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꿈꾼 엄마의 계획.. 짜릿한 상상력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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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씽'의 메인 포스터 |
| ⓒ UPI코리아 |
할일 없는 주말 뭐 볼 것 없나, 하다 누군가 "씽(Sing) 볼까?" 하면 아무도 군소리하지 않고 그냥 또 본다. 그런데 또 봐도 재밌다. 또 감동이다. 이제는 영화평론가마냥, '이 영화 진짜 잘 만들었네'로 말이 바뀌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조목조목 얘기해 보겠다.
[포인트①] OST 음반을 소장하고픈 욕구에 시달릴 재미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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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개 오디션에 참가한 육해공 동물들 |
| ⓒ UPI코리아 |
영화 초반부 공개 오디션 장면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돼지, 고릴라, 고슴도치, 생쥐, 코끼리, 캥거루, 기린, 양, 하마, 토끼, 너구리, 코뿔소, 비버 같은 포유류 뿐만 아니라, 악어, 거북이, 도마뱀 같은 파충류에 개구리, 달팽이, 거미, 새우 같은 그 외 유형의 동물들까지 대략 20여종 이상의 동물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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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래하는 '스칼렛 요한슨' (고슴도치 애쉬 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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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래하는 '토리 켈리' (코끼리 미나 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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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래하는 '태런 에저튼' (고릴라 조니 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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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끝부분 주인공들이 펼치는 공연에서 나오는 노래들은 음악 영화로서 손색이 없을 만큼 멋진 곡들로 가득하다. 영화 <킹스맨>의 매력쟁이 배우 테런 에저튼은 아버지와 다른 삶을 꿈꾸는 고릴라 조니가 되어 엘튼존 원곡의 'I'm still standing'을 부른다. 특히, 아버지가 도둑질을 하는 동안 망을 보며 구석 벽에 기대어 홀로 조용히 부르는 'The way I feel inside'는 그야말로 감미로움 그 자체다. 나 혼자 이 곡을 여러번 반복해 들은 적도 있는데, 순수한 눈망울의 고릴라 조니를 보며 듣는 맛도 좋지만 그 안의 테런 에저튼을 상상하며 듣는다면 연애감각세포를 깨우는 느낌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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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퍼에서 흘러나오는 노래(Bamboleo)에 맞춰 춤을 주는 로지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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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록그룹 퀸의 프레디머큐리가 부른 'Under pressure'는 TV광고를 통해서라도 누구나 들어봤을만한 노래로, 주인공들이 무너진 극장을 재건하고 다시 공연을 준비하는 희망찬 장면에서 흘러 나온다. 노래는 잘해도 춤은 잘 못추는 로지타가 마트에서 장을 보다 흘러 나오는 노래에 몰입해 춤을 추는데, 이 장면에서 정말 유명한 노래, 집시 킹즈의 'Bamboleo'가 흘러 나온다.
제목으론 상상이 안된다면 이렇게 표현해 볼까. '밤볼레이요. 밤볼레이야'. 조금의 흥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 노래 듣고 몸을 비틀지 않을 수 없고, 아침에 들으면 아마도 종일 생각날 중독성이니 점심먹고 노곤해지는 오후에 듣는 게 좋겠다. 수미쌍관인냥 영화의 맨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흐르는 비틀즈 원곡의 'Golden slumber'는 영화 드림걸즈의 배우 제니퍼 허드슨이 뮤지컬 대배우 나나누들맨이 되어 품격있는 멋을 자아낸다.
이 영화, 음악 얘기만 해도 너무 길다. 나머지 음악들은 영화를 보면서 감상해보길 권한다. 아마도, OST 음반을 소장하고픈 욕구에 시달릴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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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장(문씨어터)를 다시 세우고픈 꿈을 가진 버스터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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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소녀 애쉬에게 그녀만의 매력을 알려주는 버스터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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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장이 무너진 폐허에서 치유의 노래를 부르는 미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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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둥이 독박육아맘에서 파워풀한 여가수로 변신한 로지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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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의 바람을 뒤로하고 자신의 꿈을 펼치는 조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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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자작곡으로 승화시킨 애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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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려움을 극복하고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콘서트의 피날레를 장식한 미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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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나는 이 영화에서 버스트문과 미나가 서로 같은 메시지로 실패를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웠던 세 번의 교환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거기에다 누구보다 미나를 무시했던 마이크조차도 미나의 마지막 무대에 눈을 떼지 못했던 걸 보면, 서로에게 전해지는 위로와 치유의 전염성은 그 방향도, 그 시기도 예측 불가능이다. 상생의 바이러스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포인트③] 명장면들이 남긴 '찐한' 메시지
이 영화에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세 가지 명장면이 있다.
첫째, 로지타가 공개 오디션을 보러가기 위해 전날밤 드릴과 각종 도구를 이용해 다음날 벌어질 전쟁같은 아침을 미리 세팅해 놓는 장면이다. 자신이 없더라도 아이들과 남편이 기상해서 아침식사를 하고 등원과 출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처음에 이 영화를 봤을 때 이 장면에서 정말 박장대소 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냐 아니냐를 넘어 이건 엄마라면 무조건 공감하고픈 장면이라서다. 재미도 재미지만 오디션에 대한 로지타의 간절함에 대한 표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말이지 이 짜릿한 상상력에 꽤나 놀랐다.
둘째, 사고로 인해 극장이 통째로 무너지며 좌절한 버스터문은 아버지가 남긴 양동이 하나 들고 세차일을 하게 되는데, '네순도르마(Nessun Dorma)'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가 온몸에 거품내어 세차하는 이 장면은 영화 <씽>하면 내가 가장 먼저 1순위로 꼽고 싶은 명장면이다. 남는 쫄쫄이(Speedo : 딱붙는 남성용 삼각 수영복) 하나만 입고 자신이 갖고 있는 마지막인 몸(털)으로 거품질하는 설정은 그야말로 인생 밑바닥의 리얼함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다행히도 친구(버스터문, 코알라)의 '온몸' 비누질을 자신(친구 에디, 양)의 '온몸' 걸레질로 한몫 거들며 좌절한 친구에게 손내미는 멋진 에디의 등장으로, 이 세차씬은 정말 눈물나는 코믹함으로 끝을 맺는다. 좌절을 코믹으로 감싸 안는 묘미가 너무나 멋진 장면이었다.
셋째, 조니의 공연 모습을 감옥에서 TV로 본 그의 아버지가 탈옥을 하며 조니와 재회하는 장면이다. 공연 무대 위 공중에서 탈옥범을 쫓는 중이었던 헬기는 용의자 추적 실패를 인정하며 철수하게 되고, 때마침 공연 중이었던 마이크는 헬기 프로펠러의 세찬 바람에 공중으로 높이 솟아 오르며 'My way'를 부르짖는다. 그 사이, 조니와 그의 아버지는 무대 뒤에서 재회를 하게 되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랑스럽단 말을 남기며 스스로 감옥으로 복귀한다.
하필, 늘 이기적으로만 보였던 마이크가 부르는 마이웨이가 전하는 의미, 즉, 나(생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나의 소신대로 삶을 회피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약자로서 살아남기 위해 강한 척 버텨야 했던 마이크의 숨겨진 삶을 그제야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물론, 출중한 노래 실력 하나로 미나처럼 소심하고 약한 사람을 무시하거나, 오디션에서 우승하지도 않았으면서도 가짜 정보로 은행대출을 받아 고급 차를 구입하는 그 허풍스러움을 다 변호하기란 어렵지만, 그래도 콘서트의 마지막을 멋지게 만들어낸 미나의 훌륭한 성장을 보며 처음으로 표정이 변한 마이크를 보는 일은, 그래도 그가 조금은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 마이크의 마이웨이에 겹쳐진 두 남자의 재회 역시 우리에게 주는 의미 또한 진하다. 범죄자로 살았지만 이제는 아들의 삶을 인정하는 아버지로서의 길과, 노래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조니의 새로운 인생길을 우리는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단 몇 분의 장면 안에 녹아 있는 이 일석삼조의 감동에 무장해제 되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유쾌함과 진정성을 녹인 아름다운 위로
각양각색의 삶 속에서 노래에 대한 열정만큼은 비슷한 우리네 옆집 사람들이 펼치는 공연이 너무나 즐겁고,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실패와 좌절을 따뜻하게 위로하며 '그래도 우리, 가슴 뛰는 일에는 주저하지 말자'라는 삶에 대한 긍정의 교훈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영화다. 무엇보다 곳곳에 흐르는 음악이 유쾌하고 즐거우니 아이든, 어른이든, 남자든, 여자든, 사람 가리지 않는 영화이며, 가족끼리 봐도 좋고 친구 혹은 연인끼리 봐도 좋은, 상황과 관계를 가리지 않는 영화다.
인간적인 연민과 공감, 유쾌함과 진정성을 녹인 아름다운 위로라면 어느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다가오는 휴가철, 멀리 떠나진 못해도 인간미 넘치는 행복을 맛보고 싶다면, 이 영화, 누구라도 불러서 같이 보기를 권한다.
[현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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