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현장 도넘은 일탈..현대차 노조도 "창피"

이동현 2020. 10. 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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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직원 도덕적 해이에 제동
생산한 신차 무단으로 카풀까지
"명백한 취업규칙 위반, 관여 못해"
노조도 사측 무관용 징계에 맞장구
전문가 "봐주기 관행 타파 바람직"
현대차 울산1공장 코나 생산라인에서 근로자가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현대차]

현대자동차가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져 왔던 일부 생산직 직원들의 일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올해 임금 동결로 단체협상을 마친 노동조합도 “명백한 취업 규칙 위반이어서 관여할 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관행처럼 여겨져온 생산 현장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극복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6일 현대차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신차를 무단으로 이용한 직원 2명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의장부와 도장부에서 근무하는 이 직원들은 공장에서 만든 차량을 ‘카풀’ 용도로 사용해 공장 내부를 수차례 타고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잇따른 현대차 생산직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관련해 회사 측은 무관용 징계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울산공장 내에서 할당된 업무를 일부 직원에게 몰아주고, 나머지 직원은 일하지 않는 이른바 ‘묶음 작업’ 사례가 적발됐다. 현장 노동자와 관리직 등 50여명이 정직·감봉·견책 등의 징계를 받았다.

묶음 작업은 관행처럼 이뤄져 오던 일이라는 게 일부 직원들의 주장이다. 두 사람이 해야 하는 작업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것을 ‘두발 뛰기’, 세 사람 몫의 작업을 한 사람이 하는 것을 ‘세발 뛰기’라고 한다. 묶음 작업은 품질 결함 등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사규에도 어긋난다.

현대차는 지난 7월에도 정해진 근무시간을 채우지 않고 근무지를 이탈하거나 조기 퇴근한 직원 300여명에 대해 감봉 등의 징계를 내렸다. 근무 시간에 낚시하기 위해 근무지를 이탈한 직원도 있었다. 회사는 명백한 취업규칙 위반 사안에 대해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에는 일부 생산 직원이 업무용으로 공급되는 와이파이망으로 작업 도중 유튜브를 시청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노조 집행부는 와이파이 공급을 끊은 사용자 측과 대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초 출범한 이상수 지부장과 집행부는 작업 중 유튜브 사용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 지부장은 지난 6월 현대차 노조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와이파이는 파이다(경상도 사투리로 좋지 않다는 뜻)”고 말했다. 작업 중 유튜브 시청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나타낸 것이다. 현 집행부 출범 이후 노조는 휴식시간에만 와이파이를 사용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징계로 이어진 이번 일탈에 대해 “창피하다. 단체협상이 끝나자마자 이런 일로 노조가 구설에 오르는 것 자체가 조합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품질혁신 노사 공동선언문 발표를 계기로 조합원들의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에 일부 조합원의 일탈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했다.

현 노조 집행부는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자동차산업 변혁과 관련해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전략을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현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고, 그만큼 완성차 조립에 필요한 인원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노조가 조합원의 일탈까지 감싸고 돌던 관행에서 벗어나는 것이나, 사측이 당장의 노사관계 안정에 급급해 일탈을 눈감아주던 관행을 타파하는 것 모두가 자동차 산업에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코나 화재에 곤혹스러운 현대차=최근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EV)의 화재 사고와 관련해 현대차가 코나 EV 소유주들에게 사과한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코나 EV는 현대·기아차의 간판 전기차 모델이라는 점에서 현대차는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2018년 생산을 시작한 코나 EV는 지금까지 국내서 3만1841대, 해외에서 9만37대가 팔렸다.

현대차, 코나EV 잇단 화재 사과 “10월 중 조치하겠다”

현대차는 지난 5일 코나 EV 소유주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불편함을 끼쳐 사과한다”며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발생 원인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또 “조치 방안을 마련해 유효성 검증을 진행할 예정으로, 10월 중 안내문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나 EV 화재는 2018년 5월 이후 국내에서 열 번째, 수출 차량까지 합치면 열두 번째다.

화재원인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분분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다른 전기차보다 코나에서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건 코나 전기차의 시스템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코나 차량의 충전이나 방전 등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리튬이온 배터리 자체가 화재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자동차공학회 관계자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확률이 문제지, 언제든 화재사고의 위험성이 있다”며 “보급된 숫자 대비로 이 정도의 화재사고는 확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전기차 화재사고는 내연기관 차와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서 “공정상 배터리 셀의 문제인지, 배터리팩 생산 과정의 문제인지를 밝혀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전기차 화재사고는 22건이다. 전기차 보급 숫자가 약 10만 대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0.02%다. 지난해 전체 차량 화재사고는 4710건으로 전체 보급 대수(약 2400만 대)의 0.02%다. 지금까지 공개된 코나EV 화재사고는 12건이므로, 전체 보급 대수(약 12만 대)의 0.01%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코나 EV와 유사한 배터리 시스템을 갖춘 기아차 니로 EV는 아직 화재 사고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배터리셀에 주목했다. 국내에서 생산한 코나 EV엔 LG화학의 ‘NCM 622(니켈·코발트·망간 6:2:2)’ 배터리가 들어간다. 반면 니로 EV엔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한 ‘NCM 811’과 ‘NCM 523’ 이 쓰인다.

이동현·김영주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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