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당 현수막’ 10만개 넘었다…지방선거 ‘현수막 공해’ 우려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시내 거리가 ‘현수막 공해’로 혼탁해지고 있다. 금지 구역에 걸리거나 극단적이고 비방성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에는 15일간의 게시 기간을 초과했는데도 철거되지 않은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에도 ‘2월 11~25일’ 게시한다고 적혀 있었다. 같은 현수막이 약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같은 행정동 내에 2개 설치된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 하나는 소화전 옆에 걸려 있었다.
2024년부터 정당 현수막은 읍·면·동별 2개까지만 가능하고,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소방시설 주변 5m 이내에는 설치가 금지됐다. 또 규격·기간 준수 등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

인도를 가리는 낮은 높이에 설치된 정당 현수막도 있었다.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에 따르면 도로 모퉁이로부터 5m 이내, 횡단보도에서 10m 이내인 장소에 정당 현수막을 게시하려면 현수막 아랫단이 지면부터 따져서 2.5m 이상 높이가 돼야 한다.
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자체가 철거한 정당 현수막은 총 10만2238개에 이른다. 전년(2024년 5만5621건)보다 2배 가까이로 증가한 수치다. 현수막 철거 사유의 대부분(7만2990개)은 ‘설치 기간 위반’이었다. ‘금지된 장소에 설치’된 현수막도 4753개에 달했다. 현수막은 도로 위 운전자·보행자나 구급대 등의 시야를 일부 가리는 등 안전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주로 소화전 등 소방시설 근처에 설치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수막 설치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 역시 극단을 치닫고 있었다. 국회의사당이나 서울중앙지검·지법 등 주요 기관 앞 도로변은 ‘하나님이 윤석열 부활 복귀시킨다’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중국 개입 부정선거’처럼 극단적 주장을 담거나 특정인을 겨냥한 비방이 적힌 현수막으로 뒤덮여있다. 덩달아 정당 현수막에 대한 민원도 늘어나는 중이다. 정부가 집계한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은 2024년 1만3829건에서 지난해 3만4548건으로 2.5배로 증가했다.

현수막 내용을 문제 삼아 철거하겠다고 나선 지자체도 있다. 서울 중구는 지난달 24일 인간의 존엄과 가치 부정, 인권 침해, 민주주의 왜곡·부정, 사회적 통합 저해 우려 내용 등을 금지광고물로 지정해 철거하는 매뉴얼을 만들어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현수막이 금지 내용에 해당하는지는 변호사가 참여하는 심의 위원회가 현수막 발견 24시간 안에 판단하도록 했다. 지난 1월 경기도 안양에선 최대호 안양시장이 직접 정당 현수막 철거 활동에 참여해 “표현의 자유가 허위 사실과 혐오, 비방을 확산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시민들이 정당 현수막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 형식 등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며 “다만 현수막 내용에 대한 규제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혐오표현처럼 그동안의 오랜 연구를 통해 합의된 구체적 기준이 있는 경우는 이를 적용하면 되지만, 그저 ‘문제가 될 것 같아서’ 규제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라며 “심의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현수막 내용에 대한 기준에 대한 면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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