스타트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경우 해외 출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2호 (2020.08.19~08.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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