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20년 역사 돌아보니 | 동네 PC방 대회서 어느새 세계 대회로 처음 10년은 '스타' 그후 10년은 '롤' 시대

나건웅 2020. 9. 1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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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프로게이머’와 ‘게임 리그’ 개념을 확립한 나라다. 세계 최초 ‘게임 전문 TV 채널’이 탄생한 곳도 한국이다. 한국 e스포츠 시장이 성장한 과정을 통해 e스포츠 역사를 들여다본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 인기는 절대적이었다. 매년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펼쳐지는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결승전에는 10만명이 넘는 관중이 운집하곤 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제공>

▶PC방에서 출발한 e스포츠 역사

▷최초 억대 연봉 프로게이머 임요환

1998년은 e스포츠 역사에 기념비적인 해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발매된, 바로 그 해다. 스타크래프트는 젊은 층 사이에서 순식간에 ‘국민 게임’으로 거듭났다. 마침 정부가 적극적으로 IT 개발 정책을 추진한 덕에 전국에 초고속 광케이블이 설치돼 있었고 PC방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경혁 게임평론가는 “당시 PC방은 단순히 게임을 하는 공간이 아니라 친구들이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는 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며 “스타를 잘하는 ‘고수’ 친구 뒤에 서서 게임 화면을 보면서 게임을 ‘보는 재미’를 깨닫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e스포츠 요람은 PC방이다. 여러 PC방이 연합해 상금을 걸고 지역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를 열기 시작했고 규모와 상금이 점점 커졌다. ‘프로게이머’라는 개념이 생긴 것도 이 무렵이다. 특히 신주영은 ‘세계 최초 프로게이머’로 당시 수많은 언론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스스로를 프로게이머라고 소개하면서 ‘대회 상금과 스폰서 후원을 주수입으로 하는 직업’이라고 정의 내렸다.

이윽고 세계 최초 게임 전문 방송사 ‘온게임넷(현 OGN)’과 ‘MBC게임’이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방송하기 시작하면서 e스포츠는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왔다.

게임 대회가 e스포츠로 거듭날 수 있던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팬덤문화’다. 특정 게이머와 팀을 응원하는 팬덤이 빠르게 커지면서 대기업은 프로게임단 운영과 후원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임요환을 e스포츠 시장 ‘개척자’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 있다. 임요환은 2005년 동방신기에 이어 다음 팬카페 회원 2위(약 63만명)에 등극할 정도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했다. “스타크래프트는 몰라도 임요환은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국내 최초 억대 연봉 프로게이머도 임요환이다. 2002년 당시 동양제과와 스폰서 계약을 맺으며 연봉 1억6000만원에 계약했다. 현재 방송인 겸 포커 플레이어로 활약 중인 홍진호는 두 번째로 억대 연봉 프로게이머 반열에 올랐다.

e스포츠 성장에는 기업 역할도 컸다. SK텔레콤, KT, 삼성전자, CJ, 하이트 등이 구단 운영에 뛰어들면서 e스포츠 생태계를 둘러싼 처우가 빠르게 안정됐다.

프로게이머 임요환은 지금 e스포츠가 있기까지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뛰어난 전략, 컨트롤에 수려한 외모까지 갖추며 거대한 팬덤을 형성했다. <매경DB>

▶왕좌 계승한 ‘리그오브레전드’

▷축구에 ‘메시’ e스포츠에는 ‘페이커’

영원한 것은 없다고 했던가. 시간이 지나면서 스타크래프트 인기도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2010년 프로게이머가 개입한 승부조작 사건이 결정타였다. 여러 기업이 후원을 중단하면서 시장은 빠르게 쇠락했다.

2011년 리그오브레전드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LoL은 5명의 팀원이 각자의 포지션을 맡아 5:5 승부를 가리는 팀 전략 게임. 뛰어난 그래픽, 박진감 넘치는 전투로 리그가 시작하자마자 단숨에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매드라이프’ 홍민기,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한 스타 선수까지 탄생하며 스타크래프트의 입지를 완벽히 계승하는 데 성공했다.

LoL의 인기를 잘 보여주는 대회가 바로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이른바 ‘롤드컵’이다. 지난해 롤드컵 총 상금은 약 645만달러(약 72억8000만원)에 달한다.

LoL에서도 한국의 위상은 남다르다. 스타크래프트로 다져놓은 중계 인프라와 프로게임단 운영 노하우가 리그오브레전드에서도 빛을 발했다. 실력 면에서도 압도적이다. 롤드컵 성적만 봐도 이해하기 쉽다. 2013년 대회부터 2017년까지 무려 5년 연속 한국팀이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3년 연속 한국팀이 결승에서 맞붙기도 했다. 이상혁이 속한 SK텔레콤 T1은 무려 네 번이나 롤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LoL 팀으로 인정받는다.

▶점점 분산되는 e스포츠 주도권

▷방송사에서 플랫폼, 게임 제작사로

e스포츠 역사가 20년을 넘기면서 그간 게임 전문 방송사가 쥐고 있던 e스포츠 중계 주도권이 점점 분산되는 모양새다.

LoL 게임 제작사 라이엇게임즈는 지난해부터 국내 리그를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방송사는 이제 리그 중계권을 구매해야 한다. 중계 권력이 방송사에서 제작사로 이양된 모습이다.

급변한 방송 환경도 변화를 가속화했다. 유튜브를 비롯해 아프리카TV, 트위치 등 스트리밍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굳이 TV 채널이 아니어도 언제 어디서나 e스포츠 경기를 볼 수 있게 됐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리그 운영과 후원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며 “게임 방송 시청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리그를 여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의 대회가 많아졌다. 게임 종류도 다변화되는 모습”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터뷰 |아놀드 허 젠지이스포츠 한국지사장

“세계가 한국 e스포츠 인재를 주목”

‘젠지이스포츠’는 모바일 게임회사 카밤의 공동 창업자 케빈 추가 설립한 e스포츠 전문 기업이다. 오버워치 리그의 ‘서울 다이너스티’를 비롯해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등 다양한 게임 종목의 게임단을 운영한다.

Q.최근 여러 국내 기업이 e스포츠에 뛰어들었다.

A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브랜딩에는 더 이상 기존의 전통적인 기법이 유효하지 않다. 40~50대를 대상으로 한다면 TV 노출이 효과적이겠지만 20~30대는 다르다. 광고는 더 이상 TV 플랫폼에서만 일어나는 일방적 소통이 아니다. 이제 여러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대화라고 봐야 한다. e스포츠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브랜드와 기존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는 브랜드 간의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Q.e스포츠 시장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남다른 것 같다.

A 한국은 세계 최고의 e스포츠 인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일부 미국 명문 대학에서는 한국 e스포츠 인재에 대한 수요가 있을 정도다. 음악에서는 방탄소년단, 영화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등 한국 인재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뛰어난 결과를 낸 경우가 많았다. 마찬가지로 e스포츠 시장에서도 한국 인재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Q.국내 e스포츠 산업이 더 발전하기 위해 제언한다면.

A 젠지이스포츠는 건강한 e스포츠 산업을 구축하기 위해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선수 식단 관리부터 스폰서십 체결을 통한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특히 e스포츠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면 한국은 글로벌 e스포츠 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 박지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5호 (2020.09.09~09.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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