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무풍에어컨 곰팡이 불만.."관리는 신경 안쓴 제품"

권오용 2020. 9. 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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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둔 주부들 곰팡이 문제 제기 많아, 청소 업체 "이슬 잘 맺히고 곰팡이 잘 생겨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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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인기 가전제품인 무풍에어컨에 곰팡이가 잘 생긴다는 소비자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6년 첫선을 보인 이후 계속 제기되고 있는 문제인데, 올해는 긴 장마로 날씨가 습해 곰팡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더 많아졌다.

무풍에어컨 곰팡이 불만은 주 이용자인 엄마들이 자주 찾는 맘카페 중심으로 많이 제기되고 있다. 어린 자녀가 있어 곰팡이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4개월 된 아기 엄마라는 소비자는 한 맘카페에 “재작년에 산 무풍에어컨을 튼 지 얼마 안 돼 아이의 호흡기에 문제가 생겼다. 나도 자꾸 기침이 나고 두통이 생겨 냉방병인가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회사에서 에어컨을 바로 맞을 때는 괜찮았는데 집에만 와서 에어컨을 켜면 잔기침이 났다.

혹시 해서 벽걸이 에어컨 안쪽을 봤더니 곰팡이가…”라며 “‘자동 건조돼 곰팡이 안 핀다’ ‘무풍은 구멍이 미세해 먼지가 안 낀다’며 괜찮다고 해서 샀는데 이러네요”라고 하소연했다.

자동 건조 기능을 써도 곰팡이가 생겼다는 소비자도 있다. 산모라는 한 주부는 "자동 건조 기능을 거의 30분 이상 트는 데도 곰팡이가 생긴다. 공식 AS에 청소를 맡기는데 수십만 원이 든다“며 ”아이나 산모에게 좋은 에어컨이라고 해서 일부러 샀는데 날마다 곰팡이를 마실 수 있는 상황이라 정말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내부 청소 후 얼마 안 돼 곰팡이가 피었다는 경우도 있다. ‘아주**’(ID)이라는 소비자는 지난달 중순에 “14만2000원을 내고 분해청소를 했는데, 벌써 곰팡이가 생겼다”며 “아무리 장마가 심하다고 해도 제습밖에 안 틀었는데 이렇게 되는 게 말이 되나요?”고 했다.

에어컨에 곰팡이가 피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무풍에어컨 소비자의 불만이 유독 많다. 심지어 네이버에는 ‘삼성 무풍에어컨 피해자 모임’ 카페까지 생겼다. 이 카페는 2016년 8월 처음 개설돼 현재 회원 수가 630명에 달한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밴드에도 ‘삼성 무풍에어컨 문제점 밴드’가 작년 9월 개설됐다.

이들은 무풍에어컨 곰팡이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새로 산 지 몇 달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이상한 냄새가 나서 전면 패널을 열어보면 무풍 패널 안쪽에 곰팡이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서비스센터나 청소 업체에 적지 않은 비용을 내고 제품을 분해해 내부를 청소해도 금방 곰팡이와 냄새가 재발한다고 성토하는 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에어컨 청소 비용은 10만~20만원 사이이다. 적지 않은 비용 때문에 직접 청소하는 경우도 많은데, 제품 분해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일부 청소업체는 무풍에어컨의 경우 의뢰가 들어와도 거절한다. 제품이 약해 분해 시 파손 등의 우려가 있어서다.

무풍에어컨에서 곰팡이가 심한 것은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에어컨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에어컨이 가동하면서 상온의 대기가 차가워진 증발기(에바포레이터)와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물기 혹은 습기를 제대로 건조하지 않았을 경우 곰팡이 등이 서식하게 되면서 발생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에어컨은 증발기에 맺히는 습기를 일정 시간 이상 건조해 냄새를 예방하는 자동 건조(송풍)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문제는 무풍에어컨의 경우 냉기가 수천 개의 미세한 마이크로홀을 통과하면서 맺힌 물기가 제대로 마르지 않아 곰팡이가 생기고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한 에어컨 청소 업체 관계자는 “무풍에어컨은 바람이 직선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안에 머물러 있어서 이슬이 잘 맺힌다”며 “자연 건조를 한다고 해도 완벽하게 마르지 않아 곰팡이가 잘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라도 편하게 할 수 있으면 괜찮은데, 분해하는 게 어려워 청소하려다가 고장 날 수도 있다”며 “관리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만든 것 같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무풍에어컨이기 때문에 곰팡이가 잘 생기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무풍의 풍속과 상관없이 마이크로홀이 있는 무풍 패널의 경우에는 꽉 막힌 통패널 에어컨보다 마이크로홀로 인해 통기성이 좋은 구조로 되어 있어 물기를 말리는데 더 좋은 구조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풍에어컨은 바람의 방향 변경없이 공기를 흡입하자마자 바로 뿜어주는 하이패스 구조로 일반 에어컨 대비 바람(냉기)이 에어컨 내부에 머무르는 구간 및 시간이 가장 짧기 때문에 자연 건조에 더욱 좋은 구조로 곰팡이 방지에 더 유리하다”고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또 “무풍에어컨은 바람이 에어컨 내부에 머무르는 통로가 짧고 송풍기 및 패널이 하나의 부품으로 일체화돼 있어 분해가 쉽다”며 소비자가 쉽게 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2020년 무풍갤러리부터는 이지오픈 패널 구조를 적용해 더욱 소비자의 유지 관리를 편리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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