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멤버, 리멤버', 두산 FA로이드의 진짜 힘

"이 멤버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네요."
두산 베테랑 내야수 오재원(35)이 남긴 말이다. 지난 4일 LG와의 준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3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4-0 승리를 이끈 그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현재 두산에 형성된 특별한 연대 의식에 대해 설명했다.
두산은 2020시즌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기본 전력이 탄탄한 데다, 보이지 않는 전력 상승 요인까지 있었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을 앞둔 주전급 선수가 두산에 많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FA로이드(FA 계약을 앞둔 선수들이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처럼 괴력을 발휘하는 것)'를 기대한 것이다. 내야수 오재일, 최주환, 허경민, 김재호 그리고 외야수 정수빈과 투수 유희관이 그들이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의지가 팀 전력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두산의 2020년은 예상과 달리 순탄하지 않았다. 선발진이 붕괴했고, 불펜진도 예년보다 헐거웠다. 그러나 새 얼굴이 꾸준히 나타났다. 시즌 막판 저력을 발휘하며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다. 준PO부터 치러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해낸 2015시즌의 기적을 재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두산 선수단은 그 어느 해보다 끈끈한 팀워크를 만들어 2020년 포스트시즌을 맞이했다. 두산 왕조를 함께 이끈 동료 중 누군가는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FA 자격을 얻는 두산 선수들이 모두 두산에 남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동료들과 아름다운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은 의지가 단합된 힘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재원은 "준PO가 시작되기 전에 동료들과 '함께 뛰는 마지막 포스트시즌이 될 수 있다'는 농담을 주고받긴 했다. 어쨌든 좋은 마무리를 하길 바란다. 지금 동료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오재원은 지난 1월 두산과 3년 재계약했다. 올겨울 동료들을 떠나 보내야 하는 입장이다.

FA 자격 취득을 앞둔 허경민은 어떨까. 감회가 더 남다르다. 그는 "최근 팀 동료이자 1990년 동갑내기 친구 박건우가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끝까지 좋은 추억을 남기자'는 문자를 남겼다"고 전하며 "마음이 뭉클했다. 두산에서 좋은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함께하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한 경기라도 더 해보자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준PO 2차전을 앞두고 만난 김재호도 "(현재 동료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두산은 최근 5년(2015~19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2010년대를 대표하는 강팀이라는 데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 FA로 팀을 떠나는 선수들도 두산 왕조의 주역으로 기억될 것이다. 누군가는 '왕조의 후예'로 남고, 누군가는 다른 팀에서 새 출발을 할 것이다.
현재 두산 선수단은 오직 한 가지만 바라본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해서, 동료들과 한 경기라도 더 뛰는 것이다. 일단 5일 열린 LG와의 준PO 2차전에서 승리하며 최상의 시나리오로 PO를 맞이한다.
이 멤버, 리멤버. 두산의 'FA로이드'는 이제 시작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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