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에로·코노수르..2020년 달군 와인은?

노승욱,나건웅 2020. 12. 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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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에도 올해 와인 시장은 제2전성기를 맞았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콕에도 혼술족과 홈술족의 홀짝홀짝 와인 사랑은 뜨거웠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한국에 수입된 와인은 4만2640t. 지난해 총 와인 수입량 4만3496t을 거의 따라잡아 올해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음을 감안하면 더욱 괄목할 만한 성적표다.

올해는 어떤 와인이 애주가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매경이코노미는 국내 주요 와인 수입사와 대형마트에서 연간 판매량이 1만병 이상이고 지난해보다 50% 이상 판매가 급증한 와인을 조사했다. 이를 통해 최근 와인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고 2020년을 빛낸 ‘올해의 와인’을 선정했다.

올 들어 판매량이 급증한 ‘올해의 와인’들. 사진 왼쪽부터 ‘나인 라이브스 카베르네 소비뇽’ ‘타라파카 카베르네 소비뇽’ ‘돈시몬셀렉션’ ‘네이쳐사운드 메를로’ ‘라 크라사드 카베르나 시라’ ‘카멜로드 몬테레이 피노누아’
▶판매 급증한 올해의 ‘레드 와인’

▷가성비甲 칠레 와인 전성시대

조사 결과 올해 판매가 급증한 와인은 레드 10종, 화이트 3종, 스파클링 2종, 로제 1종 등 총 16개다.

이변은 없었다. 대세는 ‘레드 와인’이었다. 설문 대상 10곳 중 7곳에서 판매 신장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칠레 와인의 선전이 눈에 띈다. 1만원대 뛰어난 가성비를 앞세워 국내 와인 애호가 입맛을 사로잡았다.

1만원대 후반 가격에 판매 중인 ‘타라파카 카베르네 소비뇽’도 ‘핫’했다. 역시 칠레 센트럴밸리에서 생산한 와인으로 판매량이 419%나 뛰었다. 딸기, 체리 등 붉은 과일 향에 페퍼, 바닐라 등 향신료 향이 절묘하게 섞였다. 중간 보디감에 부드러운 탄닌감을 자랑한다.

칠레산 와인의 선전은 대형마트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홈플러스 1등 와인은 ‘카시에로 리저브 쉬라’였다. ‘악마의 창고’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카시에로 델 디아블로’ 시리즈보다 한 단계 높은 품질의 와인으로 지난해보다 139% 이상 판매가 늘었다. 와인에 빠진 소비자들이 이제 한 등급 더 높은 맛을 찾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가격은 1만5000원대다.

이마트에서 매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레드 와인 역시 칠레산이다. ‘코노수르 싱글빈야드 쉬라’는 3만원 중후반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56.7% 더 팔렸다. 코노수르는 2015년 기준 칠레 와이너리 중 해외 수출량 3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칠레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이마트 관계자는 “코노수르 싱글빈야드는 포도밭 내에서도 가장 좋은 구획 포도만을 엄선해 각 포도 품종이 지닌 매력을 극대화한 와인이다. 라벨에 포도가 재배된 구획 번호, 이름, 위치를 써넣어 마치 구대륙 와인처럼 ‘떼루아’를 부각한다. 진한 루비색을 띠고 있으며 자두, 블랙베리 등 검붉은 과일의 폭발하는 듯한 아로마가 일품”이라고 설명했다.

단, 칠레 레드 와인은 편의점에서는 힘을 못 썼다. 이마트24에서 올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와인은 남프랑스 지방인 랑그독 루시옹에서 생산된 ‘라 크라사드 카베르네 시라’다. 가격이 3만원대 후반이지만 이마트24에서 지난 6월 ‘9900원 프로모션’을 진행, 처음으로 일평균 4000병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12월 기준 판매량은 이미 8만병을 넘어섰다고. 편의점 ‘빅2’인 CU와 GS25에서는 각각 ‘돈시몬셀렉션(스페인 뗌쁘라니요)’과 ‘네이쳐사운드 메를로(호주 캘리포니아)’가 지난해보다 많이 팔린 와인 1위를 차지했다.

5만원 이상 프리미엄급 레드 와인 중에서는 ‘카멜로드 몬테레이 피노누아(7만원대)’와 ‘펜폴즈 빈2(6만원대)’의 선전이 돋보였다. 카멜로드 몬테레이 피노누아는 미국 캘리포니아 몬테레이 지방에서 생산한 피노누아 100% 와인이다. 97%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8개월간 숙성한 덕에 풍부하고 부드러운 질감과 긴 피니시가 특징. 펜폴즈 빈2는 ‘호주의 부르고뉴’라는 별칭처럼 우아한 맛을 자랑한다. 쉬라즈 82%에 마타로 18%를 섞었다. 흔히 사용하는 블렌딩 방법은 아니지만 복잡한 향과 맛으로 큰 사랑을 받는 와인이다.

‘코노 소비뇽 블랑’ ‘오이스터 베이 소비뇽 블랑’ ‘떼땅저 리저브 브뤼’ ‘라벨앙젤르 로제’ ‘넘버3 에로이카’ ‘파이퍼 하이직 뀌베브뤼’. <각 수입사, 판매처 제공>​
▶화이트·스파클링·로제

▷이마트 1등 와인 ‘코노 소비뇽 블랑’

이마트에서는 올해 이변이 발생했다. 지난해보다 가장 많이 팔린 와인 1위가 레드 와인이 아닌 화이트 와인 ‘코노 소비뇽 블랑(108% 증가)’이었던 것. 이마트 와인 중 판매량이 두 배 이상 증가한 유일한 사례로 기록됐다. 세계 최고 소비뇽 블랑 생산국으로 꼽히는 뉴질랜드 남쪽 섬 말보로 지방에서 생산됐다. 이 지역의 소비뇽 블랑은 패션프루트, 그레이프프루트, 멜론, 구스베리가 어우러진 신선한 과일 향으로 유명하다. 2019년 빈티지 기준 1만원대 중후반으로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마트 관계자는 “데일리 와인으로 즐기기 제격인 와인이다. 잘 익은 열대과일의 맛과 허브 노트가 뛰어난 산미, 마지막에 느껴지는 달콤한 잔향이 조화를 이룬다. 신선한 소비뇽 블랑 고유의 풍미가 깔끔하다”고 자랑했다.

와인 수입사 아영FBC에서도 올해 화이트 와인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와인 ‘톱3’ 중 1위와 3위가 화이트 와인이다. 1위는 역시 뉴질랜드 말보로에서 생산한 ‘오이스터 베이 소비뇽 블랑’으로 올해 판매 신장률이 174%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소비뇽 블랑 품종이 인기를 끈 원인을 ‘가성비’와 ‘집콕’에서 찾는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는 “소비뇽 블랑은 리슬링, 샤르도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상큼한 맛을 지녔다. 집에서만 지내는 지루한 일상에서 입맛을 돋우기에 좋다”고 짚었다. 고 교수는 이어 “소비뇽 블랑처럼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맛이 보다 담백하고 고급스러운 피노 그리(Pinot Gris) 품종도 앞으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캔달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도 지난해보다 104% 넘게 팔리며 선전했다. 캔달 잭슨 샤르도네는 미국 가족 경영 와이너리 ‘잭슨 패밀리 와인즈’가 생산하는 화이트 와인으로 품종은 샤르도네 100%다. 1982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테디셀러 화이트 와인’ 중 하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즐겨 마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 ‘오바마 와인’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망고, 파인애플, 파파야 같은 열대과일 풍미와 함께 섬세한 바닐라와 허니 아로마가 복합적인 향을 이룬다. 아영FBC 관계자는 “화이트 와인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오이스터 베이 소비뇽 블랑은 겨울철 생굴이나 굴 요리와 완벽한 마리아주를 자랑한다. 초록빛이 감도는 연노랑 빛깔에 푸른 사과, 시트러스, 풋풋한 풀 향이 은은하게 번지는 것이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스파클링 와인 중에서는 ‘떼땅저 리저브 브뤼’ 반응이 뜨거웠다. 떼땅저는 프랑스 샴페인 지역에서 가장 넓은 자가 포도밭을 소유한 와이너리 중 하나. 떼땅저 리저브 브뤼는 35개 각기 다른 포도밭에서 생산한 포도를 블렌딩해 최소 3년 이상 셀러에서 숙성 후 판매한다. 유명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 최종장에 소개되며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얻었다. 이 와인을 수입하는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복숭아와 은은하게 퍼지는 흰꽃 등 복합적인 아로마가 기분 좋게 펼쳐지는 샴페인이다. 부드러운 거품과 생동감 있는 산미가 잘 어우러진다”고 소개했다.

샴페인 ‘파이퍼 하이직 뀌베브뤼’도 잘 나갔다. 피노누아, 피노 므니에, 샤르도네를 블렌딩했다. 지난 2015년 ‘좋은 샴페인 매거진(Fine Champagne Ma

gazine)’이 최고의 넌-빈티지(non-vintage) 샴페인으로 선정한 바 있다. 7만원대 고가임에도 지난해보다 66%나 판매가 늘었다.

이제는 ‘연말 파티 단골손님’으로 자리 잡은 로제 와인. 그중에서도 올 한 해 특히 더 사랑받은 와인이 있다. 신세계엘앤비에서 수입하는 ‘라 벨 앙젤르 로제’가 주인공이다. 레드·화이트 등 와인 종류를 불문하고 신세계엘앤비 와인 중 판매 신장률(143%)이 가장 높았다. 가격은 9900원. ‘노브랜드 가성비 로제 와인’으로 입소문을 타며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프랑스 랑그독 루시옹 지방 로제 와인으로 그르나슈와 쌩쏘 품종을 블렌딩했다. 은은한 라즈베리 향과 탄산감, 우아한 빛깔로 사랑받는 와인이다.

▶올해 등장한 ‘신흥 와인’

▷‘에로이카’ ‘샹파뉴 루이뒤몽’ 두각

내년이 더 기대되는 ‘유망주 와인’도 여럿이다. 소비자에게는 올해 선보인 탓에 전년 대비 판매 증가율 집계가 불가능했지만 1만병 이상 팔리며 흥행에 성공한 신흥 와인을 소개한다.

GS25에서 지난 5월에 판매 시작한 프랑스 보르도 레드 와인 ‘넘버3 에로이카’는 6개월 만에 누적 판매 1만5000병을 넘어섰다. 여타 편의점 와인 대비 가격(5만5000원)이 비싼 편이지만 반응은 뜨겁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과 GS25 창립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특급 와이너리인 ‘샤또발란드로’와 제휴했다. 평균 수명이 30년인 포도나무에서 2016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 의미를 더했다. 20개월 동안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돼 블랙베리 등의 풍부한 과일 향과 바닐라 향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신선한 시도로 주목받는 이탈리아 레드 와인 ‘원티드 진’도 빼놓을 수 없다. 이탈리아에서 재배 수확한 고품질 포도를 미국 방식으로 숙성·양조한 덕분에 강렬하면서도 우아한 맛을 낸다.

신세계 와인숍 ‘와인앤모어’에서 올해부터 단독 판매 중인 가성비 샴페인 ‘샹파뉴 루이뒤몽’도 호조를 이어가는 중이다. 피노누아, 피노 뫼니에, 샤르도네 품종을 블렌딩해 만든 샴페인으로 2만9800원에 구입 가능하다.

▶와인 시장은 춘추전국시대

▷유명 와인이 미끼상품으로…‘득템’ 기회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와인 시장이 갈수록 양극화되고 있다고 짚는다.

한쪽에서는 해외여행을 못 가게 된 와인 애호가들이 이참에 프리미엄 와인 소비에 눈을 돌리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유명 와인의 가격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 일례로 한 백화점 와인 바이어는 보통 3만원대 중반인 A와인을 2만원대 중반에 파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최근 소비자로부터 “이게 무슨 할인이냐”며 핀잔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알고 보니 다른 마트에서 같은 와인을 1만원대 후반에 팔고 있더라는 것.

“와인숍, 와인바, 편의점 등 와인 구매 채널이 늘고 수입량 증가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로 판매 단가도 낮아지며 와인 시장이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 유명 와인은 가격을 원가 수준으로 책정해 미끼상품으로 팔며 다른 와인에서 마진을 남기는 전략이 성행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편의점들이 앱을 통해 파는 와인은 보통 3만~5만원 이상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집 앞 편의점까지 배달해주니 접근성이 좋아 다소 비싸더라도 흔쾌히 구매하게 된다. 스마트한 소비자라면 보다 저렴한 와인을 쉽고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셈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향후 국내 와인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지형 한양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의 생각이다.

와인스펙테이터 선정 2020년 올해의 와인

10년 숙성한 리오하 카스티요 이게이 ‘최고’

해외에서는 와인전문매체 ‘와인스펙테이터’가 매년 올해의 100대 와인을 선정, 발표한다. 선정 기준은 품질, 가치(가격), 접근성(생산량) 그리고 와이너리의 역사와 스토리 등을 감안한 ‘X인자’다. 와인스펙테이터는 “지난 1년간 1만1000개 이상의 와인을 검토했다. 이 중 약 50%가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의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총평했다.

대망의 1위는 스페인 최고의 와인 생산지 리오하의 ‘보데가스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에서 생산한 ‘리오하 카스티요 이게이 2010년산’이 차지했다. 139달러에 연 7500상자를 생산하며 96점을 받았다. 2010년산이지만 출시 전 와인 저장고에서 10년 동안 숙성해 올해 처음 맛볼 수 있는 새 와인이기도 하다. 와인스펙테이터는 “무리에타 와이너리의 모든 와인은 리오하 알타 아지구에 위치한 740에이커의 포도원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들어진다. 이 와인의 2010년산은 금세기에 나온 리오하 와인 중 최고다. 풍부하면서도 조화로운 맛이 일품이어서 수십 년 동안 두고 충분히 마실 수 있을 것이다”라며 올해의 와인으로 추천했다.

2위는 미국 캘리포니아 소노마 해안에서 생산된 ‘오베르(Aubert) 피노누아 2018년산’. 85달러에 연 993상자를 생산하며 95점을 받았다. 소노마 카운티 서쪽에 위치한 포도원의 점토와 모래가 풍부한 토양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프랑스와 캘리포니아 스타일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와인스펙테이터는 “맛이 강하고 구조적이며, 풍부한 미네랄과 붉은 과실 향이 일품이다. 2021~2026년에 마시면 가장 좋은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화이트 와인 중에서는 역시 미국 소노마 해안에서 생산된 샤르도네 러시안 리버 밸리 2017년산 ‘키슬러(Kistler)’가 전체 6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90달러에 1979상자를 생산하며 96점을 받았다. 모래가 매우 많은 토양에서 자란 포도 덩굴은 작고 농축된 포도알을 일궈낸다. 토종 효모를 통에 발효해 1년 동안 숙성한 후 병입한다. 와인스펙테이터는 “농축된 감귤류와 고급스러운 사과 맛, 산미를 복합적으로 지녔다. 말린 고소한 허브 맛도 나며 순수하고 강력한 마무리(finish)가 뒤따른다. 2022~2027년에 마시면 가장 좋다”고 전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9호 (2020.12.23~12.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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